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의 서열, 조류 > 곰팡이 > 세균 > 바이러스 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도 각자의 기능과 복잡성 등을 따져 나름대로 서열을 가지고 있다. 가장 아래에는 바이러스 자리 잡고 있는데 단백질 껍데기 안에 DNA나 RNA와 같은 핵산을 가진 것이 전부라서 하등한 존재로 본다.
바이러스보다 좀 발전된 미생물은 세균이다. 세균부터는 정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나름대로 세포라고 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서 바이러스보다는 한 단계 위로 볼 수 있다.
세균 위에는 곰팡이가 자리를 잡고 있다. 모든 생명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라고 볼 수 있는 DNA를 세균은 세포 안에 방치를 해 놓는 반면 곰팡이는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DNA를 핵이라고 하는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세균보다는 한 수 위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제 곰팡이부터 제대로 된 세포의 꼴을 갖추고 있는데 곰팡이는 진핵생물이라고 하고 세균은 원시적인 형태의 세포라 하여 원핵생물이라고 부른다. 곰팡이가 세포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해서 최상위는 아니다 곰팡이 위에는 조류(藻類:Algae)라고 하는 생물 군집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다 속 식물들이 조류에 속하는데 조류 또한 색깔에 따라 갈색조류와 홍색조류 등으로 나뉜다.
갈조류에는 미역이나 다시마, 모자반, 톳과 같은 우리가 식용으로 섭취할 수 있는 종류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 다른 조류에는 홍조류가 있는데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하여 중요한 식량 작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김이 홍조류에 속하고 젤리를 만들 때 말랑말랑 하게 하는 한천을 만드는 우뭇가사리 등이 대표적인 홍조류이다.
바다의 불청객, 괭생이모자반
어쨌든 조류는 유용 미생물로 잘 알려진 고초균, 효모, 유산균들보다 한 수 위에 있는 녀석들이고 세포 구조도 식물과 비슷하여 아무래도 식물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일부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조류인 ‘클로렐라’를 배양하여 농업인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조류가 우리에게 유익한 것은 아니다. 요즘 신문을 보면 심심찮게 ‘바다의 불청객 - 괭생이모자반의 습격’과 같은 제목들의 기사를 볼 수 있는데 갈조류 중의 하나인 괭생이모자반이 바다에 떠다니면서 여러모로 피해를 주고 있다.
괭생이모자반은 미역 같은 모양으로 길이가 3~5미터이며 억센 식감으로 인해 식용으로 이용할 수 없어 채취를 안 한다. 그렇게 우리 사람에게 외면당한 괭생이모자반들이 덩어리로 바다에 떠다니다가 선박의 스크류에 감기거나 그물에 걸려 어민들에게 주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괭생이모자반이 해안가 모래 사장에 도달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하여 악취가 발생하는데 해수욕장 인근에서는 괭생이모자반 수거를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렇게 애물단지로 여겨졌던 괭생이모자반의 새로운 기능성물질들이 발견되면서 갑자기 상황이 반전되었다.
괭생이모자반에 함유되어 있는 ‘후코이단’이라는 물질이 항암효과가 있다고 하는가 하면 염증을 가라앉히거나 피부질환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생물자원으로 급부상을 하고 있다.
미생물 발효에 의한 괭생이모자반의 변신
우리 연구실에서는 몇 년전부터 괭생이모자반을 미생물로 발효를 시켜 식물성장물질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근래에는 괭생이모자반을 미생물로 발효를 시켰을 때 바이러스의 번식을 억제하는 능력이 확인되어 해당 물질을 분리하여 작용원리를 규명하고 있다. 그런데 괭생이모자반은 표면에 미끈미끈한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웬만한 미생물들은 발효를 시킬 수 없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미생물을 처리해야만 발효가 진행될 수 있다.
곰팡이 중에 대표적인 유용미생물로 알고 있는 효모(Yeast)는 술이나 빵을 만드는 미생물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미생물일 것이다. 그 중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미생물은 아마도 Saccharomyces(사카로마이세스:속명)인데 이 사카로마이세스 중에서 분화된 것으로 보여지는 Metschnikowia agaves(메치니코이아 아가비스)라고 하는 미생물이 괭생이모자반을 발효시켜 후코이단이나 알긴산 그리고 항바이러스 기능을 갖는 유용물질을 생산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메치니코이아’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아마도 러시아 쪽 미생물 연구하시는 분이 분리를 하여 보고를 한 미생물로 여겨진다. 그동안 폐기물이나 쓸데없는 애물단지로 여겨졌던 괭생이모자반을 미생물 발효를 통해 작물생장용 액체비료로 활용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괭생이모자반을 발효시키기 위해서는 일반 미생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 하기 때문에 오염이라는 문제에서 약간 자유로울 수 있다. 괭생이모자반 분말에 황산마그네슘과 염화칼륨 등과 같은 몇 가지 영양성분을 배지로 넣어주고 ‘메치니코이아’ 효모를 접종하여 30℃에서 5일만 발효시키면 아주 훌륭한 식물 생장용 액체 비료나 가축용 사료첨가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특별한 발효설비 없이도 제조가 가능한 친환경농자재로 활용하여 요즘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에게 희망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괭생이모자반을 발효하는데 필요한 미생물은 우림바이오 연구실에서 나눠드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