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 탓에 벌써부터 냉방기기 사용량이 늘고 있다. 에어컨, 선풍기 등의 차가운 바람으로 냉방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으나,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의 보편화로, 바람이 바로 신체에 닿는 환경을 쉽게 만나게 된다. 이 때, 대표적인 어깨관절 질환인 오십견 환자들은 찬 바람이 어깨 부위에 직접 닿아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찬 바람 직접 닿으면 어깨 통증 악화
오십견은 흔히 50세 전후로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동결견’ 또는 ‘유착성관절낭염’이다. 정식 질환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오십견은 어깨가 얼어붙은 것과 같이 단단히 굳어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어깨관절을 감싸고 있는 관절 주머니에 염증이 생겨 주머니가 두꺼워지고 유착이 발생하는 것이다.
오십견 환자들이 냉방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 바람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장시간 찬바람을 어깨 부위에 직접적으로 쐬면 관절 주변 근육이 경직돼 어깨관절도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찬 바람으로 인해 근육이 굳으면 원활한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이는 근육과 인대를 더욱 경직시켜 통증을 악화시킨다. 오십견의 대표적인 증상은 어깨관절의 운동 범위에 제약이 생기는 점이다. 초기에는 어깨관절을 안쪽으로 돌리는 동작이 불편하게 느껴지며, 증상이 심해질수록 팔을 앞으로 들거나 바깥쪽으로 회전하는 동작이 어려워지고 팔을 조금만 움직여도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또다른 눈에 띄는 특징은 낮보다 밤에 통증이 심해진다는 사실이다. 심한 경우 통증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할 정도다.
▶ 오십견 치료, 진행 단계 따라 적절한 치료법 고려
오십견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증상 초기라면 약물이나 주사요법,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의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에는 어깨관절의 운동 범위를 차츰 늘려가는 데 초점을 맞춰 치료를 진행하며, 근육 이완과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해 온찜질을 병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수술적 치료로 상태가 호전되지 않거나 오십견이 중기 이상 진행된 환자는 수술적 방법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인데, 어깨에 소형 관절내시경을 삽입하여 딱딱하게 굳은 근육을 미세하게 절개해 운동성을 회복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방법이다.
▶ 어깨 부위가 찬바람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
오십견의 극심한 통증을 예방하려면 냉방기기를 사용할 때 실내와 실외 온도 차를 5~6℃로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얇은 긴 소매 옷을 착용하여 찬바람이 어깨 부위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깨 부위가 경직되지 않고 혈액순환이 원활할 수 있도록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온찜질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손경모 웰튼병원 관절센터 소장은 “관절은 온도나 습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신체가 냉방기기의 찬바람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