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한 중고농기계는 농가에 다시 임대해 사용토록 하거나 센터에서 직접 매입한 농기계로 농작업을 대행해 주기 때문에 농가입장에서는 농기계를 팔더라도 농사를 짓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지만 MB정부의 10대 생활공감정책 가운데 하나로 농가부채 탕감이라는 대의로 시작되는 만큼 농협농기계은행사업을 보는 시각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수혜 대상 전체농가의 10% 미만 농기계은행사업의 수혜 대상은 전체농가의 10% 미만이라는 것이 농협의 자체진단이다. 농기계 부채가 농가부채의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농기계 부채가 해결되면 모든 부채가 사라지는 것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에 비해 10%의 수혜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농가부채 감소의 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기계 보유농가의 호당 농기계 부채는 38.5%에 달하고 있지만 전체 농업부채에서 농기계 부채의 비중은 8% 내외에 불과하다. 10% 내외의 농가들이 수혜 받을 것이라는 의견과 농기계 부채의 비중이 일맥상통한다. |
전체 농가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각종 농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지원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에서는 농기계은행사업이 농기계 관련 자금의 흐름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순 임대 주류, 농작업 대행 요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농기계은행사업 가운데 가장 만족도가 높은 운영방식은 농작업 대행이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적기이용 가능할 때 선호도가 높아져 무려 80%의 만족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농작업 대행은 고령화와 부녀화 되고 있는 농촌의 현실에서 농민들이 원하는 농기계은행사업의 모습이다. 그러나 현재 농협농기계은행사업의 진행 모습은 단순임대로 치우치고 있어 확실한 정체성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농협도 농작업 대행을 위주로 할 경우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농작업 대행 사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초기 투자비용과 인력 등 갖춰야 할 것이 많은 관계로 상당기간 농작업 대행보다는 단순 임대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지·주택에 이어 농기계도 볼모 농협은 이 사업이 5~10년 사이 정착되면 농기계 개념이‘소유에서 임대’로 전환되고 농가에서는 개별로 농기계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다르게 해석하면 농협농기계은행사업이 신규농기계 구매 시점에 이르면 농협은 농기계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
이 때 경쟁력을 잃은 1000개소에 달하는 농기계 대리점과 일부 제조업체는 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일선 현장의 진단이다. 또 농협 계통구매의 확대로 현재와 같은 제조업체의 사후관리 서비스 등은 엄두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농기계시장에 일대 후폭풍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농민들은 농지와 주택에 이어 농기계까지 농협에 볼모로 잡히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잘되면 농기계시장 장악 시간문제 지금까지 농협농기계은행사업에 대해서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은 농협농기계은행사업이 농가부채 해결과 농작업대행이라는 본래 의도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잘되면 앞서 지적대로 농협의 농기계시장 장악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안 되도 농협에 대출금을 갚는 조건으로 매입하고 임대해도 농기계는 채권으로 확보되는 만큼 농협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철저한 입단속에 나섰던 농협중앙회가 지난달 17일 농기계은행사업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뒤늦게 기자간담회를 갖고 농기계시장 장악 등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의구심만 더 커지고 있다. 중고농기계를 사들여 농가 부채를 줄이겠다는 당초 농기계은행사업의 본질보다는 수지균형을 맞추기 위해 급급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또 조합 간 경쟁체제가 도입되고 경제사업체로서 손실이 예상되는 사업을 농협이 자체 자금으로 손실을 떠안으면서 농기계은행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정부의 입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사업이지만 잘되면 농기계시장 확보와 정부 지원이라는 선물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농기계구매자금 활용으로 수익 창출 농협농기계은행사업은 농기계 임대 시 임대료가 낮게 책정돼 손해가 불가피한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향후 교체시점에서의 추가 자금 투입도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 농기계임대사업을 펼치고 있는 일부 지역농협도 지자체의 자금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은 1조원의 기금을 활용하는 만큼 중앙회와 지역조합 모두 손실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무이자자금이 지원돼 조합은 손해 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농협은 또 실패한 농기계은행사업을 재검토한 결과 농작업 대행 위주의 임대사업으로 할 경우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 방안의 하나로 정부 융자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농협은 조합이 은행사업용 구입시 정부융자 3%(1%로 인하 추진)를 따로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과 농기계업계는 이 부분을 가장 염려하고 경계하고 있다. 과거 농기계은행사업을 감안할 때 수익에 목표를 둘 경우 일시적인 사업으로 전락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 농기계구매자금은 농민을 위한 자금으로 농협농기계은행의 수익 보전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익사업 아닌 공익사업 인식 필요 농작업 대행 위주의 농기계은행사업은 농촌의 고령화를 감안할 때 꼭 필요한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농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사업의 발전에 한계가 있어 장기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에서 농협이 농기계사업 진출을 기정사실화 하며 인수업체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농협농기계은행사업은 두고두고 눈총과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여론이 악화되고 호응이 부진할 때 농기계은행사업은 농협 내에서 계륵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따라서 농민과 농기계업체, 중고농기계 판매업체 등 이해 당사자와 정부와 농협, 전문가 모두가 참여해 공익사업으로서의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과 독일과 같이 운영사업비를 정부가 보조하고 농협과 정부의(농업기술센터) 농기계은행사업 통합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