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에는 20℃ 가까이 올랐다가 저녁이 되면 추워서 부랴부랴 옷을 꺼내 입곤 하는 계절이 왔다. 일찌감치 산에는 진달래가 만발하여 봄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되는데 봄꽃이 피는 것을 시기라도 하듯이 갑자기 한 겨울 같은 추위가 닥쳐오면 꽃샘추위라고 하는데 그 말이 참 공감이 간다.
페디오코커스 애씨디락티스
토양의 선충 밀도를 억제하는 희한한 능력
충남 부여 지역 토양에서 토착 미생물을 분리하던 중 농업과 축산에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유산균을 분리하였는데 DNA 분석을 해보니 Pediococcus acidilatici(페디오코커스 애씨디락티스)라는 녀석으로 밝혀졌다. 앞으로 더욱 연구를 진행할 계획인데 이 녀석이 토양의 선충 밀도를 억제하는 희한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하고 있다.
앞으로 부여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부여 지역에서 분리한 토착미생물 4종을 중점적으로 배양하여 관내 농축산 농업인에게 공급을 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부여군에서 분리한 토착미생물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유산균, 유산을 분비하는 세균이라는 의미
유산균이라 부르는 녀석들은 자라면서 “유산(乳酸)”을 분비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한문을 보면 “유”자가 젖 유(乳)자를 쓰기에 다른 말로 젖산이라고도 하며 영어로 Lactic Acid이다. 그래서 유산균을 영어 표현으로 ‘유산을 분비하는 세균’이라는 의미로 ‘Lactic Acid Bacteria’로 쓰며 약자로 LAB라고 한다. 유산균은 농업적으로 유용한 미생물로 여겨져서 농업기술센터 유용미생물배양 보급사업의 주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미생물이다.
요즘같이 코로나로 인하여 재미도 없고 기분도 우울할 때는 단맛을 내는 음식을 섭취하면 기운도 나고 힘을 얻는다. 단맛을 내는 대표적인 물질은 포도당인데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다. 힘이 없고 탈진하면 병원에서 수액주사(링거주사)를 맞는데 그 영양주사액의 성분이 포도당이다. 포도당은 말린 건포도에서 처음으로 추출해서 포도당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포도당은 단당류의 대표적인 물질이고 단당류에는 포도당 말고도 과당과 갈락토오스가 있다. 포도당, 과당 그리고 갈락토오스는 단당류로서 약간의 결합방향만 다를 뿐 거의 똑같이 생겼다. 그런데 단맛은 크게 차이가 난다. 과당이 가장 달고 그 다음이 포도당 그리고 갈락토오스 순이다. 단당류들이 2개씩 붙은 것을 이당류라고 한다. 포도당과 과당이 붙은 것이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설탕인데 사탕수수로부터 추출하였다 하여 한자로는 자당(蔗糖)이라고 부른다. 우유에 들어있는 젖당은 포도당과 갈락토오스가 연결된 것으로 단맛은 미미하다.
치아에 한번 붙으면 떼어내기가 쉽지 않은 글루칸
유산균은 2개의 단당류로 이루어진 자당(설탕)을 분해해서 포도당과 과당을 만든다. 그런데 우리 입속에 들어있는 충치균(유산균의 일종)은 분해된 포도당으로 글루칸이라는 물질을 만들고 과당을 분해해서는 유산을 만들어낸다. 글루칸은 끈적끈적한 물질이고 유산은 산성을 띠는 물질인데 끈적끈적한 글루칸이 우리 치아에 한번 붙으면 떼어내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게 끈적끈적한 글루칸이 충치균을 우리 치아에 단단하게 고정을 시켜놓은 역할을 한다. 치아에 고정이 된 충치균은 연속적으로 입안으로 들어오는 설탕을 분해해서 더욱 단단한 요새를 만들고 유산을 분비해낸다. 우리 치아는 단단한 상아질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단단하기가 아주 대단하다. 그런데 그렇게 단단한 상아질도 약한 부분이 있으니 바로 산성물질에 노출되면 상아질이 손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입안에 있는 침이 약알칼리성이라 유산을 중화시킬 수 있지만 계속 설탕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섭취하다 보면 침으로 막을 수 있는 한계가 이르게 되고 충치가 발생이 되는 것이다.
필로폰 성분이고 각성제 물질인 ‘메타암페타민’은 우리 입안에서 침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산균에 의해 생성된 유산을 중화시키지 못해 충치를 심하게 발생시킨다.
입안에서 충치 일으키는 해로운 악역이 되는 유산균
유산균은 일반적으로 유용한 미생물의 대명사로 알고 있었는데 이 녀석들이 있어야 할 곳에만 있어준다면 유용미생물이고 농업적으로 활용도가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축산 농가에서 유산균을 가축에게 공급해주어 건강한 대장을 만들어 준다. 대장의 건강은 면역력과 직접 연관이 있으므로 대장이 건강하면 다른 병도 이겨낼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유산균을 활용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들이 인기가 많다.
그렇게 좋은 역할만 하는 줄 알았던 유산균들이었는데 이 녀석들이 입안에서는 충치를 일으키는 해로운 악역으로 등장을 한다. 미생물은 양면성이 있어서 이로운 역할과 해로운 역할(우리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을 한다. 어떤 환경에 노출되는가에 따라 역할이 바뀐다. 우리는 그러한 녀석들의 생리를 잘 연구해서 이로운 역할을 하게끔 유도해주면 되는 것이다. 유산균이 장내에 서식하면 유산을 분비하여 장내 pH를 약산성으로 유지시켜 병원성 세균이 우점하는 것을 방지해준다.
요즘에는 여성의 생식기관인 ‘질(vagina)'건강을 지켜준다고 홍보를 하며 여성 전용 유산균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이렇듯 유산균이 대장과 질에 서식할 때는 병원균의 침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유산균은 끈적끈적한 글루칸을 만드는 능력이 있으므로 글루칸을 생성시켜 대장벽에 딱 달라 붙어있으면서 산성 물질인 유산을 계속 분비해서 살모넬라(Salmonella spp.)와 같은 병원균이 장내에서 서식하지 못하거나 대장 벽면에 붙지 못하도록 하여 건강한 장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앞서 언급했던 부여 토착 미생물인 Pediococcus acidilatici (페디오코커스 애씨디락티스)와 같은 유산균들은 가장 기본적으로 토양 내 불용성 양분들을 가용화시켜 작물 생육 촉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유산균들을 포함한 토양 미생물들은 식물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호르몬을 분비한다. 토양 속 미생물들이 분비한 호르몬을 식물이 받아먹는 대신 식물들은 미생물들에게 필요한 양분을 나눠주는 공생 관계가 인간 세상에도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