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안에 들어서자 느껴지는 그린농약사의 첫인상은 마치 단정한 약국 같은 느낌이 든다. 더구나 단정하게 앞치마를 입은 남애리 대표(56)의 모습은 약사 가운만 입으면 그대로 여느 약사와 다름이 없어 보였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준비하는 기자에게 남 대표는 어느 틈에 준비했는지 커피 한잔을 건넨다. 친절이 몸에 베인 유과장의 습관이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천성임을 느낄 수 있었다.
3년 전부터 함께 일하는 모자(母子)
“서울에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휴일이라 도로가 많이 막힐텐테요”
경기 강화 그린농약사에 도착하자 마침 배달 일을 막 마치고 돌아온 유현종 과장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유 과장의 첫인상은 젊고 건강했다. 20대의 나이이기에 당연히 그럴 법 하지만 그에게 몸에 배인 습관인지 그의 친절함에서 경쾌함이 느껴졌다. 계속 문턱이 닳도록 찾아오는 손님 때문에 아들인 유 과장과 먼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유 과장이 어머니와 함께 일을 시작한 것은 3년 전의 일. 농대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시판상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3남매 중 맏아들인 유 과장은 어려서부터 억척스럽게 일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선뜻 시판상에 뛰어들기 쉽지 않았단다. 아버지인 유재우 씨(58)가 18년 전 공무원 생활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농사와 시판상을 시작할 때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응원군은 어머니였단다.
“우리 시판상의 대표는 어머니죠. 사업자등록도 어머니 이름으로 되어 있고 명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식물보호기능사 자격증도 아버지보다 먼저 취득하실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세요. 어머니가 시판상을 도맡고 계시고, 아버지는 육모 사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고 계신 상황입니다. 저요? 전 배달을 위주로 하고 힘을 쓸 일이 있으면 제가 도맡아 하는 거죠. 하하하.”
어디든 찾아가는 서비스
온 가족이 영농과 시판 사업에 시간을 몽땅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6000평 규모의 수도작과 밭농사 그리고 육묘 사업까지 할 수 있는 것도 근면함으로 똘똘 뭉친 집안 분위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3년 전부터 함께 한 아들에 대해 남 대표가 은근히 든든해하는 것이 느껴진다.
“아들이 없을 때는 일을 벌리는 것이 겁났죠. 배달은 꿈도 못 꾸었고요. 남편도 해야 할 일이 많았으니까요. 그냥 오는 손님만 받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달라요. 강화 전 지역은 물론 인근 서금도와 같은 섬마을까지 아들이 배달을 해주기에 매출도 눈에 띄게 늘었고, 고객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죠.”
시원시원한 성격에 활달하고 붙임성도 좋은 유 과장이라지만 사실 처음부터 맘을 잡고 일하지는 못했다. 밤이면 밤도깨비처럼 육지에 나가 친구들과 놀기 바빴고, 시간이 나면 낚시를 다니기 위해 눈치를 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피가 뜨거운 20대 중반의 청춘이었기에. 지금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하는 생활이 쉽사리 적응되지 않지만 지난해부터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일에 매진하는 중이다. 그 계기를 만든 것이 바로 결혼이었다. 그리고 지난 2월에 사랑스런 딸(유다은)을 얻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단다.
미래를 위한 부르는 노래
“처음에는 이 일을 하면 밥벌이는 충분히 하겠다는 믿음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잘하고 싶다는 열정이 생겨나고 있어요. 아무래도 가장이 되었다는 책임감도 한몫했지만 중요한 것은 시판상의 비전을 봤기 때문이죠.”
유 과장은 농대에서 배우지 못했던 실질적인 병리학 지식이 늘어나면서 붙어가는 자신감에, 어머니의 뛰어난 영업 노하우를 접하면서 장사의 맛을 알아가는 중이란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육묘장을 기반으로 고품질 우량종 묘를 생산·판매하여 기존 시판장과 차별화하고 찾아가는 서비스로 고객만족에 각별히 신경을 쓸 계획이란다.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하고 가끔 어머니랑 의견충돌이 있으면 스트레스가 쌓일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면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답니다. 그건 바로 배달을 하면서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어느덧 스트레스도 해소가 되더라구요. 앞으로도 열심히 달리며 노래를 부를 예정입니다. 그곳에 우리 가족 모두의 미래가 달려 있으니까요.”
지친 일상 속에서 유 과장이 달리며 부르는 노랫가락은 분명 우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시판상 이름 앞에 붙여진 ‘그린’이라는 이름처럼 그는 아직 푸른 청춘이고, 그의 미래도 밝아 보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