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논에 제초작업을 위해 이용된 왕우렁이가 겨울철 지구온난화로 월동 후 어린모에 피해를 주다 보니 일거리 하나가 더 늘었다. 벼 수확 후 점검과 함께 왕우렁이를 수거해야 하는 것이다.
‘왕우렁이를 잘 쓰면 약이요 못쓰면 독이다’ ‘투입 당해 년에 익충인 우렁이가 다음 해에는 해충이 된다’ 아무래도 우렁이가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다면 많이 서운해 할 것 같다. 실컷 부려먹고 이런 취급을 한다고...
남미가 원산지인 왕우렁이는 1983년 2월 식용(食用)목적으로 국내에 도입이 되었고, 1992년 우렁이를 활용한 친환경농법이 소개되면서 논 잡초제거를 위해 전국에 보급이 되었다. 하지만, 2005년 오리농법과 함께 친환경농업의 표본으로 울진친환경엑스포에 소개가 되려다 토착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통제 불능의 해충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문제점으로 대두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98%라는 농촌진흥청의 잡초제거 효과와 비용절감이 입증되면서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친환경농자재라는 것이다. 우리군의 경우도 1,182농가가 2,539ha의 벼농사 제초작업에 왕우렁이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오전 이른 시간에 모 면에 거주하는 농업인 몇 분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우리 도가 내놓은 왕우렁이 월동피해 방지대책과 관련 일반필지에 대한 왕우렁이 공급제한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왕우렁이의 사용량을 줄여 월동개체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왕우렁이 피해가 나타났거나 월동개체가 많은 시군에 대하여 친환경 인증필지를 제외한 일반필지에 대해 왕우렁이 지원을 제한하고, 기타 시군은 실정에 따라 공급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일반농가에 공급할 경우에도 자부담 50%를 반드시 준수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래, 얼마나 다급했으면 더위 속 코로나19 시국에 이렇게 찾아왔을까?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마을에 벼농사를 짓는 18농가의 논(36.2ha)에 전환기와 유기인증을 획득한 농가의 2ha를 포함 일반필지 34.2ha까지 왕우렁이를 이용 제초작업을 하는데, 지원이 끊기면 벼농사를 어떻게 짓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자신들은 왕우렁이 피해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지역은 아직까지 그렇게 우려할 만한 피해는 없다. 아니, 이런 흐름을 알기에 애써 그것을 부각시키거나 드러내지 않았다. 그것은 우렁이농법을 대체할 친환경 논 제초작업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생태계 위해(危害)가능성이 있다는 환경부의 발표와 실재로 도내 5개 시군에서 660ha의 벼논에 피해가 나타났는데도 마냥 모루쇠로 일관할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겨울철 온도는 날로 상승하고 있고, 그러는 과정에 월동 개체 수는 증가할 테니 말이다.
문제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고!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 처한 현실에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다들 그런 고민들은 부족하다. 오죽했으면 우렁이를 수거하는 방안을 내놓았겠는가? 이런 취지는 관심 밖이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운다.
우렁이의 생리와 생태적 특성을 알고, 습성에 대해 관심을 갖다보면 무엇인가 대처 방안은 있다. 단계별 우렁이 관리매뉴얼을 마련하고, 습기를 좋아하는 습성을 알기에 월동을 못하도록 벼 수확 후 논에 물을 완전히 빼준다거나 물이 모이는 용 배수로 하부에 생석회를 뿌리거나 또 차단망을 설치하여 우렁이의 침입이나 이탈을 막아내고, 우렁이를 투입했던 필지에 겨울철 월동작물을 재배하거나 논 깊이갈이를 실시하는 등 머리를 맞대다 보면 방법은 있을 것이다.
왕우렁이는 활용도 중요하지만, 이제 관리(수거)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기에 수거의무 불이행한 경우, 보조 사업비 회수조치 및 영구 지원 배제 등 사후관리를 강화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