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와 꿀벌, 그리고 미생물의 역할

2025.09.01 06:29:24

유용미생물이 꿀벌의 면역력 회복에 중요한 열쇠
꿀벌 지키는 것은 농업 지키는 일, 결국 우리의 삶을 지키는 일

짧은 장마에 태풍도 없는 올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무더운 느낌이다. 밭에서 고추 좀 따다보면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다. 뉴스에서는 연일 “역대 최고 기온”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현장 농민들은 작물 관리뿐 아니라 가축과 꿀벌을 지키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단순히 온도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농업 전반의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게 되는 시기이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과일과 채소, 곡물
약 30%가 꿀벌의 수분 활동에 의존

꿀벌은 단순히 꿀을 생산하는 곤충을 넘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과일과 채소, 곡물의 약 30%가 꿀벌의 수분 활동에 의존하고 있다. 꿀벌이 줄어들면 농산물 수확량이 떨어지고, 이는 곧 농가 소득 감소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고온은 꿀벌의 생리와 생활 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데 꿀벌은 본래 벌집 내부 온도를 33℃ 내외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외부 기온이 35℃를 훌쩍 넘어가면 벌집 내부 온도 조절이 힘들어지고, 애벌레 생존율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애벌레시기에 온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거나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꿀벌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하게 되는데 더위를 피하기 위해 날개를 퍼덕이며 바람을 일으키는데 벌통 입구에 손을 대면 바람이 느껴질 정도이다. 또한 물을 모아 벌집에 뿌리지만 이 과정에서 체력이 크게 소모될 수 있다. 결국 야외 활동 시간이 줄어들고, 꽃가루와 꿀을 모으는 능력도 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여왕벌의 산란이 줄어, 꿀벌 집단이 약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고온 스트레스, 꿀벌의 장내 미생물 균형 무너뜨려
사람의 장 속에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하듯, 꿀벌 역시 장내 미생물을 가지고 있다. 꿀벌의 장내 미생물은 소화 효율을 높이고, 외부 병원균이 들어왔을 때 저항력을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고온 스트레스는 꿀벌의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리게 되는데, 일부 유익균이 줄어들면서 세균성 질병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더 쉽게 노출이 된다.

온도가 2~3℃ 올라가는 것이 우리에게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으나 모든 생명활동에 관여하는 효소에게는 치명적인 외부 환경요인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평상시 체온은 36℃이지만 감기에 걸려 열이 오르면 39℃가 되면서 몸이 힘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모든 생명체는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며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꿀벌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도 마찬가지로 평상시와 다르게 온도가 올라가면 자기 몸의 체온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렇게 에너지를 소모하고 나면 만사가 귀찮아져서 꿀 따러 가는 것도 게을러지게 된다. 실제로 여름철에 꿀벌이 세포성 노제병, 낭충봉아부패병 등 여러 감염병에 걸리기 쉬운 것도 이상 고온과 무관하지 않다.


미생물이 꿀벌의 ‘보호막’ 역할
흥미로운 점은, 최근 연구를 통해 유용미생물이 꿀벌의 면역력 회복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산균(Lactobacillus spp.)이나 비피더스균 같은 미생물은 꿀벌 장내에서 병원성 미생물의 증식을 막고, 고온으로 손상된 장세포의 회복을 돕는다. 또한 일부 미생물은 꿀벌의 항산화 효소 활성을 촉진하여, 고온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는데, 쉽게 말해, 미생물이 꿀벌의 ‘보호막’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꿀벌의 고온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양봉 농가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기본적인 차양 시설과 충분한 수분 공급을 통해 꿀벌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벌통을 직사광선이 강한 곳에 두기보다는 그늘을 확보하면서 벌집 내부의 통풍을 원활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꿀벌 전용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프로바이오틱스란 쉽게 말해 ‘좋은 미생물’을 보충하는 방법이다. 고온에 강하고 꿀벌의 장내 환경에 잘 적응하는 미생물 균주를 선발해 보급한다면, 꿀벌의 면역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농가에서는 유산균 기반 제품을 사양하여 꿀벌의 질병 발생률을 낮추고, 꿀 수확량을 늘렸다는 보고가 늘고 있다.


꿀벌의 감소는 단순히 양봉 농가의 문제가 아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사과, 배, 참외, 수박, 딸기와 같은 과일 생산이 큰 타격을 입게 되는데, 수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열매가 작아지고 모양이 불량해져 상품성이 떨어진다. 이는 곧 농가 소득 감소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꿀벌을 지키는 것은 곧 우리의 밥상을 지키는 일이기도 한데, 미생물은 보이지 않는 존재이지만, 꿀벌의 생존과 건강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동반자로 활용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라는 위기 앞에서, 농업과 양봉 분야는 미생물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기후변화 극복 위해 각 분야 전문가 협업 필요
기후변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지만 그 속에서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하다. 화성시 중소기업자문단 바이오의료분과 주관으로 “농업축산 분야 고온 스트레스 저감 대책을 위한 방법 모색”이라는 주제로 지구 온난화를 대비하는 전문가와 농업인의 토론의 장이 열린다는데 아무쪼록 연구자와 농업인간의 협업으로 구체적인 고온 스트레스 저감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


농업 축산 분야의 어려운 현안들을 농민과 연구자가 힘을 모아 유용 미생물 활용 기술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기후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꿀벌을 지키는 것은 농업을 지키는 일이며, 결국 우리의 삶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야 할 때이다.



뉴스관리자 newsam@newsam.co.kr
< 저작권자 © 농기자재신문(주)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PC버전으로 보기

전화 : 02-782-0145/ 팩스 : 02-6442-0286 / E-mail : newsAM@newsAM.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22길 8 미소빌딩 4층 우) 06673 등록번호 : 서울, 아00569 등록연월일 : 2008.5.1 발행연월일 : 2008.6.18 발행인.편집인 : 박경숙 제호 : 뉴스에이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