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의 다양성 높을수록 안정성과 회복력 좋아져

2026.03.03 11:19:25

미생물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 섞이고 교류하며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간다

요즘 농업과 축산 현장에서는 토양 미생물, 가축 장내 미생물, 발효 미생물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며칠 전 신문을 보다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읽게 되었는데, 부부(기사에는 연인이라고 표현함) 간의 키스가 장 건강을 개선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얼핏 보면 농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늘 현장에서 강조하는 ‘미생물의 힘’과 맞닿아 있다.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미생물이 농업과 축산 분야에서 역할이 점점 중요해질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전반적인 모든 삶 가운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영국의 한 장(腸) 건강 연구 전문가는 함께 사는 사람들은 공간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과 생활 리듬까지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 10초간의 키스만으로도 최대 8000만(8.0×107cfu) 개의 박테리아(세균)가 서로 오갈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구강 미생물군이 교환되고, 그 영향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와 면역 체계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다소 과장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축산 현장에서 늘 경험하는 사실과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예를 들어 송아지가 태어나 어미의 젖을 먹고, 축사 환경에 적응하면서 주변 미생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가축의 면역력 형성과 직결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다양한 미생물을 접하고, 그 안에서 장내 미생물 균형이 형성된다.


야생에 사는 초식동물들은 새끼들이 어미의 똥을 먹기도 하는데 이를 전문 용어로 코프로파지(coprophagy)라고 한다. 장내 미생물 정착과 면역 형성에 중요한 역할로 인식이 되는데 새끼는 태어날 때 장이 거의 무균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어떤 미생물이 먼저 우점하는가에 따라 장 건강이 결정되고 면역력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어미의 분변에는 이미 검증된(?) 장내 미생물이 들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미의 면역력을 이어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태어났을 때와 같은 무균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 요즘 젊은 엄마들은 아기를 출산하고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는데 아기들이 적당한 외부환경과 미생물이 노출이 되어야 보다 강한 면역력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함께 식사를 자주 하는 커플일수록 소화 리듬이 동기화되고 대사 기능이 개선되는 효과도 나타났다고 한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비슷한 미생물 환경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핵심은 ‘미생물의 다양성’이다. 토양이든, 가축이든, 사람의 장이든 다양성이 높을수록 안정성과 회복력이 좋아진다.


병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미생물의 다양성이 깨지면서 시작
연구소에서 토양 분석을 진행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미생물의 다양성이다. 병원균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다양성이 떨어진 토양은 병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토양이나 가축 분뇨 등의 시료에서 미생물 분석을 진행해보면 빨갛고, 노랗고, 하얗고 검은 다양한 미생물들이 건강한 토양이다. 아무리 좋은 고초균이라고 해도 고초균만 우점해 있는 토양은 무엇인가 잘못된 토양이다. 병이 발생한 근본원인은 미생물의 다양성이 깨지면서 시작이 되기 때문에 어떤 원인에 의해 토양 미생물 다양성이 깨졌는지를 탐색하고 복원시켜주는 것이 현명한 농부가 해야 할 일이다.


농업에서도 단일 미생물만 반복 투입하기보다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공급하는 유용미생물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토양 환경을 개선하고 유기물 공급을 통해 미생물 군집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할 때에 땅심이라고 하는 지력(地力)이 증진되어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우점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축산에서도 사료첨가 미생물을 사용할 때 단순히 균 수(CFU)만 볼 것이 아니라, 장내에서 어떤 미생물과 상호작용을 하는지까지 고려해야 효과가 오래 간다. 특히나 축산 분야에서 사용하는 미생물은 미생물 자체 생균보다는 배양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대사산물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48시간 이상 배양하는 것을 권장한다.


키스를 통해 미생물이 교환되고 면역력이 증진된다는 이야기는 결국 우리에게도 익숙한 원리이다. 미생물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 섞이고 교류하며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간다. 지나치게 살균과 소독에만 집착해 모든 미생물을 적으로 돌리는 방식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면역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물론 식물병이나 가축에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 관리가 중요하지만, 동시에 유익한 미생물과 공존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요즘 농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기후 변화 등으로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럴수록 토양과 가축, 그리고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기본 원리에 다시 눈을 돌려야 한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미생물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흙과 가축, 그리고 몸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존재다. 부부나 연인 사이의 작은 스킨십이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미생물이 얼마나 우리 삶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다. 농업과 축산도 마찬가지다. 미생물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균형을 맞춰가는 실천이 결국 건강한 토양과 건강한 가축, 그리고 건강한 농촌을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뉴스관리자 newsam@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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