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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을 견디는 미생물의 겨울나기

낮은 속도지만 제 할 일 해나가는 미생물,
저온기 유기물 발효는 액체보다 고체배양이 더 수월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 기운이 느껴진다.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霜降)이 지나니 곧 입동이 찾아올 터, 장롱 속 겨울옷을 꺼내 겨울나기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농촌은 지금이 더없이 바쁘다.

누렇게 잘 익은 호박을 따고, 길게 뻗은 넝쿨을 잡아당겨 붉게 살 오른 고구마를 캐고, 노랗게 물든 감을 거둬들인다. 보리 파종도 서둘러야 내년 타작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한편으로는 “벌레도 겨울잠 자러 들어가는데, 미생물은 어떻게 겨울을 날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난다. 이번 글은 미생물의 겨울나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겨울 추위는 동물뿐 아니라 미생물에게도 큰 시련이다. 벌레는 따뜻한 곳으로 기어갈 수나 있지만, 미생물의 세계에서 하루에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반경 몇 센티미터 남짓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그대로 앉아서 얼어 죽을 수는 없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미생물은 대사를 최소화하여 에너지 손실을 막고, 글리세롤 같은 부동액 보호 물질을 만들어 세포 내 수분이 쉽게 얼지 않도록 한다.

이 시기 미생물은 최소한의 대사만 진행할 뿐 불필요한 합성은 꺼두는 것이 일반적이며, 외부 환경이 호전될 때까지 에너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인다. 미생물들도 겨우 숨만 쉬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유기물을 분해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 할 일이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낙엽, 볏짚이나 나무잔사 같은 유기물 분해가 현저히 느려진다. 어떤 녀석들은 포자를 형성해, 생존에 꼭 필요한 세포 내 물질만 추려서 두꺼운 껍질로 꽁꽁 감싸 혹한을 버텨낸다. 물론 많은 수가 도태되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은 개체는 추위를 견디는 적응을 이뤄 다음 세대에 그 특성을 물려준다.


흔히 고초균(枯草菌)으로 알려지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는 포자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미생물인데 배양 후 24시간 정도 상온에 가만히 놔두면 포자를 형성하는데 훨씬 효과적임을 실험실에서 검증을 하였다. 이렇듯 자연은 이렇게 작은 미생물에게도 겨울을 견디는 지혜를 가르친다.


경험과 데이터를 결합한 이 체계는 ‘감(感)’이 아닌 증거 기반 농법
바로 이 ‘겨울 준비’의 시기에, 전남 영암의 “버들농산영농조합법인”은 고구마 재배에 과학 영농을 본격 도입한다. 수확이 마무리되는 지금부터 포장별 토양 선충 밀도 조사와 토양 미생물 군집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그리고 이·화학성 기초진단(pH, 유기물, EC 등)을 실시해 현재 토양의 ‘건강검진표’를 만든다.
이후 데이터에 근거한 맞춤형 처방(선충 핫스팟 정밀 관리, 유기물 원료의 C/N 비 최적화, 고체발효 자재 투입량과 시기 설정)을 단계별로 적용하고, 내년 생육기에는 사후 모니터링으로 생육·수량·품질 지표(발근 상태, 상처율, 저장성 등)를 추적한다. 현장의 경험과 데이터를 결합한 이 체계는 ‘감(感)’이 아닌 증거 기반 농법으로, 고구마 재배지의 선충 피해를 줄이고 토양 미생물 균형을 바로잡아 안정적인 수량과 균일한 품질을 기대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번 겨울의 준비가 내년의 시작을 바꾸는 만큼, 버들농산의 과학 영농이 지역 고구마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되리라 믿는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을 했듯이 미생물은 액체 상태로 배양할 때 보다 고체 상태로 배양을 할 때 농업이나 축산에 유용한 물질을 더 많이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농민들이 미생물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고체 발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실전에서는 수분, 공극, C/N 비가 ‘초기 조건’의 핵심이다. 수분은 손으로 쥐어 가볍게 뭉치되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 50% 내외가 좋다. 농가에서 발생되는 부산물인 쌀겨, 왕겨, 볏짚 등에 당밀을 물에 풀어 버무려 놓으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토양 개량제를 만들 수 있다.


액체 배양은 길어야 3~4일이면 끝나지만 고체배양은 최소한 15일 이상은 지속이 되어야 한다. 겨울철에는 발효 더미에 열이 축적될 수 있도록 켜켜이 쌓아놓으면 안정화가 빠르다. 액체 배양에 비해 긴 발효 시간 동안 농작물이 필요로 하는 유기산이나 항생물질 또는 식물 생장 촉진 물질 등을 생산해낸다.

연구소에서 발효 액체비료를 만들다 보면 계절 차이가 뚜렷하다. 여름에는 보름 남짓이면 생선 대가리나 내장이 발효되지만, 겨울에는 50일이 넘어가기도 한다. 춥다고 미생물이 아예 움츠려있는 것은 아니다. 활동이 느려졌을 뿐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 조용할 뿐, 미생물은 낮은 속도지만 제 할 일을 계속한다. 그래서 저온기 유기물 발효는 액체보다 고체배양이 더 수월하고 안정적이다.
예전에는 발효열을 축적하려면 최소 쌀겨 200kg 이상의 더미가 필요하다고 여겼지만, 현장에서 보니 20kg 단위 비닐백 고체배양이 간편하고 효과적이었다. 비닐백은 공기주머니가 생기지 않도록 단단히 눌러 밀봉하고, 바닥에서 10cm 이상 띄워 찬 바닥과 거리를 두어 단열하면 결로에 의한 2차 오염을 줄일 수 있다.


농업 미생물 일을 하다 보면, 교과서에 없는 현장 노하우를 지닌 고수들을 자주 만난다. 시군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에서 보급하고 있는 유용미생물(유산균·효모·바실러스 등) 배양액을 쌀겨나 왕겨와 같은 농가 부산물에 접종해 고체발효를 하면, 작물 생장에 도움이 되는 유기산과 효소가 풍부한 소재가 만들어지고, 토양개량제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방법은 간단하다. 탄소와 질소의 비율을 맞춘 유기물을 혼합기에 넣어 균일하게 섞은 뒤 20kg씩 비료포대에 포장하여 입구를 끈으로 묶어 고체배양을 한다. 서서히 비닐백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쌀겨에 섞여 있던 병원성 미생물이나 해충이 자연스럽게 억제되어 양질의 토양개량제가 된다. 이때 초기 접종하는 종균의 밀도를 107 cfu/g 수준을 맞춰주면 유기산 분비가 촉진되고 산성화가 이루어져 잡균(오염균)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발효 종료는 pH 4.5 정도를 가리켰을 때 발효가 끝났음을 확인하는 지표로 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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