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 미생물의 대표적인 세균으로 바실러스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보았다. 한자로는 고초균(枯草菌)이라고도 하는데 어쨌든 미생물 배양실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미생물이기도 하고 시중에 출시된 미생물 제품의 70% 이상이 바실러스 세균이 들어있을 정도로 유명한 미생물이다.
바실러스는 막대기라는 뜻인데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기다랗게 생긴 세균을 통칭하는 말로서 그 종류는 수없이 많으며 지금도 새로운 바실러스들이 분리되고 있다.
바실러스는 우리 사람으로 치면 이름의 성과 같다. 홍길동의 홍씨와 같은 느낌이다. 그러므로 바실러스는 막대기처럼 생긴 미생물들의 성씨와 같은 개념이다. 그래서 미생물을 부를 때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라고 적어야지만 비로소 온전한 미생물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단순히 바실러스 미생물을 달라고 하면 엄청나게 막연한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바실러스 종류 중에는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라는 병원균도 있기 때문이다.
전분은 포도당으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능력자
바실러스는 다양한 효소를 생산해내기도 하는데 전분을 분해하는 아밀라제, 단백질을 분해하는 프로테아제, 인을 분해하는 효소 그리고 드물게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다재다능한 녀석이다. 효소는 영어로는 엔자임(Enzyme)이라 하는데 커다란 물질을 자그마한 물질로 잘라내는 역할을 한다.
전분이라는 커다란 덩어리를 분해하여 포도당으로 분해한다던지,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으로 자른다든지 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농업이나 축산 분야에서 엄청한 활약을 하고 다니는 녀석이다. 그러나 바실러스에 속하는 많은 미생물들이 분명히 다양하고도 유용한 효소를 분비하는 미생물이 맞기는 하지만 배양시간이 얼마냐에 따라 효소 생산이 결정된다. 최소한 48시간 이상을 충분히 배양할 때 유용한 기능의 효소가 생산되는데 미생물 전문 배양실이 아닌 곳에서 잡균의 오염가능성을 배제하고 48시간 이상 미생물을 배양하기는 쉽지 않다.
외부 환경 조건이 안 좋으면 포자 만들어 내는 능력
일선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유용미생물을 배양할 때 48시간 이상 진행하는 곳은 드물기 때문에 미생물 배양액 내에 우리가 기대하는 효소는 적은 농도로 포함되어 있다. 미생물에 의해 발생되는 농축산 분야의 효과들은 효소에 대한 효능들인데 정작 효소의 농도가 낮으면 미생물에 대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실러스를 액상 배양이 아닌 고체 배양이나 곡물 배지를 이용하여 배양하면 효소 생산이 많아지고 아미노산, 핵산, 올리고당 또는 생물계면활성제 등이 생산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곡물을 원료로 사용하다보니 농가 관수 노즐이 막히는 문제가 있어서 효과는 좋은데 실제 농업인들에게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바실러스는 일반 세균과 달리 외부 환경 조건이 안 좋으면 포자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 포자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DNA와 세포 소기관만을 챙겨서 외부 껍데기를 아주 두꺼운 막으로 둘러싸는 형태이며 움직이지도 않고 아주 죽은 듯이 있기 때문에 웬만한 외부 환경 변화에는 끄덕도 하지 않는 바실러스의 또 다른 모습이다. 죽은 듯이 있으므로 먹이도 필요 없고 두꺼운 외부 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춥거나 덥거나 해도 영향을 덜 받는다. 건조가 되거나 물속에 들어 있어도 미동도 하지 않기 때문에 가스 발생도 안 되고 열도 안 나기 때문에 있는 듯 없는 듯 형태가 포자인 것이다.
바실러스 포자 독소의 상업적 활용
그런데 바실러스가 포자를 형성할 때는 독소(toxin)도 같이 만드는 특징이 있다. 나중에 포자가 깨어날 때 다른 천적이나 외부 미생물들이 공격을 하면 자손 번식이 안 되므로 독소를 함께 만들어 놓아서 다른 미생물들이 접근하지 못 하거나 죽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바실러스 포자 독소를 상업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BT이다.
BT는 바실러스 세균에 속하는 미생물로 포자를 형성할 때 만들어 놓았던 독소가 애벌레를 죽이는 효과가 발견되어 생물농약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바실러스를 농업이나 축산 분야에서 다재다능하게 만드는 요인이 효소 말고도 2차 대사산물(Secondary metabolites)이라는 것이 있는데 미생물을 사용해서 병 발생이 줄어들고, 작물 생육이 촉진되고, 축산 질병이 감소되었다고 하는 현장 효과들의 많은 부분이 2차 대사산물에 의한 효능이다. 실제로 미생물 배양액 내 유용한 2차 대사산물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을 때 미생물이 화학비료나 농약의 효과에 버금가는 효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바실러스 서블틸리스가 생산하는 생물계면활성제는 강력한 항균 능력과 함께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기능이 확인되었다.
바실러스 서블틸리스는 다른 이름으로 고초균이라고도 부르는데 마른풀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로서 볏짚에 서식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콩은 단백질의 보고인데 콩을 삶아서 벽돌 모양의 메주로 만든 다음 지푸라기로 엮어 처마에 매달아 놓았던 모습을 많이 보았었다. 그런데 지푸라기에 서식하고 있던 바실러스 서브틸리스가 스멀스멀 기어나와 콩의 주성분인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으로 만들어내는데 아미노산은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다. 그래서 화학조미료의 성분이기도 하다.
아미노산의 구조를 살펴보면 모든 아미노산마다 질소가 하나씩 붙어있다. 질소는 작물의 영양생장에 필요한 성분이다. 질소는 아미노산에 하나씩 들어있고 아미노산들이 일렬로 연결되어 진주목걸이처럼 이어진 형태를 단백질이라고 하는데 바실러스 서브틸리스라고 하는 고초균은 단백질을 잘게 부수어 아미노산 내에 들어있는 질소 성분이 작물에 흡수되어 영양생장을 촉진하게 된다. 바실러스 서브틸리스는 작물의 전반기 생육 과정 중 초반 영양생장에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미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