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목 해충인 벼멸구와 흰등멸구는 형태와 생태가 비슷하면서 벼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주는 해충들이다. 지난 호에 이어 이들에 기생하는 선충에 대하여 알아보자.
정남준 기자(이하 정기자) 벼멸구선충은 벼멸구나 흰등멸구를 어떻게 침입하나?
추호렬 박사(이하 추박사) 둥글고 투명한 58㎛ 내외 크기의 선충 알은 17–25일이면 부화한다.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부화 첫날의 2령충(전기생충)은 매우 활동적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둔해진다. 새로 부화한 2령충(전기생충)은 벼의 줄기를 타고 올라가 멸구를 침입한다. 기생은 벼 포기 내 멸구의 분포와도 연관이 있다.
벼멸구의 약충과 성충은 벼의 줄기 하부, 주로 수제부 10㎝ 이내의 벼 줄기에 모여 집단으로 가해한다. 따라서 벼 포기 하부의 멸구에서 기생이 높다. 수면과 맞닿고 볕이 들지 않는 벼 줄기 하부의 촉촉한 환경은 선충의 2령충이 줄기를 타고 올라가기에 용이하고 또 모여 흡즙하고 있는 벼멸구에 침입하기가 쉽다.
정기자 벼멸구선충의 기생과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추박사 부화한 2령충이 벼의 줄기 하부에 있던 벼멸구 등 기주곤충과 접촉한다. 2령충은 일단 벼멸구의 약충이나 성충 등과 접촉하면 구침을 이용하여 표피를 뚫고 들어가 혈체강으로 침입한다. 이때부터 기생상이 된다.
침입한 2령충은 보통 2-3주 기생하면서 3령충과 4령충으로 성숙하고 4령충(후기생충)이 벼멸구 복부의 얇은 마디사이를 뚫고 탈출한다. 탈출 후 벼멸구는 미생물의 침입과 수분의 증발로 죽게 된다.
정기자 벼멸구를 탈출한 4령충(후기생충)은 어떻게 되나?
추박사 탈출한 4령충은 토양으로 들어가 탈피해서 암수 성충이 된다. 탈출 시기와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암수 성충은 이듬해 5월과 8월에 교미하여 수백-수천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암컷 주변에서 쉽게 관찰된다.
한 조사에서는 17-37일의 산란 기간에 암컷 한 마리 당 543-1851개의 알이 관찰되었고 또 하나의 조사에서는 20-60일의 산란 기간에 평균 2,109개의 알이 관찰되었다. 산란수와 기간은 암컷의 활력, 온도, 수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정기자 벼멸구선충은 토양 속 어느 정도에 분포하고 있나?
추박사 토성과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표층으로부터 10㎝ 이내에서 발견된다. 중국에서도 92%의 선충이 토양 깊이 0-10㎝에 분포하고 있었고 약 8% 정도가 11-20㎝에서 발견되었다. 경남 진주와 고성의 일부 지역에서는 15-20㎝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다. 유기물, 토양 산도, 토양 산소, 인산 등 토양의 이화학적 특성은 선충의 분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점토는 벼의 재배에 부적합하지만 선충의 분포에도 불리하다.
정기자 벼멸구선충의 기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추박사 기주곤충, 과기생과 다기생 등의 기생 형태, 재배 방법, 관개, 농약 등 다양하다. 특히, 벼멸구의 가해 위치는 기생율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벼멸구의 세대, 날개 타입, 성(암컷과 수컷)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정기자 벼멸구의 가해 위치가 선충의 기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인가?
추박사 벼멸구선충의 기생율은 벼 줄기의 하부, 중부, 상부에 분포하는 벼멸구에 따라 차이가 있다. 벼 줄기의 하부에 분포하고 있는 벼멸구가 중부나 상부에 있는 벼멸구보다 훨씬 높은 기생율을 보인다. 예를 들면, 100마리의 벼멸구를 채집하였더니만 하부에 있던 벼멸구는 19%의 기생율을 보였고 상부에 있던 벼멸구는 8%의 기생율만 보였다.
정기자 벼멸구의 세대에 따른 선충의 기생은 어떻게 되나?
추박사 우리나라에 비래하여 번식한 벼멸구의 세대별 선충의 기생율은 평균 56%로 차이가 없었다. 반면, 1968년 구노가 일본 규슈 지방에서 조사한 벼멸구의 1, 2, 3세대별 선충 최고 기생율은 각각 1.2%, 15.3%, 1.7%로 차이가 있었다. 벼멸구의 비래량, 증식 밀도, 벼 품종, 토양 내의 선충 분포, 토성, 경작 방법 등 여러 요인에 의하여 차이가 있다.
정기자 벼멸구의 날개 타입과 선충의 기생은 어떻나?
추박사 벼멸구는 날개가 긴 장시형과 짧은 단시형이 있다. 장시형은 주로 영양과 기후 등 환경 조건이 불리해지면 이동하는 타입이다. 온도가 적합하고 벼의 생육이 양호할 때는 증식이 왕성하여 단시형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 이때 ‘하퍼 번’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날개 타입에 따른 선충의 기생율에서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장시형의 기생율은 약 8.3%였으나 단시형의 기생율은 약 57%였다.
경남 8개 지역에서 채집한 벼멸구선충의 또 다른 조사에서도 장시형은 평균 1.8%(0-3.1%)였고 단시형은 평균 35.2%(0-72.5%)였다. 이는 선충과 벼멸구의 행동 차이에서 비롯된다.
장시형은 주로 물과 먼 벼 줄기의 상부에서 발견되는 반면에 단시형은 물과 가까운 벼 줄기의 하부에서 집단으로 가해하고 있어 선충과 벼멸구가 접촉하는 기회가 단시형이 훨씬 높다. 또한 줄기의 하부는 선충 2령충의 이동과 침입에도 좋은 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