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내 농자재정책과 신설, 업계숙원 반영

2013.05.17 16:03:27

가격안정대책에 그친 산업육성방안은 함량미달

지난 3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농업 경영비 절감을 위한 농자재산업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부터 4달 동안 농자재관련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T/F팀을 구성해 산업 분야별 현황을 분석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서 하나의 방점을 찍는다면 농식품부 내에 농자재 전담조직인 농자재정책과(가칭)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농자재정책과는 농자재 안전·유통관리, 농자재 기술개발, 산업 육성대책 및 수급·관리가격 등을 전담할 계획이다. 농자재 업무를 총괄할 농자재정책과를 신설하면서 농식품부내의 관련 기능을 조정하고 역할부담을 강화하게 된다.

정부의 농자재정책과 신설안을 보면, 우선 ‘농자재산업육성 및 R&D를 총괄할 기획’ 업무가 새롭게 부여된다. 또 현재 농기계 업무를 맡고 있는 식량산업과의 기능을 조정해 ‘농기계 생산·유통관리’와 ‘농기계 임대사업 운영’ 업무를 농자재정책과에서 관장하게 된다.

이와 함께 친환경농업과와 안전위생과에서 담당하던 ‘비료·농약 생산·유통관리’ 업무도 포함된다. 원예경영과의 기능을 조정해 ‘시설농자재 생산·유통관리 및 지원’ 업무도 관장하게 된다.[표1]  

농식품부가 이번 종합대책에서 농자재정책과 신설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서다.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2003년 6월까지 존재했던 농자재 전담과(농업기계자재과)가 없어지고 농자재 업무가 분산되면서 정부차원의 관리·육성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농자재정책의 기초가 되는 통계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였다.

이번 농자재정책과 신설 계획에 대해 업계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관련 전문가는 “농자재산업 종합대책으로서는 함량이 부족한 이번 대책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잘한 부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농업과 농자재산업의 동반성장은 대책에서 실종

그럼에도 정부의 이번 농자재산업 종합대책을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은 씁쓸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새 술이 새 부대에 담기듯 농자재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담긴 대책을 기다렸던 업계가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대했던 농업과 농자재산업의 공생발전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종합대책이라고 했는데 이미 결정해 추진되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농자재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던 농식품부의 의지를 발견하기 힘들 만큼 알맹이가 없는 대책”이라는 혹평도 이어졌다.

이번 대책에서 농식품부의 발목을 잡은 것은 ‘농가 경영안정’이라는 키워드라는 지적이 있다. 농업경영비에서 농자재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농가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농가 경영안정을 위해 농자재가격 안정대책을 추진하면서 근본적으로 농자재산업 발전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었으나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다.

애당초 ‘농가 경영안정’이라는 키워드로 농자재산업 발전방안을 열겠다고 한 것이 잘못이라는 말이다. 정부가 ‘농가 경영안정’라는 토끼만을 쫓다보니 ‘고부가가치 농자재를 개발하겠다’는 또 한 마리의 토끼는 어느 지점에선가 놓쳐버렸고 결과적으로 알맹이 없는 대책이 나오고 만 것이다.

농협의 수요독점적 위치 해결책 안보인다

정부도 이번 대책에서 산업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은 만큼 국내 농자재 산업은 취약한 상태다. 우선 협소한 시장 규모와 업체의 영세성, 높은 원자재 수입의존도로 인해 매우 취약한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유가 및 요소·인광석 등 원자재의 높은 수입의존성으로 국제가격 급등시 바로 업체의 경영악화와 농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농자재산업의 수입의존도를 보면 화학비료의 경우 100%, 농약의 경우 88%에 이른다. 그런데 국제 요소 가격이 2009년 톤당 251달러에서 2011년 435달러로 뛰는 등 원자재 비용의 폭등으로 관련 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농자재 업체 대부분이 중소업체로 초기 R&D 투자비용 과다로 인해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해마다 줄어드는 농업인구와 농지의 축소, 수입농산물의 확대 등으로 인한 국내시장의 정체도 산업발전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다.

이와 함께 또 다른 걸림돌은 농자재 가격에 대한 농업인의 불신의 장벽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토, 농업용 광폭필름, 비료, 농약 등 업체의 담합 판정으로 인해 농자재 가격에 대한 농업인의 불신이 존재한다.

그러나 판정 당시로 돌아가보면 공정위는 농협중앙회가 수요독점적 지위에 있음을 언급하는 등 농자재 유통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번 대책에 대해 실망이 큰 이유 도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의지는 보이지 않고 농협의 수요독점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대책을 내놨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육성 위한 큰 틀 설정에 실패

정부가 발표한 이번 대책의 기본 방향은 ‘농업경영비 절감’과 ‘농자재 산업육성을 통한 농업과 농자재산업의 동반성장’이다.

목표 설정은 ‘2017년까지 농업경영비 중에서 농자재비용 증가율을 3.5%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농자재비용의 연평균 증가율은 4.0%다. 정부는 이를 위해 ‘농자재 사용량 절감 및 공동이용으로 경영비 절감’, ‘농자재유통구조개선·담합방지로 구입가격 안정’, ‘농자재 R&D 확대, 수출산업화로 산업기반 확대’를 내세웠다.

세부추진과제는 ‘농자재 사용 효율화’, ‘농자재 산업 지원’, ‘농자재 유통구조 선진화’, ‘지원체계 정비’ 등이다.

그러나 세부과제 실현을 통해 농업과 농자재산업의 동반성장을 이루기는 요원해 보인다. 산업육성을 위한 큰 틀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농자재 산업 지원’ 부분에서 농자재 수입대체를 위한 새로운 방안이 포함되긴 했지만 그로 인해 전반적인 산업육성을 기대하기는 농자재업계의 현실이 너무 팍팍하다.

고부가가치 농자재 개발 방안이 우선됐어야

‘농자재 이용 효율화’ 추진을 위해 정부는 농기계 비용절감을 위한 공동이용 확대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를 위해 신규로 잡은 사업이나 지원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농기계 공동이용 확대는 소규모농이 많은 우리 농업 현실을 생각할 때 업계에서도 이미 수용하고 있는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내수가 줄고 수출로 겨우 숨통을 트고 있는 업계를 위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대책을 보면 지자체 농기계 임대사업소 확대 및 운영 내실화를 위해 고추·마늘 등 전용임대사업을 포함한 밭농사용 농기계 임대사업소를 2016년까지 400개소로 확대한다. 또 사업평가를 실시해 우수 시군에 대해 증설·교체사업도 허용해 내용연한 종료 농기계 교체 등을 지원한다. 농기계 임대사업 지원대상에 농업기계 운송비 지원을 추가한다. 이와 함께 임대사업소의 최소 전문기술인력의 확보를 권고하고 구입가격 1% 수준으로 임대료를 현실화한다.

농협 농기계 은행사업도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논농사용 농기계은행을 2017년까지 800개소로 확대하고 2015년까지 농작업 대행면적을 벼 재배면적의 80%로 확대한다. 농기계 은행사업 운영자금을 1조 1천억원으로 증액하고 신규 농기계 공급을 확대해 다양한 규격·기종의 농기계를 보급한다.

지역간 농기계 공동이용도 시군을 넘어 시도간까지 활성화 한다. 도단위로는 사용시기가 다른 원거리 농기계 임대사업소 또는 은행간 공동이용 MOU 체결, 지역별 순차적 일괄 농작업을 추진한다. 이는 올해 6개 농협이 각각 짝을 이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사업효과 분석 후 전국적으로 확대를 추진한다.

농기계 임대사업과 은행사업의 연계 강화

시군단위에서는 근거리 농기계 임대사업소 또는 은행간 공동이용 풀(Pool) 시스템을 도입해 농기계 이용 향상과 이용자 편의성을 제고한다.

농기계 임대사업과 은행사업의 연계도 강화한다. 시군별 농기계 임대사업소와 농협 농기계은행을 연계하기 위한 콜센터 설치를 추진한다. 신규 농기계임대사업 추진시 콜센터 운영계획 포함을 의무화 한다. 또 농식품부 주관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 농기계 임대사업과 농기계 은행사업간 농기계 보유·임대 정보를 공유하고 이용을 촉진한다. 인터넷,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보유현황·예약상황 등 지역별 농기계 임대현황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맞춤형 농작업대행 서비스를 단순임대에서 맞춤형 작업 대행으로 확대한다. 농기계 조작이 어려운 고령·영세농의 영농활동 지원을 위해 시·군 임대사업소에 농작업 대행서비스팀 운영을 추진한다. 맞춤형 농작업 대행팀을 운영하는 농기계 은행사업단을 2017년 200개소까지 대폭 확대하고 농작업 일괄대행제(Turn-Key 방식)을 도입한다.

농협의 농작업대행팀과 지자체 보유 부속작업기를 연계해 밭농사 농작업대행 서비스를 확대한다.

이와 함께 규모화된 들녘별 경영체의 농기계 통합적 공동이용을 활성화 한다. 들녘별 경영체(50ha 이상)를 중심으로 2015년까지 공동 육묘룰 30%, 병해충 공동방제를 50%로 확대해 경영비를 절감하도록 한다. 농작업 일정을 사전에 협의·조정, 들녘별로 순차적으로 일괄 농작업을 추진해 농기계 공동이용을 활성화 한다.

농기계유통지원센터 설립, 수출 촉진

농자재 산업지원 방안으로 천안시에 농기계유통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중고농기계 처리 및 부품 수출로 농기계 산업을 키우고 수출시장 저변을 확대한다. 또 농기계·자재 산업발전 육성 및 수출 촉진을 위한 대한민국국제농기계박람회(KIEMSTA)를 활성화 한다. 농자재수출전략협의회를 통해 수출관련 제반 문제에 대한 대책도 협의한다.

농기계업체 생산지원자금을 2015년까지 1500억원으로 확대하고 농업기계화사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토록 관련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ODA(개발협력사업), 해외농업 개발과 연계해 농자재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해외농업 개발시 농산물 재배와 농자재산업간 계열화를 통해 가치사슬이 형성되도록 농자재산업 동반진출을 강화한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그러나 “새로운 내용이 없는 이번 대책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농기계업체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업계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아쉽다는 이야기다. 조금 다른 각도의 얘기가 되겠지만 이 관계자는 “여전히 3%를 적용하고 있어 농민들에게 부담이 되는 농업정책자금 금리를 1%로 대폭 낮춘다면 농자재산업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즉문즉답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농업인과 농자재산업의 현실을 큰 틀 안에서 조망할 때 현실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겠냐는 뜻으로 읽힌다.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유기질비료 정책 아쉬워

또한 비료·농약 사용량 절감을 통해 농자재 이용을 효율화하는 대책도 나왔다. 흙토람을 통한 토양 양분의 체계적 관리, 맞춤형 비료 공급으로 화학비료 사용량 절감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인 지도를 강화하고 맞춤형비료를 복합비료 전체 사용량의 50% 수준으로 공급한다는 방안이다. 2012년 ha당 236kg인 화학비료 사용량을 2018년 ha당 200kg으로 낮춰 15.3%를 절감한다는 목표다. 맞춤형비료 공급 원활화를 위해 ‘민간자율공급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농업인 선호도가 높은 맞춤형 비료를 개발 공급한다.

올해 1450억원을 지원하는 친환경 유기질비료 공급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우수한 비료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품질등급평가제도 정착시킨다.

비료 용탈·휘산에 의한 환경부하 50%이상 저감형 친환경적 비료, 농약사용량 40%이상 저감형 농약일체형 비료도 개발한다. 농림폐자원을 이용한 친환경 생초 미생물 혼합액비 산업화, 폐암면과 고분자폴리머 등을 활용한 수출전략형 기능성 비료도 개발한다.

친환경농자재 업계는 “유기질비료 지원이 확대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친환경농자재의 품질 확보가 유기농업을 살리는 길이 되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서 “농업 경영비 절감과 농자재산업 육성을 동시에 이룰 방법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단 유기질비료의 경우 국내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을 자원화하고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의 일부를 폐기물 발생처에 부담시킴으로써 제품가격을 인하해 실질적 농업경영비 절감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안도 있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유기성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한 비료 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무기질비료 안정기금 채택되지 못했다

화학비료업계를 위한 대책으로는 비료수출업체 대상 원료 구입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금리는 1%이며 지원조건은 1년 단기자금으로 차년 3월까지 상환하는 조건이다. 그나마 중소형 제조업체의 수출 촉진을 위한 정책 지원에 한정돼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한국비료공업협회 관계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해야 품질 좋은 비료제품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다”는 업계 현실을 알리고 무기질비료 안정기금마련 등 무기질비료 활성화 방안을 정부에 전달했지만 무엇 하나 이번 대책에서 반영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협회가 말하는 ‘무기질비료 가격안정기금’은 비료 생산업체와 정부에서 각각 50%씩 2000억원을 출자해 원료가격 상승시 원료구입자금을 연 1%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또 국내 내수비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원료구입을 위한 선도자금 형식의 자금 지원도 연 1%로 요청한 바 있다.

신물질 농약 개발 정책…업계 현실과 멀어

이번 농자재산업 종합대책은 농약업계에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농약의 국내 시장규모는 약 1조3000억원으로 제조, 수입, 원제 업체 101개 중 상위 10개 회사가 99%를 점유하고 있다. 연평균 100여 품목의 농약제품이 개발되고 있고 대부분의 제조시설이 선진국 수준으로 현대화, 자동화 돼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 정책은 화학농약 절감과 더불어 친환경농업, 미생물, 천적 활용을 권장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농약 사용량은 2003년 이후 약 2만4000톤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1년 기준 1만9000톤이 사용되고 있다. 수출은 주로 동남아 시장 위주로 추진 중이며 1990년 3300만불에서 2001년 5100만불로 증가하고 있다.

농약의 수출이 녹록치 않은 이유는 새로운 원제 개발이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과거 LG, 동부팜한농 등에서 개발한 원제 몇 가지만이 수출될 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신물질 농약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간 업계의 요구와 국내 농약으로 수입을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속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정확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생긴다.

정부는 민간의 신농약 개발 지원에서 매년 3종 이상 목표를 두고 원제 1종 당 안전성 원천기술 개발 비용에 150억원, 신물질 함유 농약의 산업화 연구비용에 농약 1종당 2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7년에는 농약원제 자급률을 12%에서 17%로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올해 농약 개발 R&D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그런데 농약 원제 한 가지를 개발하는데는 15년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게다가 한 원제를 개발하기 위해 수천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제 1종 당 150억원이라는 비용은 턱 없이 부족하다. 특히 최근 도입된 농작업자 노출량 시험 등도 한 건 시행하는데만 5000만원 가량이 소요되는 등 제반 비용이 높은데 이 같은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연차별 투융자계획을 살펴보면 지난해 친환경비료, 농약 개발 R&D 예산은 186억원이었으나 올해는 94억원으로 오히려 줄었으며, 병해충 예찰 및 방제 예산도 118억원에서 101억원으로 줄었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농약 사업의 신물질 농약 개발 등을 지원하면서 농약 사용량 절감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가격 하락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농약 사용량이 절감하면 제조회사의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유통구조가 농협을 중심으로 개편되면 막강한 ‘갑’의 지휘 아래 제조회사는 낮은 입찰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어지고 이에 따라 신농약 개발은커녕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된다.

농약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인데 이윤이 남지 않는 구조에서 수익을 내려면 제품이 부실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적정 이윤이 남을 때 새로운 원제 개발에도 힘쓸 텐데 정부의 미흡한 지원만으로는 개발을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우리 산업 키우기 위한 적극성 아쉽다

일각에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일본의 경우 자국 내에서 개발된 원제와 합제를 할 경우에만 원제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일본에는 작은 규모의 원제사들이 많은데 이 같은 제도가 뒷받침 된다면 국내 기업들도 원제 개발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제도를 현실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는 좀더 따져봐야 할 것이지만 농자재산업 육성을 위해 우리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소면적 작물용 농약 직권등록 확대

이번 대책에 대해 농약업계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다. 소면적 작물용 농약 직권등록을 확대하고 안전사용기준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66작물 196품목이던 것을 2017년에는 130작물 600품목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소면적 작물 재배 농가는 무등록 농약 사용에 따른 손해를 피할 수 있게 될 예정이며 농약 제조업계도 등록비 없이 판매처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소면적 작물 농약 직권등록시험에는 올해 25억원이 책정됐고 2017년까지 총 14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또 적정농약 사용을 위해 농약 안전사용정보 서비스를 구축한다. 농진청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을 통한 예찰·진단 그리고 농협의 농약사용종합시스템과 연계해 처방·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농자재유통센터가 만능의 역할 해낼까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농자재 유통구조를 선진화한다고 발표했다.

농자재 유통경로가 복잡해 농자재 가격에 대한 농업인의 불신이 높다는 것이 농자재 유통구조 개혁의 이유다. 정부가 진단한 농자재 유통의 문제점에 따르면 동일 자재라도 농협중앙회 계통공급, 지역농협 판매, 일반 판매상 등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또 최근 비료, 농약 업체의 가격 담합 적발 등으로 농자재 가격에 대한 농업인의 불신이 높다는 점이 유통구조의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농자재 유통비용을 10% 절감하기 위해 권역별로 농자재유통센터를 3개 건립키로 했다. 또 체인형 ‘농자재 전문 스토어’를 설립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농자재 유통구조 개선책은 농협의 농자재 유통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 각 지역에서 농자재를 공급하고 있는 소·도매 시판상과 대리점 3000여 곳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5년까지 중부, 호남, 영남에 농협 ‘농자재유통센터’를 건립한다. 농자재 취급품목을 확대하고 소량구매·다수배송에서 대량구매·통합배송 방식으로 물류방식을 변화해 구입단가 인하 및 물류비를 절감한다.

또 체인형 농자재 전문 스토어를 설립해 대형마트처럼 농자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농협자재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현재 전국 지역농협별로 농자재 판매센터를 운영하는 직영농협 70곳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확대 운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농협자재센터’에 토양진단, 농약·비료 처방 등 농작물생산에 대한 컨설팅 기능을 포함해 처방부터 구입까지 일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각 스토어별로 전문가 1~2명을 배치하는데 이는 농협의 80명 농약방제처방사, 토양진단센터 등 기존 기능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그림1]

유통대책에서 3000여 시판상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시판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농협만을 중심으로 유통 정책을 펴면 나머지 3000여 시판상은 모두 일손을 놓으라는 것과 같다”면서 “어떻게 시판은 전혀 고려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미 대형마트 등이 유통을 장악해 골목상권과 충돌하는 부작용을 보았고 이를 개선해 대형마트가 한달에 2번 정도 쉬는 등 상생하는 대안을 내놓는 것을 목격했는데 정부는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시판과 상생할 수 있는 대안책을 함께 마련했어야 옳다”는 것이다. “농협 중심의 유통구조 개편은 ‘슈퍼 갑’ 농협에게 더더욱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유통구조 단순화라고 표현했으나 농자재유통센터와 전문스토어가 설립된다 해도 실력있는 시판들은 반드시 살아남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유통구조가 단순화된다기보다는 농자재유통센터라는 유통구조가 한 단계 더 생겨 복잡함만 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농자재 유통구조 개선에 대해 부피가 크고 사용 물량이 많은 비료의 경우는 대리점과 딜러를 배제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우선으로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지적이다.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근거리 공급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 확립 위해 입찰담합 엄중처리 방침

정부는 공정거래 확립을 위해 입찰담합을 사후 발견시 계약금액 10% 환수를 구매입찰 계약서에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담합행위 신고 포상제를 도입해 입찰 담합시 개인에게 포상금 최고 1억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담합행위 신고 포상제 도입’을 내세웠다. 이를 올해부터 비료 구매시 시행하고 시행효과를 분석후 농기계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고업체에 입찰을 우선 배정한다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담합행위를 하는 기업에 대해 지자체 및 농협 등의 구매·계통사업에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부당행위를 한 업체에 대해 5년간 구매입찰 및 계통 구매계약 등에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농협의 계통담합시 계약금액의 10%를 배상금으로 환수토록 계약서에 반영하는 것도 추진한다.

담함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 계류중인 담합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 대해 피해액 이외 추가적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입찰 참여업체 대상 교육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농업과 농자재산업의 공생발전정책으로 나가야

이번에 농자재산업 종합대책을 내놓은 농식품부는 업계의 실망과 개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자재 관련 전문가 한 사람의 말을 빌리면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농업과 농자재산업을 마치 적대적인 관계로 오인하게 한 점”이라고 말했다. 어느 한 쪽이 출혈을 감수해야 나머지 한 쪽이 살아남는 것으로 보인다면 진정한 산업대책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농식품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분야별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발전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농기계, 비료, 농약, 시설 등 분야별로 추진계획을 보완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법·제도 정비 등에 대한 세부 추진계획과 연도별 세부 R&D 추진계획, 2014년 예산반영사항 등을 기재부와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농자재 공정거래, 산업발전을 위한 관련부처간 협의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공정위,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도 협의할 방침이다. 농자재 해외진출 확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KOICA), 농촌진흥청 등 부처간 협업과제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내에 농자재산업발전실무위원회를 구성 운영해 공조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을 통해 농자재정책과를 신설키로 한 것은 농자재산업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수확이다. 향후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농업과 농자재산업의 공생발전정책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이은원, 심미진 hiwon@newsam.co.kr, gaiaone@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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