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해도 정부·지자체·농기계업체들이 앞 다퉈 농기계 무상 수리봉사에 나서고 있지만 ‘농기계 부품 찾아 삼만리’, ‘묶음 판매’ 등 농기계 부품에 대한 농가들의 불만은 어김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농업기계화가 지속적인 수요창출보다는 대체 수요와 이미 보급된 농기계에 대한 효율적인 사후봉사로 전환된 만큼 농기계 부품의 효율적인 관리·공급 등 내실을 다지는 농업기계화 정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농기계 부품 고장의 특성, 수리 부품의 수요 예측 등에 부품 관련 연구도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농기계 부품 관련연구는 지난 2000년과 2003년 두 차례 서울대 김경욱 교수에 의해 이뤄진 것이 전부라 할 수 있다. 또 부품관리와 수리센터 등의 인력난 등은 농업기계화 정책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주요 기종 부품명·규격 등 ‘들쭉날쭉’ 매년 되풀이 되는 농기계 부품과 관련 민원 가운데 으뜸은 제각각 다른 부품명과 부품 규격이 손꼽힌다. 지난 2007년 3월 사용량이 많은 47개 농기계부품에 대해 ‘통일·단순화 명령제도’가 이뤄졌지만 주요 기종의 부품은 제조회사별·기종별·모델별 등으로 각각 달라서 20만 가지에 달하는 실정이다. 특히 제조업체에 따라 부품 판매 기록의 형식과 방법이 모두 달라 모델별 부품을 구별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증 수리 기간도 1~2년에 불과한 상황에서 일부 종합형 농기계업체의 경우 모델만 바꾼 신기종 출시를 자주하는 점도 농민의 애를 먹이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장 난 농기계에 대해 제조업체의 대리점이 아니면 작은 부품하나도 구할 수 없어 농번기에 농기계를 사용하지 못하고 세워두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동일한 부품인 경우에도 생산업체에 따라 부품명이 다른 점, 제조업체에서 제공한 부품이 부품 리스트에는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이래저래 농기계 부품을 찾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패키지 ‘묶음 판매’ 농민 부담 가중 업체와 기종별로 다른 부품 규격이 고질적인 병폐라면 부품을 낱개로 팔지 않고 ‘묶음 판매’하는 것이 신종 병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단일 부품을 한데 묶은 패키지부품을 판매하면서 판매단가를 높이는 주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 콤바인 예초기 날과 같은 부품은 낱개를 구입하기 어려워 수십 개의 날과 지지봉 등을 묶음으로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체인이 끊어지면 연결핀을 구하지 못해 체인을 모두 갈아야 하고 1000원 미만의 용수철 때문에 이앙기 축을 전부 교환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단일부품 공급이 줄고 여러 부품을 일체형으로 공급하는 상황은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주요 기종 대부분으로 확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부품이나 소모품 중에는 기술상 패키지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농기계의 수명에 |
부품 수색·배달 비용 모두 농민 ‘몫’ 농기계 사후봉사의 최대 문제점으로는 부품 재고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부품 부족 및 부재는 곧바로 농민의 경제적 손실로 돌아온다. 수리지연에 따른 농작업의 적기 상실은 수확량 감소 등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특히 농기계 부품의 부재는 이를 찾기 위한 수색과 배달 등에 소용되는 시간과 경비까지 모두 농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구 기종의 경우 단종 된 부품까지 있는 것은 물론 신기종 부품 일수록 일선 현장에서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대형 농기계의 부품은 수입 비중도 높아 최근 고환율로 인해 농민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부품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지만 소량 다품종으로 인해 가격 상승을 막기는 역부족이다”라는 것이 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욱이 부품 가격이 상승하자 중국 등지에서 수입한 일부 품질이 낮은 부품이 유통되고 있어 농민들의 피해만 가중시키고 있다. 업체·농협부품센터 ‘부품 택배’ 도입 농기계 부품 관련 불만이 지속되면서 제조업체들과 농협 농기계부품센터 등도 다양한 부품 공급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동·국제·동양·LG·아세아 등 종합형 농기계업체들은 농기계 부품을 빠른 시간 내에 농가까지 배달해 주는 ‘농기계부품 택배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대동공업의 경우 단종 된 부품이라도 필요할 경우 3개 이상 주문에 한해 주물생산을 통해 공급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농기계 수리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농협 농기계부품센터도 지난달 21일부터 6월말까지 영농 철 비상근무에 들어가고 지역농업 서비스센터 수리기사와 비상연락 체제를 유지해 부품보유 현황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사내 통신망을 이용해 ‘부품순회예고제’ 등을 주 단위로 공지하고 자체 순회차량으로 지역별 순회공급을 실시하고 있다. 긴급한 부품은 택배공급으로 익일배송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읍·면 수리센터는 부품 재고 ‘부담’ 그러나 소량 생산으로 인한 재고부족, 단종 등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농기계 부품 재고 부족 및 부재로 인한 농가의 어려움은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리점 등 사후봉사업소와 수리점 등의 영세성도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리점에서 일반적으로 원활한 사후봉사를 위해서는 연간 약 1억3000~1억5000만원 수준의 부품 재고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정능력이 취약한 읍면 단위의 영세한 농기계 수리점으로서는 이 같은 부품 재고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리인력의 부족은 향후 농기계산업에 태풍의 핵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매년 전국적으로 농기계 수리봉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영농과 수확 철에 한해 일시에 농기계가 사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시 수리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결국 사람도 없고 부품도 부족해 2주일 또는 한 달 이상 농기계를 세워두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기계화 영농이 자리 잡았는데도 농기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수리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해 생산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농민들의 푸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수리인력 근무 악조건 정부 ‘요지부동’ “농기계 수리 인력의 충분한 확보가 시급하다”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좋은 대우를 해줘도 농촌으로 젊은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는 의견도 일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농기계 관련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농기계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농촌 현장에 40대 이상의 여성인구가 남성보다 많아지면서 여성농민에 대한 농기계운전 교육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농기계 관련 교육은 단기간이 대부분이고 기계이용 기술교육과 운전교육 등이 주류를 이루면서 실질적인 수리인력 양성교육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양성된 농기계 수리인력에 대한 지위와 대우도 자동차 정비사 등 관련 직종에 비해 좋은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대리점과 읍·면단위 농기계수리점 등에서 근무하는 일부 현직 수리기사들의 경우 지역농협 수리기사로 들어가지 못할 바에는 이직을 검토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기 고양의 농기계수리센터 대표는 “농협과 일반 농기계수리센터 간의 임금과 복지, 노동 강도의 차이가 워낙 크다”며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근무하다가도 얼마 안가서 이직을 준비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기계 수리인력 양성과 안정된 근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귀농에 대한 지원 정책이 이뤄지는 만큼 농기계 수리인력도 귀농 차원의 지원, 또는 농업관련 일자리 창출 지원 등 다양한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미터기 부착 사용기간·량에 따른 ‘A/S’ 대형 농기계 구입가격이 3000만~5000만원에 이르지만 3년 이상 지나면 고장이 날 수밖에 없고 부품가격도 만만치 않다. 또 농기계는 사용일수가 한정돼 있어 A/S 보증기간을 1~2년으로 한정된 점도 농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요인이라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모든 농기계에 미터기를 부착해 사용량에 따라 A/S 기간을 환산, 연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에 제기되고 있다. 또 부품 규격과 부품명의 지속적인 통일화 작업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교환하고 고칠 수 있도록 하고 ‘부품관리’와 ‘수리인력 양성’은 정부와 업계 등 공통의 노력과 함께 농업기계화 정책의 일환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