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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가격 폭락, 농촌이 무너지고 있다!

생산량 늘고 소비량은 줄어, 재고량에 수입량까지 누적
쌀 자급율 101% “이제야 자급자족, 쌀 활용처 늘려야”

한국인의 힘, 한국인의 혼으로 불리던 쌀이 위기를 맞고 있다. 쌀과 함께 농촌사회도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농업의 상징인 쌀 가격이 매년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지난해 대비 15% 대폭락을 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풍년기근’ ‘풍년속 빈곤’ ‘25년 전의 쌀값’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농촌사회는 연일 쌀값폭락 항의와 대책마련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풍년 속에서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는 오늘의 농촌, 그 현황과 원인을 분석해 본다.


쌀값 한달새 4% 하락, 지난해 대비 15% 폭락 
통계청이 10일 단위로 집계하는 ‘쌀값 동향’에 따르면 9월달 산지 쌀값은 80kg 기준으로 9월 5일 13만7152원, 9월 15일 13만5544원, 9월 25일 13만3436원이다. 지난 8월과 비교하면 불과 한달 사이에 4~5%가 하락한 가격이다. 1년전 동일시점과 비교해 보면, 2015년 9월 산지 쌀값이 15만9000원대였으니 1년 사이에 무려 15%가 하락한 것이다. 3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하면, 2013년 9월 산지 쌀값이 17만6000원대이므로 무려 23% 하락한 것이다. 농산물을 제외한 모든 생활물가가 매년 오르고 있지만 유독 쌀값만은 매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처럼 쌀값이 폭락하고 이유는 2013년 이후 4년 연속 풍작이 확실시되고 있고, 재고량 또한 예년보다 많기 때문이다. 매년 400만톤 이상을 수확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의 재고량은 1년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200만톤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7월부터 생산년도가 다른 쌀의 혼합판매가 금지되면서 농협과 민간에서 올해 수확기를 앞두고 재고떨기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정부의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결정도 쌀값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2016년산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은 1등급 40kg 기준 4만5000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지난해 5만2000원 대비 7000원이나 낮은 14.5%가 하락한 금액이다.
우선지급금은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이 확정되기 전에 벼 매입현장에서 농가에게 지급하는 가지급금으로 우선지급금을 제외한 차액은 수확기(10~12월) 산지 쌀값을 반영해 결정된다. 하지만 주산지 관계자들은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이 산곡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라며 “우선지급금이 낮게 책정되면 시장가격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신곡가격 형성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재배면적은 감소, 기술 발달로 총생산량은 증가
쌀값이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쌀 수요량 대비 생산량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적정 수요량은 약 380만톤 정도인데 최근의 쌀 생산량은 수요량을 약 30만톤 상회하는 410만톤이다. 올해는 최근 평균 생산량을 더 웃도는 420만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농지는 산업화와 도시화, 농업기피 현상 등으로 농지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벼농사도 예외는 아니다. 1980년대 120만ha에 달하던 벼 재배면적은 1990년대 100만ha로 감소하였고, 2005년에는 100만ha가 무너졌으며, 2010년도에는 90만ha도 무너졌다. 지난해 벼 재배면적은 79만7957ha까지 감소하였다. 10년 전인 2005년과 비교하면 20%, 20년 전인 1995년과 비교하면 무려 25%가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과 재배기술의 발달, 그리고 농기계 및 농자재의 발달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높여 총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품종별 차이와 기상상태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2011년 482kg이던 10a당 생산량은 2013년 495kg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527kg으로 대폭 향상되었다.
5년간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약 9% 향상된 것이다. 반면 같은 시기 벼 재배면적은 2011년 85만ha에서 지난해 80만ha로 약 6% 정도 감소하였다. 재배면적 감소를 뛰어넘는 단위면적당 생산량, 이에 따라 쌀의 총 생산량은 2011년 410만톤에서 2015년 420만톤으로 소폭 증가하였다.





전체인구 증가, 쌀 소비는 급감... 쌀값 폭락의 주원인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60년대 베이비 붐 세대에 최대 증가율 이후, 소폭이나마 계속 증가세에 있다. 20년 전인 1995년 4564만명이던 전체인구는 2000년 4753만명·2005년 4868만명·2010년 4988만명으로 계속 증가했으며, 2011년 처음으로 5000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5095만명까지 증가했다. 지난 20년간 약 12%의 인구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소폭이나마 인구증가율을 기록하며, 인구는 새로 늘었지만 쌀 소비는 늘지 않았다. 오히려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의 민족답게 쌀을 많이 소비하던 나라였다. 한국전쟁 및 1960년대까지는 농업기반 및 농업기술의 미비로 보릿고개를 겪어야 했지만, 1970년대 통일벼 품종의 개발로 국민의 기근을 해결할 수 있었다. 1970년 당시 1인당 년간 쌀 소비량은 130㎏에 달하였다.
이후 대체식품의 개발, 식습관의 변화 등으로 쌀 소비량은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최근 20년의 동향을 살펴보면 1995년 1인당 년간 쌀 소비량은 106.5㎏이었다. 하지만 2000년 93.6㎏, 2005년 80.7㎏, 2010년 72.8㎏로 급격히 감소, 지난 2015년에는 62.9㎏까지 감소하였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지난 20년간 무려 40%가 감소한 것이다. 5년을 주기로 10% 이상씩 감소한 것이다.
지난 20년간 전체 인구는 약 12% 증가하였지만, 전체 인구의 쌀 소비량은 인구증가율의 3배를 뛰어넘는 40%가 감소하였다. 식사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의 쌀 소비량이 늘었다 하더라도 쌀 재고량이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쌀 재고량은 200여만톤에 달하고 있다. 정부가 175만톤, 농협 RPC가 34만톤으로 역대 최고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년 생산량의 절반이다. 소비가 없는 한 재고량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



재고량 넘쳐도 쌀 수입 계속, 국내쌀 외면하는 기업도 문제
쌀 생산량은 많고, 소비는 안되고, 재고량이 넘쳐도 우리나라는 매년 외국에서 쌀을 수입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이후 쌀 관세화 유예의 대가로 도입한 의무수입량 때문이다.
의무수입량은 1995년 5만1000톤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40만9000톤까지 증가했다. 1년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많은 양이다.
2014년 쌀 관세화 도입 및 쌀시장 개방으로 일반적으로 수입되는 쌀에는 513%의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지만, 의무수입량은 여전히 지켜야 한다. 쌀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상황에서 의무수입량은 국내 쌀 재고 누적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수입쌀을 선호하는 일부 기업들의 악덕 상행위도 국내산 쌀 소비를 가로막는 큰 요소가 되고 있다.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던 국내 최대의 항공사, 대한항공은 기내식에 수입쌀만 사용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햇반을 제외한 모든 쌀을 수입산 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 이후에만 약 1200톤을 사용했다고 한다.
한국의 맛으로 한때 한류의 바람을 선도하던 막걸리 업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맛으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원료는 수입산 쌀이었다. 국내 막걸리 제조업체 428곳 중 수입쌀을 사용하는 업체는 68%인 290곳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업체가 사용한 수입쌀은 2014년에만 2만5000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경색되어 있는 남북관계도 쌀 문제를 가중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남북대화가 활발하던 때에는 연간 40만톤에 달하는 대북 쌀 지원을 전개함으로써 국내 쌀 재고를 해소하고 쌀 가격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40만톤은 연간 재고량을 웃도는 큰 양임에는 틀림없다.


쌀 자급율 101%, 쌀 넘치는 게 아니라 활용법 못찾은 것
최근 쌀 가격 폭락과 관련하여 정부 관계부처 및 유관 기관단체에서는 연일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다양한 방법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지만 가장 큰 대책은 쌀 소비촉진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쌀은 곧 밥’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쌀은 식품’이라는 새로운 인식으로 다양한 식품으로 개발하고 새로운 활용처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쌀 관련 상품개발 및 포장방법 개선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관련 당국에서도 농업지원금제도를 포함하여 다양한 대안을 수립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근시안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책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얼마전 정치권 일부에서 쌀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농업진흥지역의 추가 해제를 주장한 바 있다. 농지를 줄여 가격을 올리자는 근시안적 대책에 여론과 농업계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아야만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쌀 자급율은 101%이다. 넘치는 수준이 아니라 이제 겨우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인 것이다. 그리고 곡물자급율은 자급자족이 절대 불가능한 23%대에 그치고 있다. 농업은 공산품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한 국가의 자립과 관련된 생존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오늘의 쌀 문제도 농업의 테두리 안에서, 국가의 미래 존망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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