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국내 GMO(유전자변형농작물) 수입 현황이 공개됐다. 지난달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년 간 국내에 수입된 식용 GMO 농산물 관련 현황을 발표했다. 식약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식품기업 5곳이 전체 수입량의 9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식품대기업인 CJ제일제당, 대상, 사조해표, 삼양사, 인그리디언코리아가 바로 그곳들. 더구나 이들 가운데 국내 최대 식품기업 CJ 제일제당이 가장 많은 수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CJ제일제당, 340만 톤으로 수입량 1위
경실련이 입수한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5년간 우리나라는 총 1067만712톤의 GMO 농산물을 수입했다.
해마다 수입하는 식용 GMO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2008년 155만3000톤이던 식용 GMO 수입량은 지난해 214만5000톤으로 38%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나라를 GMO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하나로 만든 것은 대기업들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주요 식품대기업 5곳은 1066만8975톤의 GMO농산물을 들여왔는데, 이는 전체의 99%에 해당하는 수치다.
1위는 국내 최대 식품기업 CJ제일제당이다. 이 회사 한 곳에서만 340만톤 가량(31.98%)의 GMO 농산물이 수입했다. 이어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이 236만톤(22.12%), 사조해표 177만톤(16.61%), 삼양 172만톤(16.11%), 인그리디언코리아 140만톤(13.175) 순이었다. 이 가운데 유일한 외국계 기업인 인그리디언코리아는 국내 주요 식품회사에 전분당 제품을 공급해오고 있다.
수입 품목으로는 대두와 옥수수가 주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식용 GMO 대두는 지난 5년간 490만5557톤 국내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 대두는 거의 대부분 CJ제일제당과 사조해표로 납품되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약 70만 톤의 식용 GMO 대두를 수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같은 기간 570만1533톤이 수입된 옥수수도 국내 식품기업들이 선호하는 GMO 농산물이었다. 대상과 삼양, 인그리디언코리아가 수입해 오던 GMO 옥수수는 2013년 CJ제일제당이 합세하면서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GMO 완전표시제 관심 재점화
경실련의 이번 발표와 더불어 ‘GMO 완전표시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계속 GMO 수입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GMO 농산물들의 사용처를 현행 제도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규로는 GMO 농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해 식품을 제조했다고 해도 GMO DNA 또는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을 경우 표시가 면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GMO를 가공해 포도당·지방산·아미노산 등 단백질이 아닌 다른 화학물질로 변했다면, GMO가 원료였다는 표시를 할 의무가 없다는 것.
경실련은 “GMO 농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한 식품은 예외 없이 GMO 농산물이 원재료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표시토록 하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경실련은 해당 수입업체들에 식용으로 수입한 GMO 농산물의 사용처를 공개해 줄 것을 또 다시 공식 요청했다.
한편 이에 대해 GMO 수입을 주도했던 해당 식품 대기업들은 별도의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
이런 가운데 식품 대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식품산업협회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안전성을 인정해 세계적으로 20년간 GMO를 사용해 왔다”며 “GMO 수입량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식량수급 혼란과 물가상승 등 소비자에 미칠 피해와 국내 식품업계가 입게 될 막대한 피해와 손실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볼멘 소리에 대해 경실련 관계자는 “소비자의 기본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식품업체와 식약처 그리고 국회를 상대로 지속적인 정보제공 및 제도개선 운동을 앞으로도 진행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