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은 양파, 마늘 등 겨울철 논 재배 작물이 습한 날씨로 생산량 감소, 병충해 등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무재료 땅속배수 기술’을 소개하고, 마늘 파종이나 양파 아주심기 전에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겨울부터 올 초봄까지 잦은 이상 강우로 지역에 따라 평년 대비 20~50% 많은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일부 논 재배 양파에서 무름병, 마늘에서 기존 잎 사이에 새로운 잎이 나오고 옆 줄기가 터지면서 마늘쪽 개수가 2배 이상 많아지는 생육 장애인 벌마늘 발생이 20~30% 증가했다. 생산량도 최대 75%까지 줄어드는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지난해 무재료 땅속배수 기술을 시범 적용한 충남 홍성의 논 양파 재배 농가에서는 흙 물빠짐이 2.8배까지 늘고, 10아르(a, 300평)당 수확량 또한 8,157㎏으로 평년 생산량 6,787㎏ 대비 20.2% 증가했다.
무재료 땅속배수 기술은 땅속 40~60cm 깊이에 지름 4~7cm의 배수로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논에서는 경반층보다 더 깊이 작업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재배지 내 지표 배수로는 땅속 배수로보다 10cm 이상 깊게 정비하고, 두둑을 높이 만들면 갑작스러운 호우에도 물빠짐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땅속 배수로를 만드는 장치(암거 형성기)는 80마력 이상 트랙터에 붙여 경운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면 된다. 1~3줄의 땅속 배수로를 한 번에 만들 수 있으며, 약 10아르 기준 20~40분이 걸린다. 땅속 배수로 깊이는 현장 여건에 맞게 작업자가 직접 조정할 수 있다. 배수로 형성과 함께 깊이 갈아 흙을 부수는 심토 파쇄 작업도 진행할 수 있다.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배수 효과가 짧게는 한 작기, 길게는 1년 이상 계속돼 매년 1~2회 작업으로 토양의 배수성과 통기성을 유지할 수 있다.
땅속 배수로를 만드는 장치는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임대하거나 기술이전 업체에서 구매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양파, 마늘뿐만 아니라 배추, 콩, 조사료 등 다양한 논 재배 밭작물에 시험적용을 확대하고, 여기에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기술 개선을 해나갈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이충근 안전재해예방공학과장은 “기후변화로 겨울철에도 예상하지 못한 비가 자주 내리고 있다.”라며, “농가에서는 마늘 파종이나 양파 아주심기 전에 무재료 땅속배수 기술을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배수 대책을 마련해 농작물 피해를 줄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