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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보호제 가격인상 따라잡기 안간힘

[테마기획 1]2009년 작물보호시장

차재선 기자  2008.08.02 23: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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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작물보호제 가격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인상폭도 최소 30% 이상 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상요인만 놓고 봐서는 더더욱 그렇다.

중국산 제네릭(Generic) 원제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평균 69%가 올랐고, 오리진(Origin) 원제도 세계시장에서‘품 기현상’을 보일 정도로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라서 물량확보마저 수월찮을 전망이다.

여기에 유가상승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및 운송료 등의 인상에다 환율변동으로 인한 환차손 등 갖가지 악제가 겹쳐 작물보호제시장이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원제가격‘천정부지(天井不知)’
내년도 원제 구입시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작물보호제 업계는 이미 물량 및 가격 인상 폭을 놓고 물밑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오리진 원제사들은 시시각각 변동하는 인상요인을 감안해선지 정확한 가격제시 보다는 ‘인상요인’ 만 강조하는 선에서 제조사들과 빈번히 접촉하고 있다. 반면 제네릭 원제는 인상폭이 두 배에 가까운 상황이라서 ‘내년에 도 제품을 생산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제조사들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제네릭원제(중국산) 7월말평균69% 인상

중국산 원제가격의 폭등은 지난해 중국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을 이유로‘ 태호’ 주변의 원제생산공장 2000여개를 폐쇄시킨데다 인광석 주산지인 쓰촨성 지진까지 겹쳐 원부자재 가격폭등은 물론 물량확보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비근한 예로 카벤다짐(Carbendazim)과 카보퓨란 (Carbofuran)의 대표적 생산회사인 ‘KAJO Agrochemical Co, LTD.’의 경우 공장폐쇄 조치 이후 생산시설 이전 허가마저도 받지 못해 지금은 원제중개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향후 4~5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 이다.

실제로 칼탑(Cartap)의 경우 전년대비 132%가 인상 됐으며, IBP는 125%, Acephate 98%, Validamycin 67%, Carbendazim 48%, Carbofuran 25% 등 평균 69%의 인상폭 <그림1>을 보이고 있다.

◆오리진 원제가격 인상요인 세가지
우선 원부자재(원료) 가격의 인상을 꼽을 수 있다.
대다수의 작물보호제 원부자재를 추출하는 북해산 브랜트유 및 천연광물질의 가격 폭등이 원제가격 인상요인의 주요변수가 되고 있다. 최근 다소 주춤해지긴 했으나 유럽지역의 작물보호원부자재를 추출하는 북해산 브랜트유 가격은 올해 1월 USD80$선에서 지난달 말 기준 USD123$를 넘어섰으며, 세계시장의 65%를 점유하는 중국산 인광석 및 유기황 등의 가격 역시 폭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 요인은 제품에 따라 복합적이거나 각각에 영향을 미쳐 유기황계 제품인 다이센엠-45, 다코닐 등을 비롯해 유기인계 제품인 스미치온 등의 원제가격인상폭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원제의 수급불균형에 따른 인상요인이다.
최근 브라질 등 남미지역을 중심으로 경작면적이 급증하면서 오리진 원제의 수급불균형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계 메이저 원제사들은 국제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우리나라의 원제가격을 이유로 들어 물량압박 및 가격인상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신규약제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원예용 살균제(아미스타, 에이플 등) 및 살충제(에이팜, 스튜어드 등)의 원제가격 변동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하나, 제네릭 원제가격 인상에 따른 오리진 원제의 상대적 가격인상을 주목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원제회사와 제조회사, 인상폭 놓고 신경전
그러나 작물보호제 업계는 이같은 원제가격 인상요인을 내년도분 작물보호제 생산원가에 얼마만큼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제조사들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인 ‘생산원가인 상분이 곧 판매단가 결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농협계통공급 단가가 제조업체 출고가격을 결정짓는 상황에서 농민조합원들의 민원을 고려해 야하는 농협을 상대로 원가 인상분을 고스란히 공급단가에 녹여낼 자신이 없는 것이다.

제조회사들은 이같은 ‘한국적 특수성’을 내세워 메이저 원제사와 인상폭을 조율하고 있으며, 원제사 역시 독점품 목 중심으로 고마진을 견지해온 그간의 시장상황을 감안 해 협상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가격인상폭이 사실상 확정된 제네릭 원제의 경우 내년도분 제품생산 여부를 놓고 제조회사들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등록돼 있는 대다수 제네릭 제 품은 제조회사 입장에서만 본다면 소위 ‘구색상품’ 이외의 메리트가 그리 많지 않다. 다시 말해 제네릭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원제나 완제품의 ‘가격이 싸다’는 것이었 다. 그러나 최근의 제네릭 원제 인상률을 보면 오리진 원제가격보다 그리 싸지 않은데다 완제품 가격 역시 원가수준 또는 원가 이하로 판매됐던 관행을 감안할 때 제품생산 필요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농민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현실은 곧 농가 경영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바꿔 말하면 동일한 효능의 값싼 제네릭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오리진 제품만을 선택해야 하는 농민들은 그만큼 생산비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칫 메이저 원제사들이 특허만료 또는 만료가 임박한 품목의 재등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다. 사실 메이저 원제사가 독점하고 있는 신규물질의 경우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최초 등록일로부터 3년 이내에 경상이익까지 남기고 있는데 다 특허기간도 15년 동안이나 보장해주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조율이 자유롭다. 따라서 매출규모 및 재무상태가 열 악한 제조회사 및 판매전문회사들은 제네릭 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자사의 주품목이나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던 유기인계 제품 등을 고수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국내 작물보호제시장도 이제 전문약제로 대체할 것은 대체할 때가 오고 있다는 지적과 더불어 농민과 시판상의 혜안(慧眼)이 필요한 시기라는 충고도 뒤따르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군소제조회사 및 농약전문판매사(한얼싸이언스, FMT, JK, 필라 등)들은 제네릭원제사와 Third party company(제3국원제사-UPL, Nufarm, Makhteshim 등)의 복제원제를 기반으로 국내 최초 등록일로부터 15년 경과 또는 미경 과 품목중 5년이내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품목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품 목 중에서 현재 중국산 원제공급이 가능한 품목 <표1>은 디페노코나졸(Difenoconazole)을 비롯 테부코나졸(Tebuconazole), 카보퓨란(Carbofuran), 이미다클로프리드 (Imidacloprid), 아짐설퓨론(Azimsulfuron) 등 상당수에 달한다.

◆제조회사·농협·시판상…판매전략 수립에 부심
작물보호제 유통현장도 내년사업 전망에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시판상과 일선농협들 중에는 이미 인기품목 위주의 내년도 물량확보에 나서고 있는가 하면 이에 편승한 몇몇 제조회사들도 지난달 초부터 제품을 출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제조회사별로 내년도 농협계통공급계약 방안을 비롯해 지난 1997년 IMF 당시의 시장상황 등을 감안한 판매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는 눈치다. 업계의 이같은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작물보호제 유통현장의 변수는 대략 이렇다.

변수 1) 기존가격으로 농협계통공급 가능성
제조회사 중에는 농협계통물량 확보를 위해 생산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은 기존가격 내지 소폭인상 선에서 ‘아리품목’계약을 역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감지 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농협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계통공급 인상분은 인정해 주되 대농민 판매가격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시판상을 압박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공식적인 가격인상폭이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없겠으나 원제가격 인상요인 등을 감안할 때 내년 계통공급 가격인상률은 두 자릿수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며 농협계통공급과 관련한 이런 저런 추측들을 일축했다.

변수 2) 시판 독자품목·한정물량 연내 출고
특정회사의 경우 현재‘ 전략품목’을 선정해 시판상 독자품목으로 내년 물량을 밀어내고 있다는 소문이다. 또 공통품목 위주의 한정물량만을 출고하는 방식으로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 품목 중에는 이미 가격인상 요인이 30% 이상 발생했음에도 올해와 동등한 선에서 출고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손해를 보더라도 공통품목 위주로 한정물량을 밀어내 매출규모를 늘리고, 대신 단독품목의 가격인상과 마진율을 높여 회사이익을 창출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지로 국내에 등록된 전체품목 가운데 가격대비 하위 30%는 거의 마진이 없거나 원가이하로 판매되고 있는데 다 중간단계 품목 30%도 공장 인건비 수준인 10% 남짓한 마진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나머지 150여개 단독품 목의 마진율은 100%를 웃돌고 있다.

변수 3) 부메랑‘불씨’… 가수요 해결방안 궁색
내년 작물보호제 가격인상을 감안해 일부 시판상과 일선농협에서 비선택성 제초제 등의 인기품목을 중심으로 사재기에 나서면서 가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글리포세이트(근사미·라운드엎·글라신)·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바스타·제로인·빨간풀)·패러콰디글로라이트(그라목 손인티온·파라솔골드) 등 대표적 비선택성 제초제 <표2> 의 경우 지난해 6월 현재 출하량을 실물량으로 환산했을 때 346만5732ℓ(성분량 170만8603ℓ)였으나 올해 5월까지 합산한 물량만으로도 전년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688 만2354ℓ(6월 성분량 202만859ℓ)에 달할 정도로 가수요가 폭발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가수요가 내년 출하물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이다. 특히 제초제는 살충제나 살균제 와 달리 병해충 발생정도와 무관하게 매년 비슷한 물량이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판 및 농협이 안고 있는 현재의 제고물량은 고스란히 제조회사에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향후 작물보호제시장은 3~5년간 원가하락 요인이 발생하거나, 그렇다고 해마다 가격이 폭등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작물보호제 가격은 원제회사와 제조회사, 농협, 시판상, 농민 등의 이해 관계가 얽혀 기대 또는 우려하는 만큼 인상폭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 원제가격 인상요인이 제조회사에 그대로 전가될 경우에도 명암이 엇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A사는 매년 1000억원을 들여 1000톤의 원제를 확보해 왔다고 가정할 때 최근의 원제가격 인상분을 그대로 흡수할 경우 같은 금액을 투입하더라도 물량은 턱없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연간 매출규모나 국내 시장상황 을 무시하고 추가비용을 들여 기존 물량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물량이 조절되고 이로 인해 과잉생산에 따른 유통시장 교란도 일정부분 해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