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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미생물이란?59.선충

구침이 들어갔던 구멍으로 곰팡이·세균·바이러스 침입

 

토양 선충을 구분할 때 구침이 있는 선충은 기생성이라 칭하고 구침이 없는 선충은 부식성 선충이라고 말한다. 구침이 있는 선충은 식물체의 뿌리에 접근하고 몸속에 들어있는 빨대처럼 생긴 구침을 뿌리에 박아 뿌리 속 영양분을 빨아먹는 것이다.

 

토양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다 보면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토양을 그대로 관찰하면 안보이고 물에 토양을 풀어놓은 후 그 물을 관찰하면 볼 수 있다) 아메바니 짚신벌레 그리고 이름 모를 생물들이 왔다갔다 하며 눈길을 끄는가 하면 징그럽게 생긴 선충이 토양 입자 밑에서 뱀처럼 기어다니는 모습도 관찰이 된다.

 

선충(線蟲, nematode)은 맨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토양 속 생물이다. 말 그대로 길게 실처럼 생겼다고 하여 선충이라 하는데 그 모양이나 생김은 가지각색이다. 크기도 종류마다 다양하고 유충은 더 작아 그 길이가 300정도 된다.

 

선충이 무조건 현미경으로만 관찰되는 것은 아니고 토양에서 선충을 분리하여 육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부 커다란 선충은 맨 눈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렇게 눈으로 보일 정도의 선충은 상당히 큰 종류의 선충으로 선충을 잡아먹는 포식성 선충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육안으로도 관찰이 가능한 선충을 고배율 현미경으로 확대하여 보면 무식하게 못 생긴 괴물이 꿈틀대는 것 같아 다소 징그럽기까지 하다.

 

선충은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막이 투명하여 내장이 다 보인다. 그래서 선충 내부의 소화기관이나 생식기를 관찰하며 이 선충이 어떤 선충인지 판별해내기도 한다.

 

요즘 농가에서 선충은 완전히 죽여 없애야 하는 못 된 놈으로 인식되어 그 방제방법을 찾아내는데 관심이 많다. 그러나 토양에서 선충을 분리해 본 경험으로 볼 때 실제로 작물에 피해를 주는 선충은 1~2%밖에 안되고 나머지 선충은 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고 토양 속에 있는 유기물이나 다른 미생물을 먹이로 살아가는 녀석들이다. 그것도 선충 피해가 있는 토양일 경우에만 그렇고 대부분의 토양에는 피해를 주는 나쁜 선충이 관찰되지 않는다.

 

우리는 크게 선충을 부식성 선충과 기생성 선충으로 나눈다. 우리도 한때 선충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때에는 뿌리혹선충(Meloidogyne spp.), 뿌리썩이선충(Pratylenchus spp.), 줄기구근선충(Ditylenchus spp.)이니 딸기잎선충(Aphelenchoides spp.)이니 하여 선충의 정확한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였으나 지금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여 식물에 가해를 하는 선충인지, 아니면 식물에 무해한 선충인지 이렇게 간단하게 분류를 한다.

 

 

이렇게 분류를 하는 기준은 선충의 입 속에 침()이 있는가에 따라 나뉜다. 현미경으로 30배 정도 확대를 하여 토양을 관찰하면 선충은 볼 수 있으나 선충의 내부를 들여다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선충을 끄집어내어 400배 정도로 확대해 보면 입 부분에 시커먼 침 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이것을 구침(口針, stylet))이라고 한다.

 

구침은 일종의 주사기 바늘같이 생겼는데 그 안에 구멍이 뚫려있어서 꼭 빨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구침이 있는 선충은 식물체의 뿌리에 접근하고 몸속에 들어있는 빨대처럼 생긴 구침을 뿌리에 박아 뿌리 속 영양분을 빨아먹는 것이다. 그렇게 구침을 이용해서 배부르게 영양분을 빨아먹은 선충은 구침을 빼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선충이 떠나간 자리에는 선충의 구침이 들어갔던 커다란 구멍이 식물 뿌리에 생겨날 것이고 이 상처 난 구멍을 통해 식물의 병을 일으킬 수 있는 곰팡이나 세균, 바이러스가 침입하여 마침내는 병이 발생되어 작물이 죽게 된다. 그러니까 구침이야말로 선충을 분류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에서는 토양 선충을 구분할 때 구침이 있는 선충은 기생성이라 칭하고 구침이 없는 선충은 부식성 선충이라고 말한다.

 

구침이야말로 선충을 분류하는 기준

그런데 토양 속 선충을 관찰하다보면 구침을 보기가 쉽지는 않다. 이 녀석이 가만히 움직이지 말고 있어야 몸속에 들어있는 구침을 관찰할 수가 있는데 좀처럼 가만히 있질 않고 계속 움직여대니 구침을 확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선충을 끄집어내어 기절시켜서 움직이지 못 하게 한 상태에서 400배로 확대하여 구침을 확인한다. 흙에 물을 넉넉하게 부으면 물속에 토양입자들이 풀어지는데 그 토양 입자들 사이에 움직이는 선충을 분리하기도 하고 아예 선충만을 분리하기 위하여 깔대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깔대기를 사용하면 어느 누구나 선충만을 깨끗하게 분리해 낼 수 있다. 분리된 선충액을 30~50배로 관찰하면 아주 조그만 벌레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이 관찰되는데 자기 머리카락을 하나 취해서 뱀처럼 생긴 선충을 머리카락에 걸리게 하여 건져낸 후 관찰한다.

 

그동안 선충을 죽이기 위한 실험들도 많이 해보았는데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선충의 죽은 모습을 보면 이 녀석들이 자연적으로 죽은 것인지 약제에 의해 죽은 것인지 알 수 있다. 자연적으로 죽은 녀석들은 길게 일() 자로 곧게 뻗어 있는 반면에 약제 처리를 하여 죽임을 당한 선충들은 둥글게 말려 있는 것이 관찰된다.

 

살아있는 선충을 모아놓은 액을 냉장고에 넣어놓으면 2주일이 지나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끈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선충 방제를 위한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하던 중 우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과 같은 기생충이 토양 선충과 같은 선충(nematode)이라는 것에 착안해 사람이 먹는 구충제를 약국에서 사다가 선충 방제를 시도해 보았던 적이 있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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