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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공생하는 진딧물과 세균의 관계성

진딧물의 체내에 공생하는 미생물
필수 아미노산만 만드는데만 모든 열정을 쏟아 부어

 

진딧물(Aphid)은 노린재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고 산다. 우리나라에만 350여 종이 살고 전 세계적으로는 4,700종이나 된다. 봄철 새순이 돋아나는 나뭇가지에 어김없이 진딧물들이 끼어있어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죽이곤 하는 해충이다. 한 마리의 진딧물이 한 해 동안 수천 마리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진딧물은 방제시기를 조금만 놓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작물의 가지를 빽빽하게 둘러싸곤 한다. 그런데 진딧물이 먹는 것이라고는 기껏 이파리에 구침을 꽂아 식물 수액을 빨아 먹는 것이 전부인데 어떻게 수천마리의 새끼들을 낳을 수 있는 것일까? 실험실에서 실체 현미경으로 진딧물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매번 느끼는 것이 ‘이들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면서 먹어대고 싸대고 새끼를 낳고 하는데 도대체 이러한 에너지는 어디서 끊임없이 나오는 것일까?

 

풀떼기의 국물만 빨아먹고도

엄청난 속도로 개체수를 늘리는 진딧물

곤충은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끔 진화해왔다. 곤충의 단단한 껍데기와 쉴새 없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위해서는 영양가 없는 풀떼기만 먹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진딧물은 풀떼기의 국물만 빨아먹고도 엄청난 속도로 개체수를 늘리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월동한 진딧물 알이 봄에 부화하여 생긴 성충을 간모(幹母, stem mother)라고 하는데 날개가 없는 무시충(無翅蟲)으로 새끼만 죽어라하고 낳은 암컷 진딧물이다. 그런데 이렇게 태어난 새끼 진딧물들의 몸 안에는 이미 새끼 진딧물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새끼가 태어나자마자 2~3일 후부터 새끼를 낳는(모체발아)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암수 생식을 통해 새끼를 낳는 것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새끼를 몸 안에 가지고 있다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새끼들을 쑥쑥 낳아대니 그 개체 번식을 어떻게 말리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개미라는 녀석들은 진딧물이 분비하는 감로(甘露, honey dew)를 빨아먹기 위해 적합한 식물체에다가 진딧물을 옮겨 놓고 이 녀석들이 얼른 커서 달콤한 즙액을 분비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가끔씩 무당벌레 유충을 비롯한 다른 진딧물 포식자가 나타나서 진딧물 사육을 훼방이라도 할라치면 개미들은 무당벌레 유충들을 죽이기까지 한다.

 

 

모든 생명체의 몸체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은 20가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우리 몸에서 합성할 수 없는 아미노산은 필수 아미노산이라고 하여 외부에서 섭취를 해주어야 하는데 발린, 트립토판, 라이신, 히스티딘 등 9가지이다. 나머지 11가지는 우리 몸에서 합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외부에서 안 들어와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으므로 비필수 아미노산이라고 한다. 어쨌든 단백질 흡수가 용이해야 번식도 할 수 있고 성장도 할 수 있는 것인데 진딧물은 식물 수액만을 빨아먹는데 식물 수액은 약간의 질소와 포도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은 전혀 섭취를 못 하게 되는 것이다.

 

미생물이 없으면 진딧물도 왕성하게 번식을 못해

진딧물의 몸 안에는 세균이 공생을 하는데 이 세균이 진딧물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미생물이 없으면 진딧물도 왕성하게 번식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진딧물은 수액(일종의 설탕물)을 흡수하면 농축을 시켜서 달콤한 꿀물로 만드는데 너무 많이 흡수하다 보니 남아돌아서 몸 밖으로 내버리게 된다. 이렇게 달콤한 설탕물이 이파리에 묻으면 개미들이 덤벼들어 서로 핥아먹겠다고 모이는 것이고 미생물까지 꼬여서 결국에는 시커멓게 그을음처럼 얼룩이 생긴다. 진딧물이 많이 낀 식물의 이파리는 어김없이 시커멓게 자국이 남는데 가끔 흑효모(Black yeast)가 자라기도 하는데 요즘에는 흑효모를 발효시킨 건강식품(면역력 증강)이나 화장품들이 많이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다.

 

진딧물은 세균에게 약간의 설탕물을 나눠주고

세균은 설탕물을 받아먹은 대신 필수 아미노산을 만들어줘

진딧물의 체내에서 발견되는 세균은 부크네라 아피디콜라(Buchnera aphidicola)라는 녀석들인데 이 녀석들은 아무것도 안하고 단지 진딧물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만을 만들도록 진화를 해왔다. 참 현실적인 거래인데 진딧물은 세균에게 약간의 설탕물을 나눠주고 세균은 설탕물을 받아먹은 대신 필수 아미노산을 만들어주는데 군더더기 없이 쿨하게 공생을 하는 것이다. 이런 습관에 젖어들다 보니 진딧물의 체내에 공생하는 미생물의 다른 기관이나 역할은 모두 퇴화가 되고 오직 필수 아미노산만 만드는데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진딧물에게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처방하였더니 진딧물이 오래 살지 못하고 곧 죽어가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하였다. 항생제는 진딧물은 죽이지는 못 하지만 체내에 있는 세균을 죽여서 진딧물의 생존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번에는 항생제를 처리하여 진딧물의 몸 안에 공생하고 있는 세균을 죽이면서, 먹이를 통해 필수 아미노산을 진딧물에게 섭취를 시켰더니 진딧물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이로써 진딧물의 생존에는 체내에 공생하는 부크네라 속 세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항생제를 처방하면 진딧물에게 직접적인 살충 효과는 발휘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인 효과에 의해서 진딧물이 죽는 것이다. 이렇게 몸 안에 미생물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공생을 이어가는 곤충은 진딧물만이 아니고 우리가 잘 아는 담배가루이나 깍지벌레와 같은 생물들도 미생물을 통해 필수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살고 있다.

 

우리 사람의 몸 속에도 수많은 미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특히나 대장에는 더 많은 미생물들이 서식하면서 우리의 건강과 면역력을 책임지고 있다. 미생물에 대하여 알면 알수록 농업과 환경을 비롯한 우리의 삶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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