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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역할은 미생물 자체 생균력의 효과 보다는 미생물이 분비해내는 2차 대사산물에 의한 효과

현미경으로 1,000배 확대해야
관찰할 수 있는 작은 생명체 ‘미생물’

농업 생산성 높이기 위해서 미생물 활용은 반드시 필요
농업인들에게 미생물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을 드리기도 하고 미생물의 작용 원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다보면 농업인들의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어떤 때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강의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농업인들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국가적 유용 미생물 배양 보급 사업이 그 한 몫을 한 것이라 확신한다. 


그동안 세계 농업 선진국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처럼 미생물 배양 보급 사업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일본의 나가노현의 마쯔모도라는 지역의 미생물을 사용하고 있는 농업 현장을 둘러보고 왔는데, 일본 농업인들에게 “우리나라는 농업토양의 지력 향상을 위해서 각 지자체마다 다양하고 유용한 미생물을 배양하여 농업인들에게 보급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우리나라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면 너무나도 부러워했다.

 

그러나 막상 농사를 잘 짓는다고 소문이 난 일본의 농가를 방문하면 어김없이 퇴비를 직접 제조해서 사용하고 있었고 퇴비 제조의 막바지 단계에는 방선균이 우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땅의 힘을 북돋워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미생물의 활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미생물의 효과나 역할은 제각각
미생물은 광학 현미경으로 1,000배 확대해야 겨우 관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생명체이다. 그 생김새나 특성에 따라 그 이름이 정해지는데 미생물의 효과나 역할은 제각각이다.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효소라는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서 바깥의 사정을 판단한다. 


효소는 바깥의 상황을 간접적이나마 알려주는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 개의 효소가 모든 상황을 다 파악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 개의 효소는 한 개의 정보만을 수집해온다. 예를 들면 먹이가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해주는 효소가 있는 반면 주위에 적군이 어느 방향에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알려준다. 그러기에 미생물은 끊임없이 다양한 효소(안테나)를 분비하면서 실시간으로 바깥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처를 해야만 한다.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1마이크로미터(㎛, 1cm를 1만등분한 길이)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미생물이 1,000여개의 효소를 분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지만 그 녀석들도 나름대로 살아가기 위하여 끊임없이 효소를 분비하며 그 생존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병해충 방제나 작물 생육증진에 대한 효과는 미생물 자체에 있기보다는 
미생물이 분비하는 효소의 역할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농업 현장에서 병해충 방제나 작물 생육증진에 대한 미생물들의 효과는 미생물 자체에 있기보다는 미생물이 분비하는 효소의 역할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미생물이 분비하는 효소가 곰팡이를 공격하는 특성이 있다면 그 녀석은 항균력이 우수한 미생물로 인식이 된다. 
또 어떤 녀석은 먹성이 너무 좋아서 먹이가 나타나기만 하면 그 먹이를 분해하는 효소를 많이 분비하여 마구 먹어치우는 녀석들이 있는데 그런 녀석들은 유기물 분해가 탁월한 미생물로 분류가 된다. 반면에 식물의 뿌리 발근을 활발하게 해 주는 식물호르몬을 분비하는 녀석들은 식물 성장 촉진 미생물로 활용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경북 안동 인근지역 마 재배 단지에서 마를 재배하는데 특별하게도 특정 지역에서만 마의 크기가 큰 것을 관찰할 수가 있었다. 비료를 더 준 것도 아니고 똑같이 재배를 하였는데 유독 그 지역의 마만 크게 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지역의 토양을 분석하여 미생물을 분리하여 동정을 하여 보니 그 지역에는 식물의 성장 호르몬인 지베렐린을 분비 잘 하는 녀석들이 우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렇듯 미생물은 다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고 미생물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징이 있다. 똑같은 Bacillus subtilis(고초균;枯草菌)라 할지라도 항균력이 우수한 녀석이 있는 반면 유기물 분해가 탁월한 녀석도 있다. 물론 항균력과 유기물 분해 능력 등 다방면에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녀석들도 있지만 그런 미생물들은 특허감이다. 


미생물을 만병통치식으로 홍보한다면 농민과 소비자의 관심 시들해질 것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쓴 미생물 교재들을 보면 미생물의 특징과 효능이 수도 없이 열거되어 있다. 항균력이 우수하고 유기물 분해가 탁월하며 공기 중에 78%나 있는 질소(N2)를 잡아주어 식물의 성장에 이용하게 해주기도 하고 생물농약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들이다.


미생물의 역할은 미생물 자체 생균력의 효과 보다는 미생물이 분비해내는 2차 대사산물에 의한 효과라는 것은 국내외 여러 연구자와 논문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생물들이 분비하는 항생제나 식물호르몬이나 효소와 같은 유용한 물질들은 24시간 내에 생산해내지는 않는다. 최소한 48시간 이상은 배양해야 비로소 2차 대사산물이 생산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많은 미생물 배양 센터에서는 24시간 정도 배양해서 미생물의 밀도가 어느 정도 자랐다 싶으면 농민들에게 공급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진정한 미생물의 효과를 보기는 어렵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미생물의 밀도에만 초점을 맞춰 미생물을 만병통치식으로 홍보하고 보급한다면 조만간 미생물에 대한 농민 소비자의 관심은 시들어질 것이고 고가의 장비들은 애물단지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어떻게 하여야 유용 미생물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지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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