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과 이탈리아 트렌토대학교(Univ. of Trento) 등 글로벌 연구팀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마시지 않는 사람 간의 장내 미생물 차이를 연구하였다. 커피는 폴리페놀, 알칼로이드 그리고 수백 가지 방향족 화합물이 어우러져 항염증/항산화 효과가 있어 질병 발생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대중 음료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한 커피에 대하여 국제 공동 연구팀이 전 세계 54,2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장내에는 로소니박터 아사카롤리티쿠스(Lawsonibacter asaccharolyticus)라는 세균이 많게는 8배가량 많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커피가 우리 몸의 미생물상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우리 몸에서만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대장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들도 함께 먹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몸속 미생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장내에 특히 많이 있다고 밝혀진 로소니박터 아사카롤리티쿠스(L. asaccharolyticus) 미생물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어쨌든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장내 미생물 상이 바뀐다는 것이다. 각 나라나 민족마다 ‘풍토성’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그 지역 고유의 자연 환경적 특성에 따라 형성된 독특한 속성이나 문화를 의미하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유의 농축산물과 음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유기질 비료나 퇴비의 원료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활성화되는 미생물도 달라
사람에게 있어서 먹는 음식에 따라 장내 미생물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토양의 경우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우리 몸과 마찬가지로 토양에도 어떤 유기물이 투입되느냐에 따라 토양 내 미생물 상의 변화가 나타난다. 질소나 인, 칼륨 등이 풍부한 가축분뇨를 투입하면 질산화세균이나 아조토박터 등이 증가하며 특정 혐기성 미생물도 활성화된다. 그러나 미완성된 가축분뇨 비료는 가스 발생이나 병원성 미생물의 증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클로버나 자운영 같은 녹비 작물을 투입하면 리조비움이나 트리코더마와 같은 곰팡이류가 활성화되어 병원성 곰팡이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 발효 퇴비가 토양에 들어가면 바실러스 속 세균이나 유산균, 효모 같은 미생물들이 다양하게 증가할 수 있다. 지력을 증진하기 위하여 다양한 퇴비나 유기질 비료를 투입하는데 유기질 비료나 퇴비의 원료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활성화되는 미생물도 다르다.
토양에 투입되는 유기물의 종류에 따라 활성화되는 토양 미생물이 변화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유기물이 아닌 특정 미생물 배양액을 토양에 직접 투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우리가 그동안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병원균 발생도 억제할 목적으로 유용 미생물 배양액을 열심히 넣어주었는데 그 미생물들이 지금 토양에서 각자의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유전자 분석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10~20년 전만 해도 토양에 있는 미생물을 분석해 내기 위해서는 토양 시료를 채취해 미생물 배양용 한천 배지를 제조하여 미생물을 분석했다. 하지만 그렇게 분석되는 미생물의 숫자는 실제 토양에 존재하는 녀석들의 10%도 되지 않는다.
미생물 배양용 한천 배지도 미생물마다 특화되어 세균을 배양하는 배지(TSA)가 있고, 곰팡이를 배양 배지(PDA)가 따로 있다. 유산균을 배양하는 배지(MRS), 효모를 배양하는 배지(YPD), 방선균을 배양하는 배지(ISP) 등 다양한 세균이나 곰팡이를 배양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특화된 배지를 사용해왔다.
14일 정도 시간이 소요되면
흙이나 물속에 존재하는 미생물들 샅샅이 밝혀낼 수 있어
그런데 요즘은 메타지노믹스(Metagenomics) 같은 미생물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토양에 어떤 미생물이 얼마만큼 있는지 분석해내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도 발전하였다. 이제는 14일 정도 시간이 소요되면 흙이나 물속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을 샅샅이 밝혀낼 수 있다.
이렇게 유전자 분석 기술 발달에 힘입어 예전에는 막연하게나마 유용 미생물을 토양에 투입하면 살아있겠거니 했던 것들이 막상 분석을 해보니 유용 미생물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그동안 토양에 넣어주었던 유용 미생물들이 토양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존 우점 미생물과의 경쟁에서 패하여 다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동안 농업적으로 유용한 미생물들을 배양해 토양에 넣어준 일은 모두 헛수고였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생물은 일정 배양 시간이 지나면 2차 대사산물(Secondary metabolites)이라 불리는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식물의 성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호르몬인 지베렐린이나 인돌아세트산을 비롯하여 살충물질, 살균물질, 바이러스 억제 물질, 유기산, 비타민, 색소 등 이루 셀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 물질들이 풍부하게 함유된 미생물 배양액을 토양에 살포하면 이 물질들에 의하여 토양 병원균의 우점화를 억제하거나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토양에 넣어 준 미생물들이 살아있는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농업적으로 유용한 미생물의 효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미생물이 2차 대사산물을 만들어 낼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24시간 배양한 미생물을 토양에 뿌려주어 봤자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