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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하고 섬뜩한 자살유도 기생충, ‘연가시’

농업분야에 커다란 골칫거리 중 하나인 토양 속 해충들! 특히, 시설재배로 인한 연작이 늘어나면서 토양선충의 피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농민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땅 속에서 발생하는 토양해충의 피해는 예방 및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는 토양해충과 관련하여 전문가를 통해 정확한 이해와 예방 및 방제에 도움이 되고자 몇 회에 걸쳐 기획연재를 싣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토양해충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다른 곤충에 피해를 주는 특이한 생활상을 갖고 있는 ‘연가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매년 가을, 행운(?)이 따르면 사마귀의 배에서 가늘고 기다랗고 단단한 검은 벌레가 고무락거리며 탈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연가시’이다. ‘연가시’는 기생 기주를 물가로 유도하여 물로 뛰어들어 자살케 함으로서 자신은 탈출하고 기주는 죽게 하는 섬뜩한 기생충이다.
‘연가시’는 철사처럼 가느다란 모양으로 사마귀나 여치 등과 같은 다른 곤충의 몸 안에서 기생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산란을 위해 숙주인 곤충의 뇌를 조종하는 특이한 생존 방식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 ‘연가시’가 어떻게 숙주의 뇌를 조종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며, 다만 숙주를 물가로 유인하는 신경조절물질을 분비해 자살을 유도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김영민 주연의 재난영화 ‘연가시’에서는 치사율 100%의 변종 ‘연가시’가 사람 몸에 기생하여 극심한 갈증을 유발하고 끊임없이 물을 마시거나 물속에 뛰어들도록 유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 영화 속에서와 같이 ‘연가시’가 사람의 뇌를 조종해 물가로 유인한 사례는 없다.


전세계 22속 350여종, 국내 약8종 분포‘
성충 크기는 수cm~60cm 이상까지

‘연가시’는 말총을 닮았다 하여 홀스헤어웜(horsehair worm) 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칼로 잘랐다는 전설의 고르디우스 매듭을 닮았다 하여 고르디안스웜(Gordians worm)이라 불린다. 동물분류학적으로는 유선형동물문(Nematomorpha) 철선충목(Gordioidea)에 속한다. 선충(nematode) 모양이면서 단단하여 우리말로는 철선충, 철사벌레라고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22속(genus), 350여종(species)이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7여종의 의심종(species inquirendae)을 제외하면 약8종이 분포한다. 주로 민물에 서식하며, 바다에는 갑각류에 기생하는 유선충목(Nectonematoidea)의 바다유선충(Nectonema)이 있다.


‘연가시’는 수 cm에서 60cm 이상까지 다양한 크기로 존재한다. 우리나라 사마귀에 기생하는 긴털흑연가시(Chordodes japonensis)의 수컷 체장은 10~32cm, 암컷체장은 11~39cm 정도였고, 왕사마귀연가시(C. fukuii)의 수컷체장은 17~21cm, 암컷체장은 26~32cm정도였다. 체색은 투명한 우유빛, 황갈색, 흑갈색 등을 띤다.


‘연가시’의 생활사를 살펴보면 ①‘연가시’는 암수딴몸으로 양성생식을 한다. 교미는 봄, 이른 여름, 가을에 하며 수컷이 암컷을 뚤뚤 휘감고 교미한다. ②교미 후 암컷은 30~60cm의 기다란 아교질 끈 속에 알을 낳는다. ③부화한 유충은 식물이나 물가의 적당한 기질에 포낭을 형성한다. ④사마귀 등 기주가 이들 포낭을 직접 섭취하면 소화관에서 포낭은 퇴화하고 유충은 체강에 들어가 발육을 계속하며 기생한다. ⑤하루살이 유충 등 부적합 기주가 포낭을 삼키면 퇴화하였다가 다시 대기기주(가성기주, Paratenic Host)의 조직에서 포낭이 된다. ⑥그리고 이들 대기기주를 최종 기주인 포식충 등이 먹게 되면 포낭은 분해되고 기생생활은 계속된다. ⑦기생한 ‘연가시’는 기주내의 주변조직과 중요한 영양을 취한다. ⑧발육을 계속하여 기주 내에서 단단한 사리를 튼다. ⑨성장한 ‘연가시’는 기주를 물가나 습지로 유도하고, 기주로 하여금 물로 뛰어들어 자살케 한다. ⑩이 때 ‘연가시’는 기주를 탈출하여 물속으로 들어가고 기주는 치사한다. ⑫탈출한 ‘연가시’ 성충은 먹이활동을 하지 않고 물속에서 자유생활을 한다.



물이 있는 곳에서 주로 발견
실내 발견의 경우 감염 기주에서 탈출한 것

‘연가시’는 주로 개울, 저수지, 강, 못, 습지, 농수로 등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간혹 스위밍 풀, 애완동물 물그릇, 가축의 구유, 수조, 새의 물통, 세면대, 욕조, 변기 등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때때로 등산로의 배수로 등에서 종종 발견된다.
그 외에도 기주로부터 탈출한 연가시가 하나 또는 무더기로 농작물의 잎이나 줄기, 풀잎이나 줄기, 물가의 돌 주변 등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실내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기주가 실내에 들어와 활동할 때 탈출한 것들이다.
‘연가시’의 기생과정은 2가지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연가시’ 유충을 기주가 직접 섭취하는 경우이다. 식물이나 물가의 적당한 기질에 포낭을 형성하고 있는 부화유충을 기주가 먹이와 함께 섭취하면 바로 기생이 이루어져 기주체에서 발육한다.
두 번째는 조금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①수서생활을 하는 하루살이 약충, 모기 유충, 깔따구 유충, 올챙이 등의 대기기주(Paratenic Host)가 '연가시‘ 전기생유충(Preparasitic Larvae)을 섭취한다. ②이들에게 섭취당한 전기생유충은 섭취당한 후 대기기주의 체강에서 포낭을 형성한다. 예를 들면 하루살이 약충에 기생한 전기생유충은 하루살이 약충이 성충이 될 때까지 포낭상태로 존재한다. ③기생당한 하루살이, 모기, 깔따구 등의 성충을 사마귀, 귀뚜라미, 딱정벌레, 물방개, 왕잠자리 등이 기생한 ’연가시‘ 포낭유충과 함께 섭취한다. ④대기기주체에 있던 포낭을 분해하고 ‘연가시’ 유충은 기주의 체강에서 발육한다. ‘연가시’의 성장은 종과 기주에 따라 수주에서 수개월(약3개월) 정도다.


국내 분포 사마귀와 ‘연가시’ 종류
지난 2012년에서 2013년까지 2년 동안 8월에서 11월까지 국내 야산, 저수지, 개울, 농지, 강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사마귀를 채집한 결과, 채집된 사마귀는 왕사마귀(Tenodera aridifolia), 사마귀(T. angustipennis), 좀사마귀(Statilia maculata), 참사마귀(Statilia nemoralis), 넓적배(아시아)사마귀(Hierodula patellifera) 등이었다.
그 중 왕사마귀가 가장 많은 숫자로 채집되었고, 그 다음이 사마귀로 많은 개체수가 채집되었다. 그 다음은 좀사마귀, 넓적배사마귀, 참사마귀 순이었지만 채집 개체 수는 많지 않았다.


이들 채집된 사마귀 중 왕사마귀와 사마귀에서만 ‘연가시’의 기생이 확인되었다. 주로 ‘긴털흑연가시(C. japonensis)’였으며, 왕사마귀에서는 ‘왕사마귀연가시(C. fukuii)’도 발견되었다. 사마귀와 왕사마귀의 ‘긴털흑연가시’ 기생율은 각각 27.0%와 10.7%였다.
특히 산, 저수지, 개울, 농지, 강변 등 사마귀의 주요 분포지에서 채집된 사마귀 중 ‘연가시’의 기생 비율은 42.9%(49곳 중 21곳)였다. 채집지별 왕사마귀와 사마귀에 대한 기생율은 개울에서 각각 10.8%와 18.0%, 저수지에서 각각 40.9%와 8.8%, 무수원지에서 각각 16.7%와 8.0%, 농경지에서 각각 22.2%와 19.6%로 나타났다.
사마귀 1기주 당 ‘긴털흑연가시’의 기생수는 1~9마리였다. 대부분은 3마리 이하였다. ‘연가시’ 기생은 사마귀의 소화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생식계에는 영향을 미쳤다. 즉, 왕사마귀와 사마귀 암컷의 보란율은 기생 당하지 않은 기주의 경우는 63.7%였으나, 기생당한 기주는 2.6%에 불과했다. ‘긴털흑연가시’의 월에 따른 발육단계는 8월 하순은 모두 유충이었으며, 9월 초순은 유충과 성충이 혼재하고 10월 하순은 성충만 발견되었다. 기생율이 가장 높은 시기는 9월 하순으로 나타났다.


곤충 및 갑각류에만 기생
인축 및 식물에는 피해 없어

서두에 밝혔듯이 연가시가 사람에게 기생하면서 뇌를 조정해 유해를 가한적은 없다. ‘연가시’는 사마귀, 메뚜기, 땅강아지, 여치, 귀뚜라미, 바퀴, 딱정벌레, 먼지벌레, 물방개, 왕잠자리, 날도래, 노래기, 지네, 거미, 거머리, 달팽이, 민달팽이 등이다. 바다유선충은 갑각류에 기생한다.
이외에 사람, 가축, 애완동물, 식물 등에는 기생하지 않기 때문에 인축이나 식물에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 다만, 인축과 관련하여 몇 건의 흥미로운 발견 사례가 존재한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5개월짜리 수컷 강아지의 배설물에서 연가시(Gordius sp.) 발견 된 사례가 있으며, 2살짜리 50kg 수컷 집개의 구토물에서 21.5cm의 오디흑연가시(Chordodes koreensis) 수컷이 발견되기도 했다. 일본에서 집고양이의 구토물에서 5.85cm의 연가시(Gordius sp.) 발견되었으며, 특히 인체와 관련해서는 2009년 11월 일본 교토지역에서 80세 할머니의 구토물과 배설물에서 측연가시(Paragordius sp.)가 발견된 사례와 같은 해 12월 나라지역에서 1세 남아의 입에서 측연가시(Paragordius sp.) 수컷이 발견된 사례가 있으나 이와 관련하여 피해나 사망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영화 ‘연가시’에서와 같이 인축에 기생하는 ‘치사율 100%의 돌연변이 연가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흔히 존재하는 물을 통해 감염된다는 점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변종 기생충이나 바이러스들의 등장에 대한 부분은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미 우리 농업현장 속에서도 방제약제에 대한 다양한 저항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다음 기획연재부터는 농업과 관련한 토양해충에 대해 자세히 조명할 예정이다.  

편집_이창수 기자 cslee69@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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