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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편, 내편 구분과 세력이 얼마인지 감지하는 ‘미생물’

미생물들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족수(足數) 즉, 밀도가 중요해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 손자병법을 읽다 보면 오(吳)나라와 월(越)나라간의 전쟁 이야기가 나온다.

오나라 왕 부차(夫差)가 월나라 왕 구천(句踐)에게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군사를 키우는 한편 아버지 원수에 대한 복수심이 사그라질 것을 염려하여 까칠하고 불편한 장작더미 위에서 잠을 자면서 복수심을 불태워 결국은 월왕 구천에게 복수를 하고만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로 온갖 수치와 치욕을 당하면서 목숨만을 부지하게 된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반드시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치욕을 당한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하여 쓰디 쓴 쓸개를 옆에 놔두고 늘 맛보면서 복수심을 유지하다 결국은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를 상대로 원수를 갚는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장작더미위에서 잠을 자는 것(와신)과 쓸개를 늘 맛보면서 복수심을 유지하였다(상담)는 뜻으로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나게 되었다.


세력을 키우고 군사를 훈련시켜 반드시 원수를 죽여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 또는 목적한 바를 반드시 이루기 위해서 현재 어렵고 힘든 상황을 참고 견딘다는 의미로 와신상담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인류 역사를 보면 개인이나 국가나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세력을 키우고 힘을 길어야 한다. 우리 인류의 역사를 보면 사람을 모으고 지지하는 세력을 키워 목적을 이루어 나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내 세력이 우세할 때는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 ‘정족수인식’
지지하는 사람의 숫자가 얼마인가에 따라 세력의 우열을 가릴 수 있다. 사람의 수를 나타낼 때 족수(足數)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좀 세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말할 때 쪽수라고도 한다. 역사서를 보면 전쟁이나 싸움에서 이기려면 일단은 사람이 많아야 한다. 즉, 족수가 많아야 이길 승산이 큰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형태인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투표를 통하여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 족수는 표와 직결되므로 무조건 족수를 많이 모아야만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목적을 달성하거나 원하는 일을 이루어 내기 위해 족수를 모으는 것처럼 미생물들도 족수에 대하여 상당히 민감하다.

 

미생물들이 내편이 얼마나 있는지를 감지한다는 것이다. 정말 너무나도 미미하여 하찮게 여겨졌던 미생물들이 네편, 내편을 구분할 줄 알고 내편의 세력이 얼마인지를 감지하여 불리할 때는 움직이지 않다가 내 세력이 우세할 때는 과감하게 행동을 한다는 것을 정족수인식(定足數認識, quorum sensing)이라고 한다.


밀도가 채워지면 자체 발광을 하는 ‘꿀버섯’
미생물들이 한 두 마리 있을 때에는 자기들의 세력이 미미한 것을 자기들도 알기 때문에 행동하지 않고 잠잠히 있다가 행동해도 될 만한 세력(미생물 밀도)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내 어릴 적 시골 외할아버지 댁에 놀러 가면 외삼촌들이 그믐밤 캄캄한 밤중에 아무런 빛도 없는 깊고 깊은 숲속에서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희미하고 으스스한 초록색 불빛을 보았다며 산 속에 도깨비가 산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도깨비 불’이라고도 하여 산 속에서 그러한 불빛을 보면 오금이 저리고 식은땀이 나면서 도망쳐 나오곤 했던 그 불빛이 미생물들이 발산하는 빛이었던 것이다. 곰팡이 종류 중 담자균류라고 있어 버섯들이 이 부류에 속하는데 하얀 포자를 만들어 주름버섯 또는 꿀버섯이라고도 불리는 Armillaria mellea(아르밀라리아 멜레아)가 죽은 나무에 서식하면서 자체 발광을 하였던 것이다. 이 버섯도 밀도가 어느 정도 될 때까지는 발광을 하지 않지만 밀도가 채워지면(정족수가 채워지면) 자체 발광을 하는 것이다.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병을 일으킨다. 병원균의 밀도가 작을 때에는 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밀도가 주위 미생물보다 많아지고 이제는 본인의 의견을 내도 될 때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거침없이 세력을 드러내어 병을 일으키고 우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쥘 베른의 소설 ‘해저 이만리’에서도 달도 없는 바다를 노틸러스 호가 하얀 우윳빛 바다를 지나게 되는데 이것 또한 수많은 적충류들이 밀도가 채워지면서 자체 발광을 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질소고정능력을 발휘하도록 환경 조성해주는 것
또한 밀도 이상으로 중요

미생물들의 정족수인식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들끼리 신호 전달을 해서 서로의 밀도가 얼마인지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작물에 병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병원균들끼리 신호전달 체계를 차단시켜 병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정족수인식 관련 연구와 물질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미생물들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른 요인들도 중요하지만 족수(足數) 즉, 밀도가 중요한 것이다. 농업용 유용 미생물을 토양에 뿌려서 병 발생 억제 효과 또는 작물 생육 촉진 효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미생물들이 충분하게 증식이 되어 효과가 나올만한 밀도가 이루어져야만 미생물의 살포효과가 나올 수 있다.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적으로 유용한 미생물을 배양하여 농가에 보급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배양된 미생물을 토양에 투입할 때 가능하면 많이 넣어주는 것이 좋겠다. 또한 살포된 미생물들이 흙에서 적응을 잘하고 토양에서 정착을 하여 병원균을 억제시키거나 식물 호르몬을 분비하여 작물의 생육을 촉진시키게 하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공기 중 질소를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시켜 주는 질소고정능력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또한 밀도 이상으로 중요하다.


우리 사람의 몸은 세포가 약 50조(50,000,000,000,000)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 많은 세포들이 다 똑같은 것이 아니고 표피세포, 간세포, 뇌세포, 신경세포 등 기능과 역할에 따라 다양하게 나누어져있다. 그래서 우리 몸이 복잡하지만 일사불란하게 돌아가서 고등생물 생태계의 최고 상위에 군림하고 있다. 그런데 세포 하나로 이루어진 단세포 미생물들도 자기들끼리 신호를 전달하며 불리할 때는 움츠릴 줄도 알지만, 대세가 유리한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알면 곧바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기를 펼 줄도 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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