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목 해충인 벼멸구와 흰등멸구는 형태와 생태가 비슷하면서 벼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주는 해충들이다. 지난 호에 이어 이들에 기생하는 선충에 대하여 알아보자.
정남준 기자(이하 정기자) 농약을 살포한 논에서 조사한 벼멸구선충의 기생율은 없나?
추호렬 박사(이하 추박사) 카보푸란을 살포한 논의 벼멸구선충 기생율은 칼탑이나 비피엠씨를 살포한 논의 선충 기생율보다 낮았다. 카보푸란은 입제로 논에 처리한다. 입제로 처리한 카보푸란과 칼탑은 흙과 섞이어 흙 속에 있는 벼멸구선충의 성충이나 부화 후의 2령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카부푸란은 살선충제이기도 하다.
경남에서 조사한 선충의 기생율은 농약을 처리한 논에서는 평균 21%였고 농약을 살포하지 않은 논에서는 평균 57%였다. 그 외의 농약이나 비료는 토양 속의 선충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따라서 벼멸구선충의 교미기, 산란기와 부화기, 그리고 2령충의 활동 피크기인 8월과 9월에는 카보푸란이나 살선충력이 높은 농약의 살포는 바람직하지 않다.
다행히 최근에는 살충제가 선택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살포 회수도 줄어 선충에게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편이다.
정기자 벼멸구선충의 기생은 벼멸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추박사 번식력, 내부기관의 파괴, 생리, 행동 등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선충의 기생은 벼멸구의 번식 능력을 상실시킨다.
선충에 기생 당하지 않은 벼멸구의 대부분(85.5%)은 난소에 알을 가지고 있었지만, 선충이 기생한 벼멸구는 4.2%만 난소에 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벼멸구는 결국 죽기 때문에 산란은 할 수 없다. 기생한 선충의 수가 많을수록 후대 생산력은 감소하고 번식력은 없어진다.
정기자 벼멸구선충은 벼멸구의 조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나?
추박사 벼멸구선충이 기생한 벼멸구를 해부해 보면 생식계, 소화계, 배설계 등이 파괴되고 없다. 따라서 선충의 기생에 의하여 벼멸구는 거의 모든 내부 기관이 파괴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기자 멸구의 방제를 위한 벼멸구선충의 활용성은 없나?
추박사 벼멸구선충은 산란능력, 부화율, 활동성, 생존력이 높은 선충이다. 따라서 선충이 분포하고 있지 않은 논이라도 선충이 분포한 논에서 4령충이나 성충을 채집하여 흙과 함께 옮기거나 알을 채집·증식하여 2령충을 벼멸구가 발생한 벼논에 인위적으로 접종하면 새로운 세대와 개체군을 형성할 수 있다.
실제, 벼멸구선충의 2령충과 벼멸구를 10:1의 비율로 처리하였더니 기생율이 33-63%나 되었다. 또 하나의 조사에서는 기생봉의 기생율은 1% 미만이었지만 벼멸구선충의 기생율은 40% 이상으로 활용성 높은 천적으로 확인되었다. 일단 벼논에 정착한 선충은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한 개체군을 유지한다.
정남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