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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농사의 시작 ‘퇴비’

방선균이 우점하면서 퇴비 표면이
하얗게 변한 것이 바로 완숙이 잘된 퇴비

요즘 시골길을 다니다 보면 느리게 달리는 트랙터가 밭에서 잔뜩 묻혀온 흙들을 도로에 떨어뜨리고 그 뒤를 따르는 자동차들이 느리게 줄지어 따라가고 있다. 밭에 뿌린 퇴비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하면 ‘이제 봄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눈을 들어 산과 들을 보면 그렇게 황량하고 꼭 죽은 것처럼 느꼈던 나무들에 앙증맞은 연두색 신초들이 삐죽 삐죽 올라온 모습이 신기하다 못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엊그제 농사 절기인 곡우(穀雨)가 지나면서 만물이 소생하는 완연한 봄철이다. 농부들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깨우며 풍년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분주할 때이다.

 

퇴비(堆肥, compost)는 가축 분뇨나 유기성 폐기물들을 미생물로 발효시켜 토양 개량과 작물에 약간의 유기물과 미네랄을 공급하는 물질이다. 예전 우리 할아버지께서 농사를 지으실 때에는 퇴비를 밭에 살포하는 것으로 한해의 농사가 시작되곤 했다. 퇴비에 풍부한 리그닌 성분들이 토양에 있는 무기염류나 중금속 성분들을 흡착시키기도 하고 양분의 저장고 역할도 하여 양질의 퇴비 살포는 농사에 중요한 작업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 퇴비를 입력하면 맨 악취 문제로 민원 발생에 대한 제목의 기사들이 도배를 하고 있다. 퇴비에 대한 비농업인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일반 미생물들이 먹기 어려워하는 물질을 분해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방선균’

가축분뇨나 음식물쓰레기와 같은 유기성 자원은 수분이 많기 때문에 톱밥이나 버섯을 재배하고 발생된 폐배지와 같은 수분을 잡아줄 수 있는 자재를 투입하여 적정한 수분을 맞춘 후 주기적으로 뒤집기를 해주면서 양질의 퇴비가 생산이 된다. 퇴비화 과정 중 미생물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한데 초기 유기성 폐기물 중에서 그나마 먹기 좋은 물질들을 세균들이 먹어 치운다. 그렇게 세균들이 먹어치운 후에 약간 먹기 어려운 섬유소나 헤미셀룰로오스 같은 물질들은 곰팡이들에 의해 분해가 되는데 곰팡이들은 공기가 있어야만 활동을 왕성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뒤집기를 자주 해주면 표면에 곰팡이들이 발생이 되면서 유기물이 분해가 된다. 세균과 곰팡이에 의해 퇴비 원료에 있던 영양분들이 거의 고갈되면 아주 먹기 어려운 리그닌과 같은 난분해서 물질들만 남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퇴비화 과정 중에 분해 역할을 해왔던 세균이나 곰팡이는 사멸되거나 포자형태로 남게 된다.

 

방선균은 일반 미생물들이 먹기 어려워하는 물질을 분해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퇴비화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남아 있는 리그닌과 같은 물질들도 방선균은 분해할 수 있다. 그래서 퇴비화 마지막 단계에는 방선균이 우점하면서 퇴비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완숙이 잘 된 퇴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방선균이 우점하여 완숙이 잘 된 퇴비들은 맨 손으로 아무리 만지고 냄새를 맡아봐도 전혀 불쾌한 냄새가 나질 않는다. 전국적으로 퇴비 제조에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퇴비를 제조하는 퇴비 명장들이 여러 군데 있다. 그런 곳의 퇴비 사용이 풍년 농사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퇴비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복합 미생물 배양체

방선균은 실험실에서는 배양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방선균은 겉보기에는 곰팡이처럼 생겼지만 세포 구조로 볼 때 세균에 속한다. 그래서 농민들은 곰팡이와 방선균을 헷갈려 할 수도 있다. 실험실로 퇴비에 어떤 미생물들이 우점하고 있는지 또는 방선균의 밀도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하는 퇴비 업체들로부터 퇴비 시료들이 보내어진다.

퇴비의 일반적인 이화학적 특성과 미생물 분석을 진행하는데 분석 결과를 보면 너무나도 다양한 퇴비 품질에 놀라고, 퇴비에서 발생되는 악취 측정 결과에 또 한번 놀라기도 한다. 퇴비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복합 미생물 배양체라고 볼 수 있는데 미생물들이 제대로 발효를 진행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한 퇴비들도 있는데 이러한 퇴비들은 농가에서 받아놓았다가 당장 사용하지 말고 약간의 후숙 기간을 거쳐 사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냄새가 많이 나는 퇴비들은 반드시 후 발효 단계를 거쳐 토양에 살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퇴비 냄새가 우리의 코만 자극하는 것으로 끝난다면야 약간의 불쾌함을 감수할 수 있겠지만 토양에서 후숙 발효가 진행되면서 발생되는 가스와 열에 의해서 토양 해충이 꼬이기도 하고 작물의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는 전국에서 농민들이 보내온 토양에 대하여 선충 분석을 거의 매주 진행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선충의 밀도도 늘어나고 작물에 피해를 주는 기생성 선충의 밀도 또한 증가가 되고 있는데 극히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부숙이 덜 된 퇴비의 과다 사용에 따른 토양 선충의 밀도가 증가하는데에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또한 축산 농가에서 배출되는 가축 분뇨에 대한 퇴비 부숙도 검사가 의무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번거로움이 가중되었다. 게다가 부숙도 기준을 위반하면 과태로 처분까지 한다고 하니 부담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국 웬만한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에서 유용 미생물 배양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발효 촉진 미생물을 받아다가 퇴비 발효 종균제로 활용을 하면 그나마 나을 것이다.

 

특별히 가축 분뇨에는 염분 농도가 높을 수 있으므로 삼투압 내성이 있고 유기물 분해 능력이 우수하고 포자(spore)형성도 할 수 있는 바실러스 속(Bacillus spp.) 계통의 미생물을 사용하면 퇴비 부숙도 증진에 한결 도움이 된다. 특히 유산균과 효모와 같은 몇 가지 미생물이 같이 배양되어 있는 복합 미생물(EM)을 사용하면 아무래도 단용 미생물보다는 훨씬 효과가 좋다. 1980년대 EM을 개발한 일본의 히가 데루오 박사(Dr. Teruo Higa)도 복합 미생물제를 개발하게 된 동기가 농업 유용 미생물을 개발하는 과정 중 사용하고 남은 미생물들을 섞어서 잔디밭에 버렸는데 그곳의 잔디 생육 상태가 다른 곳과 비교할 때 월등하게 좋았던 것을 확인하면서 복합 미생물의 효과 연구를 심화시켜 복합 미생물제품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EM은 효과있는 미생물들의 영어 이름인 Effective Microorganisms의 머리글자를 따서 EM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는데 일부 농업인들은 유용미생물의 대명사로 인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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