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25일에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다고 하였다가 올해 3월25일로 1년이 미뤄졌었다. 다음 달인 3월25일부터는 축산농가에서 배출되는 가축분뇨는 발효가 완료되어야만 반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보니 축산농가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 하다.
가축 분뇨를 완숙퇴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미생물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시간이 지나야 되는데 완숙이 되길 기다리는 동안 분뇨는 쌓이게 되어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우 농가의 마리당 하루 분뇨 발생량이 13.7kg이고 젖소는 37.7kg으로 한우 50마리를 키우는 농장은 하루에 680kg, 한 달이면 20톤의 분뇨가 배출된다. 2014년 3월 퇴비부숙도 관련 법 기준을 제정하고 6년의 유예기간을 주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준비는커녕 인지도 못 한 상황인 것 같다. 어쨌든 법으로 정하여 실시하기로 한 만큼 퇴비부숙도 제도가 잘 안착이 되어 환경을 보호하고 농업 토양의 지력을 높이는데 역할을 하기 바란다.
토양속으로 들어간 퇴비, 미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토양이 급격하게 산성화되는 것을 방지
작물을 심기 전에 토양에 투입되는 자재 중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유기질 비료는 자체적으로 질소, 인, 칼륨과 같은 비료 성분이 들어있어 작물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반면 퇴비는 짚이나 축분 등 농가 부산물을 쌓아 놓고 가끔씩 뒤집어 가면서 자연 상태에서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분해시킨 유기질 토양개량제이므로 작물이 빨아 먹을 것은 거의 없다. 먹을 만한 것은 이미 미생물이 다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토양 속으로 들어간 퇴비는 방선균과 이로운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잘 자라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흙으로 하여금 많은 양의 영양 성분을 저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토양이 급격하게 산성화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 토양이 빗물에 씻겨나가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작물이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해주는 등 그 효과는 셀 수가 없다.
더미속의 온도가 최대 50℃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아
일반적으로 퇴비나 토양개량제를 만들 때에 볏짚, 낙엽, 소똥 그리고 다양한 농가 부산물을 재료로 이용한다. 즉 미생물을 고체 배지를 이용하여 고체배양을 하는 것이다. 쌀겨를 이용하여 종균제나 토양개량제를 만들 때 50%의 물(쌀겨무게의 반만큼 물을 부음)과 함께 혼합하여 더미를 만들어 놓으면 3-5일 후에 더미 속의 온도가 올라가 40℃(사람이 온천탕에서 뜨겁다고 느끼는 물의 온도가 41℃ 정도임) 이상 올라간다. 이때 더미속의 온도가 최대 50℃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더미속의 온도가 올라가는 이유는 쌀겨나 공기 또는 흙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던 미생물들에 의하여 유기물질이 발효될 때 발생되는 발효열 때문이다. 이는 사람이 밥을 먹을 때 몸에서 열이 나는 것과 같은 것으로서 이렇게 미생물들이 발생하는 열에 의하여 더미속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고 뒤집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면 그 온도가 70℃ 까지 올라간다.
미생물들은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장하는 과정, 반드시 산소 필요해
퇴비 발효 초기에 관여하는 바실러스 속 세균과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들은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공기(산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퇴비 더미 속으로 공기가 원활하게 공급이 되면 비교적 먹기 좋은 단백질, 전분과 같은 것들만 골라서 먹어버린다. 또한 이때에는 바실러스 속 세균들이 유기산들을 분비하기 때문에 더미 속의 pH가 약산성으로 변하게 된다. 초기에 재료로 사용되어지는 유기물들도 이왕이면 탄소함량과 질소함량비(탄질율 : C/N ratio : C/N비)를 15-25가 되도록 적당히 맞추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퇴비화에 사용되는 전체 유기물 재료 중에 탄소 함량이 많으면 바실러스 속 세균들에 의하여 유기산이 많이 생성되어 pH가 급격히 산성으로 되고, 반대로 질소 함량이 퇴비 재료로 많이 투입되면 암모니아와 같은 악취 유발 물질이 생성되어 불쾌한 냄새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여튼 초기 퇴비화 과정은 바실러스 속 세균과 같은 호기성 미생물들에 의해 온도가 고온으로 올라가고 유기산이 생성되어 pH도 산성쪽으로 가깝게 되는데 그 속에서 발효를 주도하던 미생물들은 자기가 발생시킨 고온에 의하여 자기가 죽게 된다. 즉 호기성 세균이나 곰팡이가 더미 속의 산소와 단백질, 전분과 같은 먹이를 먹어치우면서 퇴비 발효를 진행하면서 발생시킨 열이 축적되어 70도 이상의 고온으로 올라가게 되면 결국은 자기가 죽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초기 퇴비 발효의 주인공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미생물들이 죽게 되면 더미 속의 호기성 미생물이 주도적으로 발효를 하던 것이 중지됨에 따라 더미속의 온도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서서히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온도가 떨어져 30℃까지 이르면 그 속에는 공기는 없고 분해하기 쉬운 물질들은 고갈되어 있는 상태가 되는데 이러한 조건은 혐기성 미생물들이 작용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혐기적 발효가 진행이 된다.
미생물 포자는 미생물 씨앗
그러면 혐기성 미생물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가 온도가 70℃가 되는 때까지 죽지도 않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바로 포자를 형성하는 능력 때문이다. 미생물 포자는 주위 환경이 불리할 때 미생물이 자기 몸을 보존하기 위하여 취하는 형태로 두꺼운 껍데기로 자기 몸을 둘러쌓아서 외부 환경에 거의 영향을 안 받게 되어있다. 먹이가 없거나 온도가 높거나하더라도 죽지 않는다. 작물이 씨앗을 생성하는 원리와 똑같다고 이해를 하면 된다. 즉 미생물 포자는 미생물 씨앗인 것이다. 퇴비 더미 속에서 혐기성 미생물들이 포자 형태를 이루어 고온에서도 죽은 듯이 잠잠해 있다가 호기성 미생물들이 밀도가 떨어짐에 따라 그동안 잠잠히 때를 기다려 온 혐기성 미생물들에게 무대를 넘겨준다. 이후로는 혐기성 미생물들의 활동으로 퇴비화가 진행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방선균 종류의 세균들이 우점을 하면서 퇴비의 완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유기물을 분해하여 퇴비를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도 각기 다양한 미생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협조를 해야만 제대로 된 퇴비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