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와 상주시, 레바트(주), 농업회사법인 새봄은 지난 3월 18일, 투자양해각서(MOU)를 맺고 300억원을 투자해 올해 5ha, 2017년 5ha의 유리온실을 신축키로 했다. 약 3만평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유리온실이 완공되면 연간 6000톤의 토마토를 생산해, 이 중 40%를 수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은 지난 4월 7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 주된 골자는 외국자본의 농업생산 진출에 농림예산이 투입돼서는 안 된다는 것. 외국기업이 참여하는 유리온실 신축에 자유무역협정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FTA특별법)기금이 지원된다는 점에 크게 분개했다.
“기업 논리에 농민들 벼랑 끝에 설 것 뻔해”
대기업, 대자본의 농업생산 분야 진출은 한국농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가족농의 몰락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농민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에 129억 5000여만원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사실이 지역농민의 공분을 가져온 것이다.
상주농민회는 성명서를 통해 “외국자본은 이윤 추구가 목적인데, 토마토 수출가격이 맞지 않거나 내수 가격이 폭락하면 언제든지 다른 작목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특히 시설오이로 작목을 전환하면 상주시 오이 재배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원희 상주시농민회장은 “대기업이나 외국자본의 농업생산 직접 진출은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농업을 기업과 자본 중심으로 수직계열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FTA 예산 지급을 당장 중단하고 MOU를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년 전 동부팜화옹 사태 재연되나?
이번 사태를 보고 3년 전 동부팜화옹의 일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 동부그룹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유리온실에 약 38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난관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 제대로 운영조차 해보지 못한 채 유리온실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
농민들의 반발은 강했다. 동부그룹에서 생산하는 모든 상품들의 불매로 이어졌기 때문. 농자재뿐 아니라 동부그룹의 보험 상품까지 해지했다. 결국 농자재분야에서 상당한 영업이익을 올리던 동부그룹은 꼬리를 내렸다. 이후 380억짜리 유리온실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다가 헐값에 매각되는 최후를 맞이했다. 지금도 이때 동부한농에 FTA 지원금 87억원이 지원됐다는 사실이 두고두고 문제가 되었다는 점은 되짚어 볼 일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3년 경기도 화성 ‘동부팜화옹 토마토 유리온실’ 문제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한국토마토생산자자조회는 “상주시 유리온실 역시 수출은 허구에 불과하다. 이번 일은 3년 전 동부팜화옹 사태의 반복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철저한 검증 작업이 필요한 시점
현 사태에 대한 입장표명을 묻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중앙정부에서 사업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 각 시군에서 농정심의회를 구성하고 평가기준을 통해 지원이 확정되는 것이 관행”이라고 밝히고 “외국기업의 300억원 투자부분에 대한 실체 파악을 위해 경북도에 세부사업계획을 요청한 상태”라면서 추가 검토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주시 경제기획과는 보도자료에서 명시한 ‘첨단온실 사업으로 100여명 상시고용 전망’에 대한 근거에 대해서는 “업체의 설명을 인용한 것”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사업주체인 ‘농업회사법인 새봄’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상주시의 사업자 선정 기준과 관련해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북도청 한발 물러서나?
지난 4월 1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과 상주시농민회 소속 농민들이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주 외국기업 유치 유리온실 MOU 파기와 전면백지화’를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도청에서 진행된 면담에서 최웅 경북도청 농축산유통국장은 “농업인들이 상생하는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며 농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번 사태가 탁상행정의 불미스러운 사례로 기억되지 않도록 경북도청의 빠른 결단과 시정을 기대해 본다. 지자체는 허울 좋은 성과로 생색내기보다는 지역주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오상훈 기자 jayden@news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