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에 도움이 되는 농업직불금제도가 제 기능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농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는 농민기본소득제 등 농정혁신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농민 평균 순농업소득이 1030만원에 불과하고 농축산물 생산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농민의 소득은 도시근로자의 6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또한 80%의 농민이 가구당 2800만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만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난 6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정책위원회·농민위원회(준)가 공동 주최한 ‘농민 기본소득 보장을 위한 농민수당 도입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충남연구원 박경철 책임연구원은 “농사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농민소득을 보완·지원하기 위해서는 농민기본소득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정 현실 ‘야생의 정글’…
세계 5대 곡물메이저와 경쟁
박 책임연구원은 “농업직불금은 수령액 양극화의 심화로 전체 150만명 직불금 수령자 중 9.6%(14만명)의 대농, 기업농의 농가당 평균 직불금은 350만원이지만 전체 75%.8%인 114만명의 직불금은 28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농이 영세농보다 무려 12배의 직불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 경지면적을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양극화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현행 직불금은 가지수가 너무 많고 복잡해 행정비용이 많이들 뿐만 아니라 불법수혜자가 상존하고 토지 면적을 기준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대농에게 유리한 구조”라며 “다수의 농업직불금 중 친환경농업직불금만 남기고 나머지는 기본소득으로 통합하면 모든 농가에 호당 월 5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원은 농업직불금을 재조정하고 불필요한 사업성을 과감히 축소하면서 토건사업비 및 행정비용 등을 절감하면 필요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제2 발제자로 나선 마을연구소 정기석 소장은 “농민이 처해있는 농정의 현실은 야생의 정글로 경쟁 상대는 이웃마을 부농정도가 아니라 5대 곡물메이저를 앞세운 초국적 자본과 세계열강”이라며 “체급이 다르다. 무지막지해 식량안보, 식량주권은 고사하고 처자식의 생존권조차 지켜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농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고 마땅히 ‘국가 기간산업’으로 대접받아야 한다”며 “농민들에게 정부에서 월 급여를 지급하는 일종의 ’국가책임 공익농민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농민수당 도입
도시 빈곤노인층 등 혼란야기 할 수 있어
종합토론에서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마두환 국장은 “도농간 소득격차 확대,농가 양극화,고령화등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라며 “영세 고령농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농촌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농민수당 제도를 만들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연구위원은 “농민기본소득제가 도시의 빈곤노인층이나 청년 실업자나 영세 자영업자 등의 문제와 부딪히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농가 입장에서 소득의 불안정성은 심각한 문제하기 때문에 현행의 농업보조금 제도를 재편하면 농가들에게 어느 정도의 현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농정부문 재정지출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기본소득제 도입이라는 명칭보다 농업보조금 개혁의 이름으로 합의의 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선정국 속에 농정이슈 부상 예고
정의당 정책위원회 최철원 연구원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농가소득을 도시근로자 평균 수준으로 증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며 “일정규모(약 0.2ha) 이상의 농지를 경작하는 농민을 대상으로 연령에 관계없이 매월 50만원·30만원·20만원을 경작수당으로 지급한다면 농가소득 양극화 해소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작수당으로 지급되는 농민수당의 도입과 농가 맞춤형 다양한 직불금제 도입만으로는 농가소득이 극대화되기 어렵다”며 “농민수당 극대화를 위한 전면적 농가등록제와 농업통합정보시스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관세 축소, 관세 철폐를 목표로 한 자유무역체제가 본격화 하면서 가격경쟁력이 약한 농축산 분야에 피해가 집중됐다”며 “충분히 예견된 일을 정부는 땜질식 누더기 대책으로 일관하는 등 20여년을 허비하는 동안 우리 농업과 농촌은 황폐화 되고 농민의 삶은 피폐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가경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농업도 농촌도 농민도 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대한민국의 식량주권이 흔들리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농업이 유지되려면 농가소득을 최소한 도시근로가구의 평균소득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소득양극화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민수당 도입 문제는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할 수 있는 여지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