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에 이어 폭염, 가을장마까지 이상 기후 현상이 빈발하면서 식물공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농업과 제조업의 만남, 식물공장’이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은 인공광형 식물공장이 사업화되고 미국은 도심에 고층 빌딩 형태 연구가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기술의 전반적인 수준이 아직 뒤쳐져 있다는 평가다. 식물공장은 일정한 시설 내에서 빛, 온도, 습도, 공기(이산화탄소 농도), 물, 영양분 등 식물 배양에 필요한 모든 환경 조건을 인공적으로 통제, 제어해 농작물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른바 공장제 생산 시스템을 도입한 농업 방식인 것이다. 식물공장을 적용한 농업 방식은 기존 농업 방식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징을 보인다. 첫째, 연중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모든 환경 조건이 인공적으로 제어되는 시설 내부에서 작물이 재배되므로 농작물을 1년 내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재배작물의 규격화 및 정량화가 가능하다. 체계적인 생산 설비에서 작물이 재배, 수확되므로 크기나 용량 등이 규격화된 작물을 제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기존의 주요농업 방식인 노지 재배에 비해 훨씬 개선된 시장 대응 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 조명 설비와 건물 형태로 시설 분류 식물공장의 유형별 분류는 통상 조명 방식을 기준으로 한다. 조명을 태양광에 의존하는 경우, 태양광 이용형 식물공장으로 분류한다. 조명 설비를 인공광에 의존하는 식물공장은 인공광형(완전제어형) 식물공장으로 구분된다. 일부에서는 인공광형 시설을 진정한 의미의 식물공장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완전제어형 설비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격리돼 있어 빛, 온도, 습도 등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환경제어 문제를 완전히 인공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연중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간적인 형태로 태양광과 인공광을 모두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태양광과 인공 광원을 병용하는 식물공장은 단층형 건물이더라도 재배 설비를 다단 또는 입체식으로 설치하기 위해 층고를 높인 형태가 되는데 이를 수직형 식물공장이라고도 한다. 기술의 융복합화, 농업 획기적 발전 기회 식물공장은 국가 경제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업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다양한 산업, 기술이 접목돼 전후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융복합형 사업이란 점이다. 식물공장의 설치와 운영에는 건물 설계, 시공을 위한 건축업, 식물 재배 설비를 위한 기계 산업, 환경 조건을 인공적으로 구현, 제어하기 위한 IT기기 산업들과 재배 기술을 위한 농업 및 적합한 종자 개발을 위한 종자 산업 등이 모두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식량 안보 문제의 대응 방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성도 확보된다면 식물공장에서는 야채, 과일 뿐 아니라 주식용 곡물인 쌀, 밀, 옥수수 등의 생산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물공장이 단기적으로는 각종 야채류 등 일부 농산물의 안정적공급원 역할을 하고 장기적, 전략적 관점에서는 기존 농업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한 식량 안보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완전제어형 공장의 실용화 단계 현재 식물공장 관련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국가는 일본이다. 1970년대 관련 연구를 시작해서 지금은 태양광 이용형에서 완전제어형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식물공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식용 작물을 생산하는 식물공장의 사업화도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성 확보 문제로 1990년대 무렵 GE 등 주요기업들이 연구를 중단했던 미국에서는 최근학계를 중심으로 도심에 위치한 고층 빌딩형식물공장(Vertical Farm)이란 새로운 형태의 식물공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고층 빌딩형식물공장은 기존의 단층형, 수직형 식물공장보다 훨씬 크고 형태도 다른 만큼 환경 제어용 설비, 통합 제어 기술이 훨씬 복잡하고 투자 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사업화 노력 소수 중소기업 중심 199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한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정부나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농촌진흥청, 각종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가 가속화 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올해 수직형 및 복층형 식물공장을 설치해 각종 작물의 생육 자료 축적 등에 활용할 예정이고 수직형 식물공장의 사업모델을 2015년 무렵까지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추진 중이다. 또 소규모 식물공장 시스템을 내부에 갖춘 컨테이너형 식물공장 시스템을 남극 세종기지에서 설치하기도 했다. 사업화 노력은 일본과 마찬 가지로 소수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기술의 전반적인 수준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공조명 설비, 수경재배 기술 등 개별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기술 대비 50~8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식물공장에 적합한 전용 품종의 개발 기술은 세계 수준의 20% 정도에 그쳐 현저하게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또 개별 기술을 통합 제어하는 설비 제어 기술에 대한 연구도 아직 미진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