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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을 잡기 위해 독소 만든 것이 아니다!

친환경 생물살충제의 대명사인 BT미생물의 놀라운 생존 전략

경기도 안성시 농업기술센터 친환경 미생물배양실에서 돌발해충 친환경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하여 친환경 생물살충제의 대명사인 BT미생물을 배양하여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이상 기온으로 인한 겨울철 고온과 여름철 폭염이 나타나면서 미국 흰불나방 등의 개체 수가 늘고 성장 속도까지 가속화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초기 집중 방제시기에 안전한 BT미생물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친환경 미생물 살충제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미생물이 바로 Bacillus thuringiensis(BT)이다. BT는 나방류, 파밤나방, 담배나방, 벼멸구, 모기 유충 등 다양한 해충을 방제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미생물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농업인은 "BT는 독소를 만들어 해충을 죽이는 미생물" 정도로 알고 있지만, 실제 자연 속에서 BT가 독소(Cry toxin)를 만드는 이유는 단순히 곤충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BT미생물 자체가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포자를 만들 때 같이 만들어내는 독소가 해충을 죽이는 것

BT가 독소를 만드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 미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을 알아야 하는데, BT는 원래 토양에 서식하는 세균이다. 토양은 영양분이 풍부한 곳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미생물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척박한 환경이다. 영양분이 부족해지면 BT는 일반적인 영양세포(Vegetative cell)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포자(spore)를 형성한다.

포자는 식물의 씨앗과 같은 형태로 먹이가 없어도 생존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열과 건조, 자외선에도 견디는 매우 강한 생존 형태이다. 그러나 포자는 살아남기 위한 형태일 뿐, 스스로 증식하지는 못한다. BT미생물이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BT미생물이 포자를 만들 때 같이 만들어내는 독소가 해충을 죽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BT미생물은 반드시 포자를 형성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BT는 어떻게 다시 증식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자연은 매우 놀라운 전략을 만들어 놓았다. BT는 포자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동시에 Cry toxin이라 불리는 독극물인 크리스탈 단백질을 함께 만든다. 일반적으로 농민들은 BT포자가 만들어진 뒤 독소가 생성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포자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모세포(Mother cell) 내부에서 포자와 크리스털 단백질이 거의 동시에 만들어진다. 이후 모세포가 자연스럽게 분해되면서 포자와 크리스털 단백질이 함께 외부 환경으로 방출된다. 이렇게 방출된 포자와 크리스털은 식물 잎이나 토양 표면에 오랫동안 존재하게 된다.


더운 여름 날 해충이 잎을 갉아먹으면서 BT를 함께 섭취하게 되는데 해충이 BT를 먹었다고 해서 금방 죽는 것은 아니다. BT독소는 물에 잘 녹지 않는 단단한 결정(crystal) 상태이기 때문에, 자외선이나 비, 미생물 분해효소에도 비교적 안정하여 외부 환경 속에서 오랫동안 활성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BT독소가 처음부터 물에 녹는 형태였다면 비에 씻겨 내려가거나 쉽게 분해되어 살충 효과를 오래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충의 몸속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나방류와 같은 해충의 위(胃)는 pH 9~11 정도의 강한 알칼리성을 유지한다. 이 알칼리 환경에서 BT독소는 빠르게 녹게 되고, 곤충 위장에 존재하는 소화효소인 트립신에 의해 작은 조각으로 분해될 때 그제서야 독극물로서의 위의 세포막에 구멍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BT의 목적은 곤충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곤충을 자신의 증식 장소로 이용하는 것
위 세포에 구멍이 뚫리면서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의 이온과 물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삼투압 균형이 무너진다. 결국 장 상피세포는 파괴되고 소화 기능은 완전히 마비된다. 해충은 먹이를 더 이상 섭취하지 못하고 수 시간 내에 섭식을 중단하며, 장벽이 무너지면서 장내 세균이 체강으로 침입하게되고 결국에는 패혈증이 발생하게 된다. 대부분의 해충은 수일 내에 폐사한다.


그렇다면 BT는 왜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곤충을 죽이는 것일까? 사실 BT의 목적은 곤충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곤충을 자신의 증식 장소로 이용하는 것이다. 독소가 위세포를 파괴하면 함께 섭취된 BT 포자는 곤충 체내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얻게 된다. 곤충의 체액과 조직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매우 좋은 영양원이다. BT는 이곳에서 다시 영양세포로 발아하여 증식하고, 영양분이 다시 고갈되면 또다시 포자와 BT독소를 만들어 환경으로 퍼져 나간다. 즉, BT독소는 BT가 곤충을 죽이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포자가 새로운 증식 환경으로 들어가기 위한 돌격대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BT가 만드는 독소는 단순한 독성이 아니라 오랜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낸 정교한 생존 전략
이러한 생존 전략 덕분에 BT는 수천만 년 동안 자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또한 BT독소는 곤충에서만 활성화되는 매우 높은 선택성을 가지고 있다. 포유류의 위는 강한 산성(pH 1~3)이기 때문에 곤충과 같은 방식으로 활성화되지 않으며, 활성 독소가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BT는 사람과 가축에는 안전하면서도 특정 해충만 선택적으로 방제하는 친환경 생물살충제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가 BT를 단순히 “독소를 만드는 미생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절반만 이해한 것이다. BT가 만드는 독소는 단순한 독성이 아니라 자연이 오랜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낸 정교한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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