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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질서 무너뜨리는 농업분야 시범·보조사업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농업 생력화 및
우수 농기자재 육성 취지 무색

해마다 전국적으로 농업분야 시범사업 및 보조사업에 사용되는 금액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농업생산성 향상 및 우수한 농기자재의 발굴과 사용 확대를 위해 실시되는 이들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조사업 선정 위한 치열한 가격경쟁
사업종료 후 정상적인 판매 어려워…

시범사업의 사전적의미를 살펴보면 ‘어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그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시험 삼아 실시하는 사업’을 뜻한다.
정부 또는 지자체별 보조사업은 이러한 시범사업이 성과를 얻을 경우 좀 더 많은 수요자들에게 혜택을 줌과 동시에 우수 기술 또는 상품에 대한 적용시장 확대를 위해 실시하는 사업이다.
시범사업과 보조사업은 우수 기술 또는 상품에 대한 실수요자의 사용을 장려하고 이를 확대적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실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 실사용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결과를 검증하고 실수요자들에게 새로운 기술 또는 상품에 대한 수용 거부감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제조회사의 입장에서는 새롭게 개발한 기술 또는 상품을 실수요자에게 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게 되고, 이후 우수성이 검증된 경우 정상적인 판매를 통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보조사업으로 진행된 우수 상품에 대해서는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실수요자들이 자발적으로 그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제조회사들이 지속적으로 우수한 기술 또는 상품에 대한 개발투자를 통해 상품의 품질 및 효과에 대한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취지가 무색하게 일각에서는 제조회사 및 유통회사들이 치열한 가격경쟁을 통한 덤핑과 난매를 일삼고 실수요자인 일부농민 역시 뒷돈을 요구하거나 사업 이외의 품목으로 대체 공급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비리가 난무하고 있다.


올해에도 경기도 Y지역에서 수도작에 사용되는 H상품에 대한 보조사업을 실시하면서 사업 참여 업체들이 가격경쟁을 통해 제살 깎아먹기 식의 영업행태를 보였다는 제보가 있었다.
일반 시중에서 소비자에게 약20,000원에 판매되는 상품을 보조사업에 약13,000원으로 공급계약을 하면서, 농가는 50%인 약6,500원만 부담하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농가입장에서만 보면 매우 좋은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상적인 유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가격구조는 보조사업이 종료된 이후 해당 상품의 공급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제조회사와 유통회사, 나아가 사용자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특히, 관련지역 농기자재 판매상들은 정부의 시범사업 및 보조사업에 채택된 농기자재 상품을 다시는 취급할 수 없게 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되고 있기도 하다.
사업을 통해 소비자가격이 20,000원인 상품을 6,500원에 사용해 왔던 농민들에게 사업이 종료된 이후 정상적인 가격을 받고 판매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서 일부 지역농민들은 농기자재 판매상들이 상품을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누명까지 씌워 지역사회에서 따돌리는 등 회생 불가능한 낙인을 찍기도 한다.


선정된 상품과 다른 상품 공급
허술한 사후관리로 낭비되는 국고

또 다른 사례는 경남지역의 A도매업체가 보조사업으로 계약된 C제품을 농가와 짜고 D제품으로 바꾸어 공급한 경우다.
당시 확인된 바로는 보조사업에 계약된 C제품 또한 선정과정에서 특정인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일부 위원들과 뒷거래를 통해 선정됐다는 후문이 있었다.


해당지역 유통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보조사업으로 공급된 D제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종료되면서 그동안 혜택을 받았던 농민들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가격으로 인해 정상적인 구매를 꺼려하고 있다”며 “결국 새로운 C제품으로 보조사업을 만들고 실제 농민에게 공급하는 제품은 기존에 사용하던 D제품을 공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적절한 뒷거래를 통해 사업이 이루어지면 결국 실수요자인 농민에게 필요한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의 이익에 우선하는 상품이 공급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건전한 유통질서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보조사업 대상자인 농민들에게도 피해가 이어지고 결국 제조업체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는 사용자와 공급자, 어느 일방의 잘못이 아니라 쌍방과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서 보조사업을 주관하는 기관 및 지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부 제조업체 또는 유통업체와 사용자가 사전협의를 통해 보조사업으로 공급할 상품을 선정하고 이를 해당 지자체에 요청하는 과정에서 상품에 대한 적합성 및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렇듯 허술하게 진행된 사업은 건전한 유통질서를 해칠 뿐만 아니라 국고만 낭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보조사업 관련 규정 보완필요
흔들리는 지역 농기자재 판매상

또한, 보조사업과 관련해 부당사용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에는 ‘농림축산식품분야 재정사업관리 기본규정’ 제31조 제2항에 ‘「보조금법」 제31조의2에 따른 보조사업 수행배제’에 따라 농림사업 선정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규정상 선정제외 대상자가 형사처벌을 받은 당사자 본인에만 해당되는 취약점을 악이용해 가족 등을 통해 보조사업 혜택을 계속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일각에서 시범사업 및 보조사업에 대해 특정인만 혜택을 받는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례이다.


물론, 모든 지자체와 제조·유통업체들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시범사업을 만들고 보조사업을 진행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농업생산성 증대를 위해 우수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건전한 유통질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들 업체의 대표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정부 시범사업 및 보조사업이 오히려 실수요자인 농민들과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잃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더불어 많은 자금과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우수한 제품들이 보조사업 이후에는 더 이상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토로한다.
이렇듯 시범사업과 보조사업을 특정제조업체의 제품으로 지정하고 특정유통업체를 통해 공급함으로 인해 지역 농기자재 유통의 한축을 맡고 있는 농기자재 판매상들의 사업부진은 예견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보조사업, 영농쿠폰제
상품·구매처 선택 편의성 제공

반면에 충북 청주지역의 경우 전국 최초로 보조사업을 ‘영농쿠폰제’로 바꾸면서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농쿠폰제’는 농업인의 노동력 절감 등 생력화를 위해 종자처리제, 육묘상처리제, 돌발병해충 방제 등의 보조사업에 대해 사용 농가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면서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청주 지역에서 오랫동안 도·소매업을 운영하면서 영농쿠폰제 도입을 주도한 형제농자재마트 김문수 대표는 “보조사업 혜택을 받는 농민들이 획일적인 제품을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보조사업에 해당되는 상품군 중 사용농가에서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보조사업의 효율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유통업체의 경영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농쿠폰제의 경우 그동안 보조사업이 자본 및 조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역농협을 통해서만 이루어졌던 것과는 달리 혜택을 받는 농가가 농협뿐만 아니라 지역 농기자재 판매업체를 통해서도 원하는 농기자재를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다는 편리성과 함께 지역의 농협과 판매업체와의 농자재 유통에 대한 형평성을 유지해 건전한 유통질서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획일적인 보조사업 탈피
사업에 따라 새로운 접근방식 필요

농업을 위한 시민의 모임 이준영 사무국장은 “그동안 정부의 시범사업 및 보조사업이 식량자급자족과 병·해충방제에 커다란 역할을 해왔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을 보면 꼭 그렇지 만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모든 사업에 대해 특정 제품과 특정 공급처로 한정시키지 말고 사업에 따라서는 항목만을 결정해 지원토록 함으로써 수요자인 농민들 스스로가 각자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제품의 구매처 또한 지역농협과 농기자재 판매상, 어느 곳에서든 구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영 사무국장은 “오랜 기간 시행되고 있는 농업분야 시범사업 및 보조사업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지 않고 있는 구태의연한 일부 농업행정가와 건전한 유통질서를 해치는 일부 제조·유통업체들에게 따끔한 충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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