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3 (토)

  • 구름많음동두천 10.0℃
  • 흐림강릉 5.1℃
  • 서울 11.1℃
  • 대전 12.8℃
  • 대구 12.0℃
  • 흐림울산 13.4℃
  • 흐림광주 14.3℃
  • 구름많음부산 14.9℃
  • 흐림고창 13.8℃
  • 흐림제주 18.5℃
  • 구름많음강화 8.5℃
  • 흐림보은 9.2℃
  • 흐림금산 14.3℃
  • 흐림강진군 15.1℃
  • 흐림경주시 12.3℃
  • 흐림거제 15.8℃
기상청 제공

[조 박사의 농약이야기 #6]유통되는 국내 쌀 안전하다

한우집단폐사 TV 방영 내용 아쉬워


얼마 전 주말에 대학친구들과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남쪽 여수바다로 1박2일의 가슴 설레는 소풍길을 다녀왔다. 목적지로 도착한 여수바다 근처에서 오전부터 오후까지 녹녹하지 않은 여정길이었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여행힐링을 했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힐링의 즐거움은 마지막 여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TV를 시청하면서 끝이 났다.


숙소 내 TV에서는 시사교양분야에서 꽤 오래된 프로그램인 추적60분에서 ‘한우집단폐사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방영되고 있었다. 필자 또한 그와 관련된 내용을 사전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집중해서 시청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TV보도내용은 시간을 더해 갈수록 처음에 의도하고 상상했던 바와 달리 한우폐사의 의혹을 파헤쳐나가는 주제에서 벗어나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우리국민의 주식인 쌀의 안전성을 다루는 쪽으로 바뀌면서 도대체 어떠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 인지가 의심스러워 졌다. 또 농약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자칫 우리나라의 전체 먹거리는 농약에 의해 오염된 상태로 유통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프로그램은 금년 2월 경상북도의 성주 한우농가에서 급작스럽게 소가 이상증상을 보이면서 죽기 시작한다는 자극적인 문구로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몇가지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이면서 유사한 증상으로 소가 폐사했음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소의 직접적인 집단폐사원인으로, 소의 부검결과 위와 사료로 제공된 볏짚에서 동시에 검출되었던 농약성분인 포레이트(phorate)를 지목한다. 여기까지는 필자 또한 사전에 알고 있는 내용과 동일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농약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기인계농약에 대한 중독증상 및 유기인계 농약이 특히 반추동물에 대한 위해성이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인정하고 수궁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시료 채취ㆍ분석법 등 석연치 않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한우폐사 농가에서 일정 시간이 경과되어 보관하고 있는 볏짚을 자체적으로 분석기관에 분석을 의뢰한다. 결과는 의도했던 바와 달리 볏짚 중에는 phorate성분은 검출되지 않고 몇 가지 다른 농약성분이 검출되면서 우리의 주식인 쌀은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확대되면서 내용이 전개된 것이다.


당초 보도하고자 한 내용이 한우집단 폐사의 원인을 밝혀내는데 있었다면 원인으로 지목된 phorate성분 농약이 왜 등록도 되지 않은 볏짚에서 검출이 되었는지? 1)검출원인은 무엇이며, 2)폐사의 원인으로 제공된 볏짚이 친환경단지의 볏짚이었다면 왜 친환경단지의 볏짚에서 농약이 검출이 되었는지? 친환경단지의 농약사용 실태 등은 어떠한지 등을 먼저 밝혀내는 게 수순이 아니었나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보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보도자료를 원하는 지금의 방향과는 맞지는 않겠지만….)


또 20여년을 농약의 분석관련 업무를 수행해왔던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분석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시료의 채취과정(볏짚 및 현미)이 너무 엉성했다. 기본적으로 분석시료로 사용되기 위한 시료는 분석기관의 전문 담당자의 입회하에 시료채취의 일련과정이 이루어지거나 전문가 스스로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TV를 통해 보여준 볏짚 및 현미 등의 분석결과가 전체시료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대부분 농약의 검출농도 수준은 ppm단위에서 이루어진다. 1 ppm(part per million)라는 농도는 백만분의 1이라는 수치이며, 최근 분석기기의 진보로 인해 더 낮은 범위인 ppb(part per billion)수준까지도 무난히 검출이 가능한 상태이다. 이렇듯 분석수준이 아주 낮은 농도까지 검출이 되다 보니 초기 시료채취 과정에서의 작은 오염 등이 최종 분석단계에서는 커다란 수치의 오차를 범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 이번에 주로 이용된 분석법과 관련되어서는 벼농사와는 직접적으로 관련도 없으며, 등록도 안된 농약 등이 다수 검출되었다는 점과 농약을 분석하는 사람은 기본으로 알고 있는 phorate의 분석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대사물 성분이 제외된 케쳐스(QuEChERS) 다중분석법이 과연 이번 사건과 관련된 분석법으로 적합하였는지의 여부를 묻고 싶다.


작물별 농약 허용기준 지키면 안전해
취재과정에서도 밝혀졌지만, phorate가 한우폐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되어 보도내용에서는 부각이 안됐지만 농약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금번의 사건은 발생 초부터 정부합동 T/F팀과 농약업계가 발 빠르게 공조해 대처해 나갔다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조기에 원인물질을 밝혀냈으며,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마무리가 되었음을 지면을 통해 후문으로 전하고자 한다. 이 같은 부분이 취재과정에서 전혀 보도내용으로 나오지 않고 농약에 대한 위해성과 관련된 내용만 부각된 게 안타깝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 해명자료에도 나와 있지만 우리의 주식인 쌀과 관련된 안전성은 TV보도 말미에서와 달리 2013년도 유통?판매단계 안전성조사(1,558건) 결과 부적합이 1건(0.06%) 발생하였으며, 2014년도 유통ㆍ판매단계 안전성 조사(1,590건)에서는 현재까지 부적합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안전하게 유통 관리되고 있음을 매년 통계적인 수치로 나타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매회 이야기가 거듭되지만 농가에서는 농작물의 안전을 위해 농약사용이 이루어진다. 농약을 사용하게 되면 농작물에서 농약이 검출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농약이 검출된다고 무조건 오염된 농산물은 아니다.


작물별로 농약의 허용기준 이내에서 안전하게 관리되면 그것이 바로 안전농산물이 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농가의 농약사용에 대한 인식이 한층 더 성숙하게 변화돼 정해진 농약을 안전사용기준에 맞춰 정확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농약관련 취재를 하는 언론 또한 과학적인 근거를 통한 사실보도에만 전념해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왜 하필 한중FTA가 타결된 직후 농가의 시름이 더해질 때 이러한 보도가 나오게 되었는지 농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남는다.







포토뉴스




배너



기술/제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