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류는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농경으로 인해 안정적 식량생산이 이뤄지자 인간의 지혜는 더 발달하게 됐으며 그로 인해 과학과 의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인구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기존의 식량생산 기술로는 증가한 인류의 먹거리 수요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2차 대전을 계기로 화학살충제인 DDT의 개발로 농경지 병해충을 박멸할 수 있게 되자 식량 생산량은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지속적인 농약의 남용으로 인해 저항성 병해충이 출현했으며, 인류는 병해충 방제라는 새로운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농약의 남용은 생태계 생물상을 단순화시켜 때로는 농경지에서 병해충의 폭발적 증가를 야기시키기도 하고, 저항성 병해충의 경우에는 방제가 거의 불가능한 종도 나타났다. 한편 농작물에 축적된 농약은 인류에게 치유불가능한 병을 유발시키기도 했으며 농약에 저항성이 없는 많은 종들이 멸절하는 단계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곤충학자나 병리학자들은 IPM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기존의 농약위주의 방제법에서 천적이나 페로몬, 불임충 등 총체적 방법을 동원해 병해충을 방제하는 친환경 작물보호 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결국 인간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고 자연생태계는 최소한으로 교란시키는 친환경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농약 사용을 줄이면서 병해충을 효율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각종 병해충 방제기술과 수단이 요구됐다. 기생균, 비병원성 세균이나 곰팡이, 유도저항성균, 길항미생물 등을 이용한 식물병 방제기술 개발이 필요하며, 해충을 잡아먹거나 해충에 기생하는 각종 천적류와 해충에 병을 일으키는 곤충병원성 미생물들을 이용한 생물적 방제기술과 곤충의 성페로몬을 이용한 해충의 방제기술 개발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친환경 농업 위해 생물적 방제기술 개발
농촌진흥청(청장 박현출)은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천적 및 미생물 등을 이용한 농작물 해충의 생물적 방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천적이용기술로는 시설작물에서 문제되는 점박이응애 등 주요 해충에 대한 우수 천적을 선발해 시설재배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확립했다. 또 미생물을 이용한 식물병 방제연구로는 흰가루병에 대한 중복기생균, 유도저항성균을 이용한 복합병해 방제기술, 병원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균을 이용한 상추 균핵병 방제와 오이 잿빛곰팡이병 방제, 비병원성 세균을 이용한 장미 뿌리혹병 방제 기술 개발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 들어 농업경영분석이 획기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가장 적은 노동력으로 고품질의 농산물을 가장 많이 수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농업선진국인 캐나다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비 벡터링 기술(bee vectoring technology)의 경우, 고품질 딸기나 토마토 생산을 위해 뒤영벌을 이용한다. 시설하우스 농가에서 Acremonium strictum BCP 균주를 벌통 입구에 설치하면 벌통을 드나드는 뒤영벌이 자연스레 이 미생물 제제를 몸에 묻혀 화분매개시 딸기나 토마토의 꽃이나 잎에 적절히 살포해 준다. 이는 딸기 재배시 가장 문제가 되는 쟃빛곰팡이병과 총채벌레, 온실가루이 등에 효과적으로 작용해 이들의 방제를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치 않게 해 줌으로써 경영비 절감에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해충 발생 예측 정확···적기방제로 농약 줄여
한편 해충 발생 예측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사과해충인 복숭아순나방, 복숭아심식나방의 발생예측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이들의 초발생기에 맞춰 방제를 실시함으로써 2차, 3차 발생을 억제하고 방제횟수를 연간 27회에서 연간 4~5회까지 줄였다. 이로써 방제비 절감뿐 아니라 농약의 오남용을 억제해 환경보존에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효적산온도를 누적해 애멸구 월동 1세대 성충의 본답으로의 이동시기를 지역별로 정확히 예측해 최근 문제가 되는 RSV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농촌진흥청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을 통해 농작물 주요 병해충 진단 및 발생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수요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교란 주파수 이용···해충 발생율 낮춰
IT/BT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음파를 이용해 시설재배 작물에 발생하는 아메리카잎굴파리의 방제에 활용할 경우, 저주파음(주파수 20Hz, 음압 86dB)을 5일 이상 틀어주면 약충우화율이 45%이상 감소하고, 가청음파(주파수 5,000Hz, 음압 95dB)를 24시간 틀어주면 아메리카잎굴파리 유충의 섭식량을 30% 감소시키고 산란수는 약 50% 정도로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농생산물의 유통에 있어 쌀포장지 표면에 페니로얄 식물정유를 흡착시킨 스티커를 부착함으로써 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어리쌀바구미 성충을 98% 이상까지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친환경 농업을 실현하고, 국민소득 증대로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고품질 안전 농산물 생산 및 공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