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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2000년 역사의 국내 양봉산업

인프라 구축, 법령 및 제도 정비 등 미흡
꿀벌의 공익적 가치 재평가 필요

세계는 지금 꿀벌 군집붕괴현상에 고심
2035년 꿀벌 소멸 위기 우려까지
꿀벌의 화분매개 기능에 가치부여


지구상 존재하는 식물의 약65%가 화분수정이 필요하며, 대부분 곤충류, 비, 조류 바람이 주요 화분매개체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곤충류 중에서는 꿀벌이 대부분의 화분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꿀과 양봉업 연구전문인 영국 스털링대 연구진에 따르면, 꿀벌은 인류 존망의 지표로 평가하고 있다. 꿀벌이 생산하는 꿀과 꿀벌의 수분활동을 통해 생산되는 채소, 과일 등의 생산규모는 연간 400조원이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꿀벌이 사라지면 감자, 양파 등 100여개의 주요농산물 생산량이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농산물 가격파동은 물론 안정적인 먹거리 생산에도 위협을 줄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조선 중기 홍만선의 ‘산림경제’ 양봉기술의 구체적 기록 등장
우리나라 양봉의 기원은 기록상 고구려 동명성왕(재위기간 기원전 37년~기원전 19년) 때 재래종벌인 동양종 꿀벌(토종벌, Apis cerana)이 원산지 인도로부터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 조상들이 수렵과 함께 열매를 채취하여 먹거리를 해결하면서 바위틈이나 나무구멍에서 꿀을 발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농경생활을 통한 정착영농이 시작되면고 사유재산의 개념이 생겨나면서 자연발생적인 꿀벌의 소유가 양봉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문헌상으로 눈여겨볼 점은 삼국시대에 우리나라 양봉기술이 꿀벌과 함께 일본에 전해졌다는 기록이 있다. 백제 의자왕 3년, 서기 643년에 백제의 태자 풍(豊)이 꿀벌 4통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양봉 기술을 일본에 전했다고 되어 있다. 그 뒤 발해와 일본과의 교역에서 꿀을 주요 수출품으로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 양봉이 계속 발전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우리나라 양봉에 관한 기록은 세종 15년, 서기 1433년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꿀벌의 애벌레까지도 영약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조선 중기 이후 실학파가 등장하면서 홍만선(洪萬選)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 양봉기술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이 등장한다. 이후 많은 저술활동과 함께 양봉기술이 발달됐으며, 특히 순한글로 편찬된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벌꿀을 이용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이는 벌꿀의 수요층이 늘어나 양봉이 일반화되었음을 반증하는 자료이다.


1914년에는 양봉농가 호수, 벌꿀과 밀랍의 생산량, 꿀벌 사양방법, 벌꿀과 밀랍의 용도 및 수급상황, 양봉장려 대책 등을 종합한 실태보고서를 겸한 지침서로 ‘양봉조사(養蜂調査)’가 발행됐다. 1917년에는 윤신영(尹愼榮)이 양봉기술전파를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양봉전문 서적인 국한문 혼용의 ‘실험양봉(實驗養蜂)’을 간행했으며, 이후 양봉가들에게 오랫동안 교과서로 사용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양봉교재는 ‘양봉요지(養蜂要誌)’이다. 이 책은 독일인 카니시우스 퀴겔겐(Canisius Kugelgen, 한국명 구걸근, 1884~1964) 신부가 서울 혜화동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서양의 양봉기술과 경험을 국내에 보급하기 위해 1918년 국문으로 편찬한 책이다. 지난 해 1월 대한민국 왜관수도원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칠곡군이 협업하여 독일 뷔르츠부르크((Wurzburg) 인근 뮌스터슈바르자흐((Abtei Munsterschwarzach) 수도원으로부터 영구대여 형식으로 ‘양봉요지’ 유일본이 발간 100년 만에 우리나라로 반환됐다.


1980년대 꿀벌응애·백묵병 확산, 봉군 40% 피해
1993년 중국가시응애 피해, 양봉농가 70% 손실

국내 양봉의 황금기라 불리우는 1930년대에는 벌꿀의 용도가 다양화되었고 일반 서민층까지 수요가 확산되었다. 특히 제약용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당시 최대 제약회사였던 ‘천일약방(天一藥房)’은 한방소화제 ‘영신환(靈神丸)’의 원료 확보를 위해 양봉사업부를 설치하고 전국 산천을 이동하며 양봉을 했다.
1980년 말에는 100군 이상을 사양하는 양봉농가가 전국적으로 3,000호를 넘어서고, 부업양봉을 합하면 4만여 호의 양봉농가에서 약40만군의 봉군 수를 보유하게 되었다. 1987년 기준 4만8,000여 호의 양봉농가가 53만여 군의 봉군을 보유했으며, 그 중 재래종은 10만여 군이었다.


국내 꿀벌의 질병과 관련해서 1960년대 중반, 남부지방에 처음으로 발생한 꿀벌응애와 1984년의 곰팡이에 의한 백묵병(석고병 또는 초크병) 등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사양된 봉군의 약 40%가 피해를 받게 됐으며 1992년에는 급기야 서양종 꿀벌이 29만여 봉군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1993년 중국에서 꿀벌이 수입되는 과정에서는 중국가시응애가 유입되어 전국 규모로 발생했고 이로 인해 양봉농가의 70%가 경제적 손실을 보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고소득 작물인 딸기·참외·토마토·고추 등의 시설재배 면적이 늘어나면서 화분매개용 꿀벌의 수요가 급증했으나, 국내 사양꿀벌의 봉군 수가 부족해 매년 외국에서 화분매개용 꿀벌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토종벌에 심각한 질병은 국내에서는 2008년 최초로 발생한 낭충봉아부패병(Sacbrood, 囊蟲蜂兒腐敗病)이다. 토종벌의 에이즈(AIDS)라 불릴 정도로 치료제가 없으며, 2010년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현재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이 병에 걸린 유충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라 죽게 된다.


2010년 낭충봉아부패병, 가축점염병 지정
문제는 감염 봉군 살처분시 보상 근거 없어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낭충봉아부패병이 퍼지기 전인 2010년 전국 토종벌 봉군 수는 42만여 개였으나 2016년에는 전국 토종벌 양봉농가의 봉군 수가 1만개로 줄었다. 현재는 토종벌은 300농가에서 3만~10만개 정도의 봉군 수를 유지하고 있다. 토종벌 봉군 수가 많은 범위를 나타내는 이유는 여름철 10만개로 늘어났다가 가을과 겨울이 지나면서 병이 퍼지고 벌이 죽어 3만개로 줄어드는 현상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0년 말 낭충봉아부패병을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2014년까지 30만 통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토종벌 종 복원 사업도 추진했다. 2011~2016년에는 토종벌 보존을 위해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새로 토종벌통을 분양받는 농가에 벌통 하나당 40만원을 지원했고, 농가에서는 10만원 정도만 자부담하면 됐다.
문제는 낭충봉아부패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병에 걸린 봉군을 살처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과는 달리 꿀벌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보상해 줄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의 꿀벌 군집붕괴현상 발생
해외 선진국 꿀벌 화분매개 가치 집중

미국에서는 2005년 꿀벌(서양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이른바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캐나다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서부 해안지역에서는 꿀벌의 30~60%가, 동부 해안지역에서는 70%가 사라지기도 했다.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해마다 30~40%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2035년에는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꿀벌의 직접 생산품인 벌꿀보다는 화분매개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양봉농가는 벌꿀 생산액보다 화분매개 수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캐나다, 호주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꿀벌의 화분 매개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일본도 벌꿀 생산보다는 화분수정 효율화를 위한 정책 수립을 우선시하고 있다.


일본의 양봉 사육가구 수는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육가구 수의 37.9%, 사육군 수는 8.9%에 불과하며, 가구당 평균 사육군 수 역시 우리나라의 23.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일본의 벌꿀 자급률은 2017년 기준 6.2%에 불과하며, 전체 수입벌꿀 중에서 중국산 벌꿀의 비중이 69.6%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는 양봉업에서 화분매개 기능이 농업에 미치는 경제적 가치를 약3조5,298억원 규모로 높게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2017년 기준 직접 생산물 가치 827억원의 42.7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일본 정부는 1955년 제정된 양봉진흥법을 통해 꿀벌의 화분수정 효율화를 위한 정책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2012년 개정을 통해 꿀벌 관리지침 도입 및 밀원식물 보호와 증식 정책 등을 추가한바 있다. 이를 통해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에서 밀원식물 보호 및 증식에 대한 정책 시행을 명시했으며, 각 도도부현에서는 꿀벌 사육 현황 및 밀원 상태 파악을 통해 적정 봉군 배치 및 질병 방역을 위한 조치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러한 조치는 부저병을 비롯한 꿀벌 전염병 예방의 목적이 가장 크며, 벌을 키우고자 할 때 취미양봉 또는 전업양봉을 불문하고 매년 주소지의 지방자치 단체장에게 사육군 수와 장소, 기간 등을 등록해야 하며, 이동 양봉의 경우에도 사전에 이동하려는 곳의 지자체장에게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100군 이상 사육농가 35% 수준
벌꿀 생산량 1만5,000톤 세계 0.6% 점유

국내 양봉 사육가구 수는 2013년 1만9,903가구에서 매년 평균 5.5% 증가해 2017년에는 2만4,629가구로 조사됐다. 사육 군수는 2013년 176만 군에서 연평균 8%씩 증가해 2017년 239만 군으로 증가했다. 사육 가구당 평균 사육 군수는 2013년 88군에서 2017년 97군으로 연평균 2.4% 늘어나 사육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꿀벌 사육농가의 규모는 100군 이상이 35% 정도 수준으로 벌꿀 생산량은 군당 약20~25kg이다. 벌꿀 생산비는 미국, 중국, 베트남, 호주, 캐나다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17년 전 세계 벌꿀 생산량은 240만 톤이었으며, 그중 중국이 전체 생산량의 22.6%인 54만3천 톤을 생산했다. 이어 터키가 4.7%인 11만4,000톤, 아르헨티나가 3.2%인 7만6,000톤, 이란이 2.9%인 7만 톤, 미국이 2.8%인 6만7,000톤을 생산했으며, 우리나라는 1만5,000톤을 생산해 세계 생산량 중 0.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양봉산업의 가치는 꿀벌의 화분매개 과정을 거쳐 생산된 양봉산물의 경제적 가치에 한정되어 있다. 그 결과 양봉산업이 환경과 농업, 경관에 미치는 역할과 가치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산업의 중요도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으며 그에 따라 양봉산업의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 법령 및 제도 정비 등이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2017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농림축산검역본부, 국립산림과학원, 양봉협회, 한봉협회, 양봉농협, 산림조합 중앙회 등 7개 기관 및 단체들이 국내 양봉산업의 발전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양봉산업 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협의회는 밀원식물 확보를 통해 양봉산업 생산성 증대 방안을 마련하고 꿀벌 질병 저항성 품종의 육성과 방제기술의 개발, 외래 병해충 유입방지를 위한 검역 강화, 양봉 산물의 소비촉진을 위한 정부기관·농업인단체·조합 간의 협업과 유대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양봉농가들에게 실익이 되는 각종 방안 등을 발굴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올해 8월, 양봉산업육성법 국회 통과
민관 협업 통한 실천 방안마련 중요

양봉농협 조사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상기후에 따른 벌꿀 생산량 감소로 인해 양봉농가는 소득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양봉농가의 재해지정 요구 및 양봉사료 지원대책,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농가 경영안정자금 지원, 밀원수 식재 확보 및 밀원수 식재 산림의 직불제 실시, 전업 양봉 농가 육성 정책, 양봉업 허가제 및 거리제한제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양봉농가의 요구를 반영하여 지난 2018년 11월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관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올해 8월 ▲양봉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사항 및 사양관리 기술향상을 위한 지도, ▲벌꿀의 품질향상과 유통구조 개선, ▲소비홍보 등 벌꿀제품의 수요확대, ▲양봉산업 관련 실태조사, ▲전문인력 향상 등에 관한 사항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양봉산업에 종사하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전국 양봉인들의 숙원이었던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되어 양봉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법률적 뒷받침이 마련되었다”며 “중요한 것은 이를 기초로 양봉산업에 산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민관의 세부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26일 ‘양봉산업육성법 제정에 따른 지방자치 단체의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담당한 농촌진흥청 조남준 잠사양봉소재과장(현재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은 ‘양봉산업육성법’ 이후 국가 연구기관의 전문화와 대학 연구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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