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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미생물이란? 53. 냄새

“적군인가 아군인가, 냄새로 정보를 주고받는 미생물”

식물이나 미생물들이 주위 환경 정세를 판단하여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냄새이다. 식물이나 미생물이 어떤 냄새를 감지하느냐에 따라 분비하는 효소가 달라진다. 주위에 먹을 것이 많이 있다는 냄새나 신호가 감지되면 그 먹을 것이 어떤 종류인지를 판단하여 그것을 분해해서 내 몸으로 들여보낼 수 있는 효소를 만들어 내보내야 한다.

엄청나게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정보가 진실이며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다방면에 안테나를 세워놓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위 환경을 감지한다.

편협하거나 잘못된 정보는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할 수도 있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시킬 수도 있다. 신문이나 뉴스 또는 인터넷을 통한 정확한 정보 수집 및 명철한 판단 그리고 신속한 행동이야말로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현대인의 성공 법칙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판이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손해는 본인 스스로가 져야 하므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문명이 극도로 발달된 환경 하에 사는 사람들이야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정보를 얻지만 외부 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식물이나 미생물들은 어떻게 외부 환경 변화를 감지할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적자생존 법칙에 의해 사멸되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식물이나 미생물들은 어떤 방법을 동원하여 생존해가고 있을까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식물이나 미생물들이 주위 환경 정세를 판단하여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냄새이다. 어떤 냄새가 감지되는가에 의해 주위 환경을 간접적으로 가늠해 내는데 그 냄새는 적들이 분비해내는 것일 수도 있고, 옆에 있는 동료들이 내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 감지되는 냄새가 적이 분비하는 것인지 아군의 것인지 정확하게 식별해내야 한다. 정보를 분석해서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된다. 식물이나 미생물이 어떤 냄새를 감지하느냐에 따라 분비하는 효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주위에 먹을 것이 많이 있다는 냄새나 신호가 감지되면 그 먹을 것이 어떤 종류인지를 판단하여 그것을 분해해서 내 몸으로 들여보낼 수 있는 효소를 만들어 내보내야 한다. 미생물이 분비해내는 효소는 아주 덩치가 큰 물질을 미생물이 먹을 수 있는 작은 물질로 분해해 낼 수 있는 가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인데 이 효소라는 녀석들은 자기가 분해할 수 있는 물질 한 가지만 분해하는 좀 편협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우리를 아쉽게 한다. 밥알을 분해하는 효소는 밥알만 분해하여 포도당을 만드는 재주만 있을 뿐 고기나 김치는 전혀 손을 못 댄다. 이러한 효소의 능력의 한계 때문에 정확한 효소를 분비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효소라는 물질이 어디 거저 만들어지는 것인가? 효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세포내에서 필요한 효소에 관계되는 DNA가 2배로 부풀려져야 되고(물론 재료와 시간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2배로 만들어진 DNA를 통해 RNA가 만들어지고 이 RNA가 세포내 기관인 리보솜(Ribosome)으로 가야지만 그때서야 겨우 원하는 효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쳤지만 효소를 잘못 만들게 되면, 그 동안에 소요되었던 시간과 에너지가 헛된 것으로 되고 만들어진 효소는 쓸데가 없어 버려지게 된다.

그리고 멍청한 판단을 내린 미생물은 효소나 항생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주위에 적이 출현했는데 먹이인 줄 알고 먹이 분해 효소를 잘못 만들어낸 미생물은 다시 항생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때는 이미 늦어 적이 가까이 다가와서 잡아먹히게 될 것이다.

식물들도 휘발성가스를 분비해 정보를 전달

미생물을 배양하다 보면 미생물마다 다양한 냄새를 발생시킨다. 같은 미생물이라도 자라는 환경이 어떠한지에 따라 냄새가 달라지기도 한다.

효모는 구수한 빵 굽는 냄새가 나지만, 배지원에 어떤 것을 넣어주느냐에 따라 술 냄새가 나기도 한다. 유산균은 시큼한 우유 발효취가 나고 광합성세균은 독특한 수소가스 냄새가 난다. 광합성세균에서 다소 역겨운 암모니아 가스 냄새가 나서 그것이 광합성세균의 고유한 냄새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그것은 광합성세균 냄새가 아닌 배양 중 오염된 세균들에 의한 것일 경우가 더 많다. 이제까지 접해보았던 곰팡이들에서는 역한 냄새가 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곰팡이는 무취이거나 약간 단 냄새가 나기도 한다. 방선균은 종에 따라 다양하지만 고유한 흙의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이렇게 미생물마다 다양한 냄새를 분비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들끼리의 정보전달 신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식물들도 휘발성 가스를 분비하여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정보를 주기도 한다. 작물에 탄저병 곰팡이가 붙어 귀찮게 하면 “지금 탄저병원균이 내 몸에 붙어서 나를 성가시게 하는데 얘네들이 너희들에게도 갈 수 있으니까 조심해라”라는 정보가 담긴 물질을 분비해 낸다.

벌레도 마찬가지로 진딧물이 붙으면 옆에 있는 동료에게 진딧물의 출현을 알려주기도 하고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좋아하는 냄새를 발생시켜 멀리 떨어져 있던 무당벌레들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식물마다 저마다 분비하는 물질이 다양한 것이다. 이러한 물질을 연구하여 식물병이나 해충방제에 응용하면 식물들 스스로 자체 방어 능력을 유도하는 방법이므로 꽤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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