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몇일 지나면 경칩(驚蟄,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깨어나 활기가 넘치는 절기)을 지나 춘분(春分)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추위도 덜하고 눈도 적게 내려 지구 온난화의 간접적인 영향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아무쪼록 좋은 날씨와 일기를 주셔서 올해 농사 준비가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배고픈 욕구만을 채워주는
정체모를 먹거리들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몸과 흙은 둘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즉 우리 몸과 토양은 하나이므로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 생활에서 섭취하고 있는 먹거리들의 일부는 수천 km 바다를 건너온 것도 있다.
어떻게, 어떤 비료와 농약으로 재배되었는지 모르는 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에 버젓이 올라와 우리의 배고픈 욕구만을 채워주고 있다. 그렇게 정체 모를 먹거리들을 먹는 사이에 우리의 몸이 우리가 살고 있는 기반인 흙과 따로 따로 나누어져 둘이 되어버렸다.
현대인들이 예전보다 훨씬 잘 먹고 풍성한 삶을 누리면서도 아픈 곳은 더 많아지고 전에 없던 이름도 어려운 몹쓸 병들이 늘어만 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도 한 몫을 하지는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나마 농산물을 수송하는 비용이 높았다면 지금처럼 값싼 수입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이렇게까지 위협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농업 통계를 보더라도 석유값이 오르면 농산물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농산물을 생산하거나 수송하는데 석유를 때는 것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농업에서도 온풍기를 가동하여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석유가격이 농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어쨌든 석유가격의 높고 낮음에 따라 국가의 성장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미생물들을 이용
알코올을 만들 수 있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중의 하나가 알코올이다. 알코올은 술로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 브라질에서는 알코올과 가솔린을 섞어 만든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가소홀(gasohol)이라고 한다. 브라질은 드넓은 대지에 사탕수수를 심어 저렴한 가격으로 알코올을 생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미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대체연료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미생물들을 이용하여 알코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알코올을 생산해 내는 재료는 식물(나무)이다. 산과 들에 우거져 있는 모든 식물들이 알코올을 생산할 수 있는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 하여튼 미생물은 못 하는 것이 없는 만능 재주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농업에 효모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
미생물 실험실에 있으면서 한때 대체에너지 개발을 하기 위해 미생물을 선발하고 실험하였던 적이 있었다. 식물(나무)은 주로 섬유소(Cellulose, 셀룰로오스)라고 하는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섬유소는 포도당의 중합체이다. 즉 포도당이 손에 손을 잡고 길게 실처럼 한 줄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섬유소이다. 이렇게 크고 긴 물질인 섬유소는 곰팡이가 잘게 잘게 잘라서 포도당으로 만들 수 있다(가끔 세균들도 자를 수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곰팡이가 더 잘 자른다). 이렇게 조각 조각으로 끊어진 포도당을 효모(yeast, 이스트)가 발효를 해서 알코올을 만든다는 것이 그 원리이다. 효모는 빵을 만들 때 밀가루 반죽을 부풀리게도 하고, 술을 만드는 등 우리 사람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미생물이며 요즘 농업에 효모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경기도 용인지역에서 효모가 포함된 미생물 복합균을 오이에 처리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킨 실험 예가 있어 소개를 하고자 한다. 복합균은 효모를 포함하여 바실러스, 유산균, 광합성균을 사용하였으며 혼합비율은 다 같은 비율(1:1)로 혼합하여 250배로 희석하여 엽면살포를 하였다. 8월5일 정식하고 3주가 지난 때부터 3.3m2(평)에 10㎖씩 투입시켜 일주일 간격으로 총 3회를 처리하였다.
실험 결과를 관찰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오이 굵기로 무처리구는 평균 31.8mm인데 비해 복합 미생물 처리구는 34.9mm로 3.1mm가 증가하여 한 눈에 보더라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무게를 측정한 결과 일반 재배 오이의 평균 무게가 181.6g인데 비해 혼합미생물 처리구는 196.4g으로 14.8g이 더 나갔으며 오이 길이 또한 무처리구(42.6cm)에 비해 처리구는 47.7cm로 5.1cm의 차이를 확인하였다. 이렇게 오이에 효모가 포함된 복합미생물을 처리하여 생산성이 향상되는 결과를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