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를 10,000등분을 할 때 그 한 눈금을 1마이크로미터(㎛)라고 하는데 연구소에서 흔히 사용하는 광학 현미경으로 1,000배 확대해서 관찰해도 분간이 쉽지는 않은 아주 작은 단위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미생물 특히 세균들은 1~2마이크로미터 크기인데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미생물들에 의해서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의 역사가 좌지우지되어 온 것에 대하여 부인할 수는 없다.
세균에 의해 15세기 유럽의 르네상스가 일어난 것
흑사병(페스트)을 일으킨 세균에 의해 유럽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바람에 토지와 식량의 여분이 생기고 먹고 사는 걱정이 없어지자 인생의 낭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다가 15세기 유럽의 르네상스가 일어난 것도 바로 예르시니아 종(yersinia sp.)이라고 하는 세균에 의한 것이다.
또한 1840년대 아일랜드 사람들의 주식인 감자에 역병(phytophthora infestans)이 들불처럼 번져서 수년째 수확을 못하게 되자 어차피 굶어 죽을 것은 불 보듯 뻔 한데 여기서 죽으나 미지의 신대륙에 가서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기근을 피해 신대륙 아메리카로 넘어가 지금 미국의 선조가 된 것이 아닌가?
미생물학자인 체임 바이츠만이 세균인 클로스트리듐 아세토부틸쿰(Clostridium acetobutylicum, 유전자 변형 미생물)으로 폭탄을 만드는데 필요한 아세톤을 대량생산하지 않았더라면 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이 과연 승전국이 될 수 있었을까? 독일을 물리치고 영국을 승전국으로 만들어 준 유태인이었던 체임 바이츠만의 간청으로 중동의 팔레스타인 민족을 몰아내고 이스라엘을 건국하게 해준 것도 어떻게 보면 미생물의 주도면밀한 계획 가운데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토양 병원균 극성 원인은 토양 지력의 현저한 저하 원인
이렇게 미생물에 의해서 우리 인류의 역사 흐름이 크게 바뀌어져 왔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의 삶 가운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인해 가축이 살처분되고 확산을 막기 위해 투입된 인력과 비용도 무시 못할 것이리라. 몇 년 전 메르스 바이러스로 인하여 우리 대한민국이 겪었던 혼란과 중국 관광객을 비롯된 외국인이 우리나라로 향하던 여행 발길을 끊는 바람에 입은 경제적 피해, 국민들의 불안 등 메르스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주었던 영향은 말로 헤아릴 수 가 없을 것이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식물병으로 인해 농작물 생산량의 36.5%가 감소된다는 결과가 있는 것을 보면 우리 농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식물 병충해를 억제하고 죽여버리기 위해 효과 있는 농약을 연구 개발하여 농민에게 보급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살충제와 살균제들이 시판되고 있다. 이렇게 화학적 합성 농약을 작물에 살포하고 토양에 주기적으로 투입해 주는데 식물병원균들은 퇴치가 되지 않고 오히려 더 극성을 부리는 것은 바로 토양의 지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에 기인한다.
왜 병원균 차단해도 병에 걸리는 걸까?
우리 사람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병이 오는 것처럼 토양이나 식물도 똑 같다. 토양의 면역력인 지력(地力) 즉, 땅심이 떨어지면 병이 오는 것이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던 동료 하나가 재채기를 하고 콧물을 흘리고 몸에 열이 나면 분명히 감기에 걸린 것이다. 감기 걸린 동료가 재채기를 할 때마다 몸 안에 있던 감기 바이러스가 외부로 방출 될텐데 같은 공간에 있던 동료들도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중에 감기가 옮아 고생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동안 상식적으로 병원균을 차단만 잘하면 병에 안 걸린다고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열심히 소독하고 손에 묻은 병원균을 제거 할려고 소독제나 청결제 등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병원균을 차단했어도 병에 걸리는 것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그동안 23년 동안 토양 미생물을 분석해오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 바로 토양 미생물상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것이다. 토양에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물론 병원균도 포함해서 말이다. 토양 분석결과 병원균이 발견되었다고 하면 농민들은 심각하게 걱정을 하게 되고 어떻게 하여야 병 발생을 막고 또 어떤 약을 뿌려야 좋을지를 물어온다. 그런데 병원균이 있다 하더라도 그 병원균이 토양 미생물 중 하나의 구성원으로 존재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는다. 다만 그 병원균이 토양에서 우점을 하게 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좋은 토양이란, 미생물들 협조와 견제
잘 이루어져 균형 이루고 있어야
토양에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서 싸우기를 좋아하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미생물은 주위에 있는 미생물들이 잘 자라도록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이렇게 토양 미생물들이 협조와 견제가 잘 이루어져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하는데 좋은 토양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균형이 깨지게 되면 일부 미생물들이 우점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균형이 파괴된 토양들에서 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토양에는 세균이나 곰팡이 할 것 없이 다양한 미생물들이 존재하고 있는 토양에는 병이 덜 오거나 병이 오더라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 그러나 병을 달고 사는 토양은 미생물상이 편협하다. 아무래도 흙속에 농약이나 화학비료가 자주 투입되면 토양에 있는 미생물들의 균형을 깨뜨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토양의 균형이 깨지고 땅심이 떨어지면 일부 미생물들이 우점을 하게 되는데 만약 운이 없게도 그 미생물이 병원균이면 그 밭에는 병이 발생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