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보호제는 크게 병원균을 억제하는 살균제, 해충을 잡는 살충제, 잡초를 방제하는 제초제와 함께 작물의 생장을 조절하는 생장조정제로 나뉜다. 여기에 살비제(응애약), 훈증제, 도포제, 훈연제 등 특수한 목적을 위한 제품들도 있다. 이번 특집에서는 이 중 급변하는 기후로 인해 특히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식물 병해를 방제하는 ‘살균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글 : 이재군 경농 마케팅본부 제품개발팀 살균제P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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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 ‘잘’ 사용하는 법 8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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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를 여러 번 살포하는 것보다 병해가 생기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먼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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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병의 원인을 찾아서 적절한 약제를 살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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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는 충분한 물량의 약제를 살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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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살균제와 침투성살균제 각각의 특성과 차이를 이해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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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보호제 사용 시 혼용하는 방법과 혼용액 특성을 알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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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별 방제체계를 활용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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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해·약해·생리장해를 구분해 적절한 처방을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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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 사용 시 작물별 주의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
살균제의 핵심은 충분한 물량의 약제 살포
최근 농업인의 고령화로 인해 적기에 약제를 살포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살포기기가 고도화됨으로써 약제 살포량을 줄이면서 병해 방제가 가능한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살균제 관점에서 이는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살균제와 살충제, 제초제는 방제전략에서 차이가 있다. 살충제는 해충이 눈에 보이거나 밀도가 어느 정도 증가한 후 약제 살포를 통해서 해충이 죽거나 섭식 작용을 멈추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초제도 논, 밭, 과수원에 발생한 잡초를 육안으로 확인한 후 제초제 살포를 통해 고사하는지, 생장이 멈추는지, 황변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살충제와 제초제는 모두 대상 해충과 잡초를 확인하고 약제를 살포하는 것이다. 동일 면적당 살포되는 유효성분량이 중요하고 살포 물량을 많게 하든 적게 하든 유효성 분량만 살포되면 방제가 가능하다.
살균제는 병징이 보이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살포해야 하며
이때 충분한 물량을 작물체 전체에 도포해야
하지만 살균제는 병징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나서 약제를 살포할 경우 침입을 준비 중인 병원체가 이미 식물에 더 많이 부착돼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느냐가 방제효과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현미경으로 봐야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병원체들이 식물체에 부착돼 침입과 감염을 시도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침입과 감염이 이뤄진 후 병징이 나타나야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뿐이다. 따라서 살균제는 병징이 보이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살포해야 하며 이때 충분한 물량을 작물체 전체에 도포해야 약효를 볼 수 있다. 이전에 과수는 500ℓ/300평 정도의 물량을, 채소 작물은 200~150ℓ/300평의 물량을 살포했다. 수도의 경우에도 출수 전에 120ℓ/300평, 출수 후에는 150ℓ/300평 정도로 충분한 물량이 살포됐다. 하지만 최근 무인방제기, ULV, 무인항공, 드론, 치파렐리, 연막기 등의 기기들을 사용하면서 살포 물량이 많이 줄었다. 물론 약제 살포 시간이 줄어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됐지만, 고온다습한 조건에서는 충분한 방제 효과를 보기 힘들다. 살균제가 식물체에 완벽하게 도포되지 않으면 매우 작은 병원체들은 그 틈새로 충분히 침입 및 감염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조건에서 살포 물량을 줄이더라도 병해가 발생 될 때는 충분한 살포 물량으로 식물체 전체를 약제로 도포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호살균제와 침투성살균제의 특성을 이해하자
살균제는 작용 특성상 병원균이 식물체에 침입할 수 없도록 막아주는 ‘보호살균제’와 병원균이 식물체에 침입한 후에 더이상 확대를 막아주는 ‘침투성살균제’로 구분할 수 있다. 식물병을 가장 효과적으로 방제하기 위해서는 보호살균제와 침투성살균제를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하는 게 핵심이다. 보호살균제는 기본적으로 다작용점을 가져 장기간 사용해도 저항성 걱정이 없다. 예를들어 다코닐, 다이센엠-45, 델란 등과 같은 약제는 1980년대부터 국내에 등록돼 지금까지 사용될 만큼 효과가 안정적인 제품들이다. 식물체 표면에 살포된 후에 약효 지속시간이 길며 원제 특성상 부착성도 우수하다. 병원균이 식물체 표면에서 침입을 하지 못하도록 포자형성 및 포자 발아억제 효과를 가지기도 했다. 다만 보호살균제는 병징이 발생한 후에 살포 시 방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 약제가 식물체 내로 침투이행이 안 되는 성분으로, 병 발생 시 표면에 있는 병원균 억제는 가능하지만 체내의 병원균은 억제가 안되고 계속 식물체 내부에서 생장 및 증식한다. 또한 보호살균제는 표면부착 지속성은 우수하지만 그 외 휘산성, 침달성, 침투이행성은 없다.
침투성살균제는 병원균이 감염된 이후에도 방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침투성살균제는 약제가 살포된 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식물체 내부로 이동해 체내에 감염된 병원균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대부분 2000년대 이후에 개발된 제품이 주를 이루며 단일 작용기작을 가지고 있다. 단일작용기작을 가지고 있는 제품들은 효과가 좋다고 작기 내에 연용하는 경우 저항성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으며 국내에서도 일부 살균제 성분들은 특정 병원균들에 대해 저항성이 나타났다고 보고되고 있다. 침투성살균제는 병원균이 감염된 이후에도 방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발병 초기인 5% 수준에서만 효과적이며 발병률이 5%가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약제의 혼용이나 살포 간격을 줄이는 추가 방제전략이 필요하다. 단점으로는 실제 살포되는 농도의 1/100도 식물체 내에 흡수 이행이 안 된다는 점이다. 고농도로 약제를 살포해도 소량만이 흡수 이행이 되고 이 소량의 약제가 병원균을 직접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단일작용기작으로 저항성 발생이 쉽다는 점도 있다.
보호살균제는 감염 전에 예방 위주로 살포하는 약제이고
침투성살균제는 감염 초기에 병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제
결론적으로 보호살균제는 감염 전에 예방 위주로 살포하는 약제이고 침투성살균제는 감염 초기에 병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제이다. 강우 전에는 보호살균제를 살포하고 강우 후에는 침투성 살균제를 살포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중에는 보호살균제 성분과 침투성살균제 성분이 합해진 혼합제들이 있으며 이들 제품은 함량 비중에 따라 보호살균제인지 침투성살균제인지를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작물보호제를 처음 접해보는 사용자들의 경우 보호살균제와 침투성살균제 단제 사용을 권장하며 두 제품의 차이를 경험해 보고 합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