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국민식탁 불안 가중

2017.09.01 18:00:46

허점투성이 전수조사 불신 자초, 대응방안 시급
내년 동물복지형 축사 의무화 및 사육환경 표시제도 시행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시작된 논란이 먹을거리 안전문제까지 이어지고 계란 가격이 폭락하는 등 그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문은 지난달 1일 네델란드와 벨기에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되면서 파문이 시작됐다.


유럽연합(EU)는 즉각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계란과 산란계 닭을 폐기했다. 유럽발 파문은 국내까지 이어졌다. 국내 산란계 농장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검출되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결과, 경기도 남양주와 광주시 농가에서 생산하는 계란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살충제 계란 파문은 화학 성분이 든 생활용품 등을 꺼리는 현상으로 케미포비아(화학공포증) 현상으로 확산됐다. 화학성분이 들어있는 물건을 살 때마다 ‘이건 괜찮을까’라는 걱정부터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전수조사 52개 농가부적합 판정, 전량 폐기
부실검사 불신 자초, 땜질 처방 도마에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현재 산란계농장 1239개를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한 결과, 52개 농가가 ‘부적합’으로 나타나 전량 폐기조치했다. 전수조사에서는 피프노닐(Fipronil)과 비펜트린(Bifenthrin)을 비롯해 에톡사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됐다.
특히, 2개 농장에서 사용이 금지된 DDT가 검출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닭에서 사용이 금지된 피프노닐은 개·고양이의 벼룩·진드기를, 비펜트린이 닭의 이(와구모)를 구제하기 위해 사용하다 검출이 된 것.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살충제 검출 농가의 정보를 식약처 및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고,유통된 계란에 대해 잠정 유통·판매 중단 조치는 물론, 정밀검사 후 부적합 시에는 전량 회수·폐기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정부의 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검사항목을 빠뜨린 부실검사 농장이 드러나고, 3개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추가 검출되는 등 허점을 드러내 불신을 자초했다. 또 계란 생산지와 생산자 정보를 담은 난각코드가 없거나 틀리게 표기된 계란이 나오면서 정부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사후처방에 급급한 나머지 땜질방식의 대응이 화를 키운 셈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현안점검회의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일부 부정확한 발표로 혼선이 빚어졌다”며 사과했다.


온난화와 밀식사육이 화 키워
친환경 방제법 제시 및 교육 강화필요

이번 파문은 지구 온난화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케이지 사육방식이 일반화 되면서 드러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그동안 농가에서는 진드기 퇴치를 위해 닭의 몸이나 사료에 섞여 몰래 먹여 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살충제는 장기간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약효를 높일 수 있는 미승인 약품도 사용해 왔다.
한 농장주는 “밀식사육으로 인해 닭은 갖은 병해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생산비 등을 고려해 저렴하면서 약효가 높은 약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도 “공장형 밀집사육은 닭 사육밀도와 진드기 밀도를 높이고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키워 더 강한 독성의 방제를 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살충제 계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있었으나 묵살된 점도 드러났다.


이번 파문에 대해 한국소비자연맹은 올해 초 경기 용인·화성·김천 등 5개 지역에서 유통 중인 계란 51점을 구입해 분석한 결과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한 농약이 검출됐다고 지난 4월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소극적 대응하면서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당시 조사에서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는 닭 진드기 발생이 많아지고 내성이 생겨 농약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각각 1점씩에서 검출됐고, 잔류허용기준도 초과했다고 밝혔다.


연맹 측은 당시 닭 진드기를 친환경적으로 방제할 수 있도록 종합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정부는 산란계 농가가 사용하는 농약에 대한 다성분 동시분석법을 확립 고시하고, 빠른 시일 내에 시중에 유통되는 계란 등을 수거한 후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1만원 계란 절반 가격대로 떨어져
부처간 엇박자 시급히 개선해야

이번 파문으로 계란 30개 한 판에 1만원까지 치솟던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8일 계란 한판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6548원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전인 지난 8월 중순 계란값(7515원)과 비교하면 12.9%, 한달 전(7754원)보다는 15.6% 하락했다. 또한 이번 파문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엇박자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으로 드러났다. 부처간 칸막이의 폐단에 따른 책임 떠넘기기와 부조리한 관행, 관리의 미비점 등이 드러나면서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국민의당 윤소하 의원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책이라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파동을 계기로 먹을거리 전반에 대한 안전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정부 부처간 손발이 안맞고 엇박자가 나오는 식품 검역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핵심정책토의에서 축사 환경을 바꾸기 위해 내년부터 신규 농가에 유럽연합(EU) 기준 사육밀도(마리당 0.075㎡) 또는 동물복지형 축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계란 껍데기나 포장지에 표시하는 ‘사육환경 표시제’도 내년부터 시행하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농식품 안전문제 등 현안 과제를 조속히 해결하면서 미래농업에 대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조형익 cho3075@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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