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의 조류독감(AI)으로 인해 260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가 매몰처분 됐다. 국민 식탁을 지켜오던 계란마저 가격이 폭등하는 등 여파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AI는 지난해 11월 16일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첫 AI가 의심신고된 후 위기경보 심각단계(12월16일)를 유지하며 대대적인 방역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청정지역으로 일컬어지던 부산, 경남지역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경북,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국내 가금류 농장을 초토화 하고 있는 AI는 H5N6형이 대부분이다. 전파경로는 감염된 조류로 인해 오염된 먼지, 물. 분변과 사람의 의복이나 신발, 차량, 기구, 달걀껍떼기 등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란계 살처분 80% 육박… 닭·오리 2600여만 마리 살처분
지난달 25일 현재 총 114건의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100건은 확진됐고 14건은 검사 중이다. 축종별로는 양성농가 중 산란계 111, 육용오리 87·종오리 28·토종닭 15·산란종계 4·육용종계 7·육계 2·메추리 3·산란오리 1·오골계 1·관상조류 1 농가 등이다. 살처분·매몰은 예정을 포함해 531농가에 2614만수가 처리됐다. 이 중 산란계가 2041만수로 78.1%, 오리는 213만수 8.1%를 차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4~7건으로 신고가 감소하는 추세이나 경남도 추가발생 하는 등 감소 또는 증가를 예상하기는 어려 상황”이라며 “AI 긴급행동지침(SOP)보다 강한 살처분을 실시하면서 기존 살처분 물량은 조기에 처리하고 추가 발생한 농장은 24시간 이내에 살처분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대책 전국 확대… 관계부처 공조 강화
농식품부는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첫 고병원성 AI 확진이후 11월 18일 AI 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초동방역에 나서는 동시에 타 지역에 확산을 대비하면서 관계부처간 공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발생지역에 중앙방역팀을 파견해 방역대 설정및 축산차량 이동통제, 감염축 살처분, 거점소독시설 설치·운영 등 차단방역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역별 대책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경남 양산은 지난달 24일 AI 의심축 신고와 AI(H5N6형) 확인에 따라 방역대 설정과 이동제한 조치, 500m 이내 농장(3호, 10만여수), 역학 농장(2개소, 6만여수)의 가금류 즉시 살처분·매몰했다. 전북 김제에서도 발생 농장 인근에 가금류 농가들이 집중해 있는 등 전파 위험성이 있어 3Km 이내 농가에 대해 살처분·매몰을 조기에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소독제 효과 미흡 등 방역정책 총체적 부실 도마
정부의 방역대책 실효성에 대해 총제적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를 인용해 “AI확진 농장의 소독제 사용실태를 역학 조사한 결과 178개 농장 중 156개 농장에서 효력미흡 또는 미 검증·권고 제품을 사용하거나 소독제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된 제품마저 사용되는 등 AI 방역의 기본인 소독제마저 부적합하다는 것은 정부 방역정책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남지역의 한 동물약품 판매상도 “소독제 사용실태 역학 조사에서 나타난 써치팜, 쎄라텍 등 소독제는 판매 중지된지 오래됐다”며 “이같은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은 결국 감독기관의 관리 부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AI여파로 지난 11월 26일 토종닭 2만 7000수를 매몰처리한 윤세영씨(59,경기 안성)는 “매몰처리 일주일 전에도 방역당국 관계자가 방문, 방역상태를 점검하고 양호하다는 평가를 했었다”며 “정기적으로 소독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농장입구에 차단방역시설을 설치하는 등 평상시 방역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허사였다”고 허탈해 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이번 AI 발생 이전에 사용됐거나 농가 보유량 전수조사에 따른 반품(회수) 조치 이전에 사용된 제품”이라며 “일부 수거되지 않는 물량이 있을 수 있어서 지자체를 통한 농가보유 소독제 전수조사(수거)를 추가적으로 실시하는 등 소독제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살처분 역풍 계란가격 폭등
한편 이번 AI여파로 계란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산란계가 대대적으로 살처분 되면서 양계농장에서 공급하는 계란이 수요를 따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란가격은 불과 한두 달 전 만해도 계란 한판에 5천원~6천원대 이었으나 12월 말 현재 1만원까지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특란 한 판(30개)의 소비자 가격은 전국 평균 7940원으로 한달 전(5409원)보다 46.8% 올랐다. 한편 이번 AI확산으로 인해 계란 수급불안정은 병아리가 부화한 뒤 알을 낳을 수 있을 때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말쯤 돼야 풀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