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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 실험실에 갇힌 미생물의 입장에서…

우리는 미생물들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시간이나 여건을 주어본적이 있는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절기를 지나 겨울의 문턱으로 접어드는 입동(立冬)을 재촉하고 있다. 올 초에 만해도 끝날 것 같지 않던 코로나-19 공포로 인한 지난한 시기도 이제는 기억으로 넘어가 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의 삶이 자리를 되찾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디작아 한낱 미물에 불과한 바이러스 입자가 만물의 영장이고 무시무시한 핵폭탄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이제는 우주를 향해 우주선을 밥 먹듯이 쏘아대는 우리 인간에게 치명타를 먹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도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는 전쟁이 끝나지 않고 막장으로 치닫고 있고, 이로 인한 세계화 물결이 산산조각이 나고 이제는 철저하게 자국 위주의 정치 외교, 경제 정책이 펼쳐질 듯 하다. 자기주장만을 내세우지만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심사숙고하다 보면 해결책이 보일만도 할 법한데 말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리라.

 


미생물들의 하소연
역지사지에 대하여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우리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미생물에 대하여 역지사지의 자세로 미생물의 처지나 형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국 지자체 농업관련 부서마다 유용 미생물 배양 보급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미생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차가운 4℃ 냉장고에 넣어놓더니만 어느 날 갑자기 꺼내서 영양분이 풍부하고 따뜻한 30℃ 배양기에 넣어주고 산소 공급도 원활하게 해주니 미생물들로서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어쨌든 미생물의 입장에서 그동안 추운 냉장고에서 움츠리고 춥게만 지내다가 주위 환경이 따뜻해지고 먹을거리가 풍성해지니 처음에는 당황하다가도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도 곧바로 편안한 환경에 적응을 할 것이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본인의 특기를 발휘하기 위하여 항생제나 효소를 분비하려고 기지개를 펴고 본격적으로 2차 대사산물들을 만들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런데 자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항생제나 효소 또는 호르몬 같은 물질들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찰나에 공기 공급이 갑자기 멈춰지더니만 배양기 밖으로 끌려나가 플라스틱 통에 담겨져 출렁출렁하면서 어디론가 옮겨지게 된다. 그렇게 어디론가 옮겨진 미생물들은 엄청난 양의 물과 섞여 토양 속으로 던져지게 된다.


추운곳에 덜덜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끌어내더니만 너무나도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더니만 24시간도 안되어서 꺼내더니만 물과 섞여 캄캄한 흙 속으로 보내진 것이다. 아무리 곱씹어 생각을 해 봐도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인지 모르겠다. 미생물로서는 지난 며칠이 아주 혼란스러울 만도 하다. 


어쨌든 토양에 던져진 미생물들이 정신을 차리고 먹을거리를 찾아보니 그동안 먹어왔던 포도당이나 아미노산과 같은 먹이는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도무지 구할 수가 없고 맨 뿌리나 식물체가 썩은 것이나 낙엽, 부엽토 그리고 지렁이나 땅강아지와 같은 곤충들의 죽은 사체 등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올 만한 것들밖에 없질 않은가! 


어쨌든 특이한 능력을 지녔다고 한때는 귀한 몸으로 대접을 받고 특허 미생물로 등록이 되어 신문기사에까지 기사로 소개가 되었었는데 어쩌다 이러한 각박한 상황에 처해졌는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토양에 같이 떨어져서 의지가 되었던 그 많던 동기 녀석들도 하나 둘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나가더니만 이제 토양에는 동기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럭저럭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험한 정글과도 같은 환경에서 살아나 어느 정도 살만하니까 선충이라고 하는 집채만한 녀석이 나타나더니 미생물들을 아예 흡입을 하는 것이 아닌가! 여하튼지 미생물들에게 생존을 위하여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 곳이 바로 토양 속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미생물의 이러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생물들이 일을 안 한다고 맨날 구시렁거리기만 하더니 급기야는 미생물들이 농업에는 효과가 없다 라고까지 존재 가치를 폄하해버리고 있다. 정말 미생물의 입장에서 억울하고 통탄할만한 일이다. 어쩌면 미생물들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언제 우리 미생물들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시간이나 여건을 주어본적이 있는가?” 라고 말이다.                

 


미생물을 잘 써먹으려면...
유용 미생물 보급 사업은 이제 전국적으로 펼쳐져 우리나라 농업 발전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 고가의 번쩍번쩍한 미생물 배양기들을 구비한 미생물 배양보급 센터들이 여기 저기 설치되고 원활한 보급을 위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사용하는 주유기와 같은 최신식 미생물 주비기까지 설치된 곳도 있다. 농업인마다 등록된 고유의 카드를 갖다 대기만 하면 언제 어떤 미생물을 받아갔고 앞으로 받아갈 양이 얼마인지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을 한다. 


그동안 해외 농업 선진국을 다녀봐도 우리나라와 같이 유용한 미생물을 국가나 지자체 농업기관에서 배양하여 보급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처음이자 유일한 나라일 것이다. 미생물 배양 보급 사업은 다른 나라에서 따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사업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와 같지 않고 일부 미생물 마니아층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미생물 배양 및 보급 체계가 잘 이루어져 있는 것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미생물 종균 관리 및 배양, 그리고 농업 현장의 실증시험이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


미생물은 절대 만병통치식로 여겨지거나 사용되면 안 된다. 미생물들에게는 저마다 제 각각의 특징이 있고, 그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특별한 물질들이 있다. 우리가 농업적으로 그 녀석들을 잘 써먹으려면 그 특징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조건과 환경을 조성해주어야지만 그때 비로소 미생물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받아 누릴 수 있다.

오늘은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사자성어를 생각하다가 문득 농업계에 종사하는 미생물들의 입장은 어떠할지 두서없이 주절댔던 넋두리라고 여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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