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서 밭작물을 침수나 과습 피해 없이 안정적으로 재배하기 위해 개발한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이 시범사업을 통해 농가에 보급되면서 ‘생산성 증대’와 ‘농가소득 향상’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은 논 재배 밭작물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추진 중인 ‘무굴착 땅속배수’ 신기술 시범사업(’18~’20년) 분석 결과, 평균 농작물 수량은 22.2%, 농가 소득은 33% 늘어나고, 기술에 대한 농가 만족도는 88%로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은 트랙터나 굴삭기에 매설기를 연결해 주행을 하며 땅을 파지 않고 땅 속 50cm 깊이에 배수관과 충전재(왕겨)를 묻는 것이다.
논은 벼 재배를 위해 물을 가둘 수 있도록 만든 농경지로, 밭작물을 재배할 경우 침수나 과습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이 기술을 적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땅을 파고 배수관을 묻는 굴착식보다 시공비용을 67% 줄일 수 있으며 흙을 깊게 뒤섞지 않아 땅의 수평을 깨트리지 않고 양분도 그대로 유지돼 언제라도 다시 논으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긴 장마에도 41% 수량 증가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은 지난 2018년부터 신기술 시범사업을 통해 논 타작물 재배단지를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3년간 17개소 71헥타르(ha)에서 추진된 시범사업 분석결과, 농작물 수량은 콩(11개소) 14.2%, 옥수수(3개소) 8.3%, 감자(1개소) 19% 등 평균 2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 여름 긴 장마로 강우량이 전년의 2배에 달해 습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해당 연도의 평균 수량이 약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땅속배수 기술의 효과를 증명했다.
실제 논에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을 시공한 경기 여주 농가에서는 고구마 수량이 10아르(a)당 3,201kg로 농가 관행 1,263kg보다 2.5배 이상 많았으며 경북 경주 농가에서는 콩 수량이 10아르(a)당 260kg으로 농가 관행 190kg보다 1.4배 많았다. 특히 농가 소득도 콩(11개소) 21.4%, 옥수수(3개소) 37.7% 등 평균 33%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진흥청 박기도 생산기술개발과장은 “무굴착 땅속배수 신기술 시범사업이 효과가 좋은 만큼 앞으로 정책 사업을 통해 농가에 더 많이 보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경북 경주에서 2018년부터 논에 콩을 재배하고 있는 콩 작목반 최동식 대표는 “무굴착 땅속배수 시설을 설치한 후 물 빠짐 문제를 해결해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고 간편한 물 빠짐 관리로 노동력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무굴착 땅속배수’ 신기술 시범사업은 올해 경기 평택, 강원 양양, 충남 태안 등 3개소5헥타르(ha)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