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등 과수에 치명적인 병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한번에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립종자원(원장 최병국)은 지난 11일 사과·배 묘목에서 여러 개의 바이러스·바이로이드를 한 번에 검정할 수 있는 다중진단기술을 경북대학교 이수헌 교수와 공동개발하고 이를 국내 업체에 기술이전, 진단키트로 제품화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진단기술은 바이로이드까지 동시에 진단할 수 있어 기존 진단법에 비해 사용이 간편하고 저렴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정밀도와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국내 과수 바이러스 진단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병묘 대량 생산 기반 마련
사과황화잎반점바이러스병 등 특정병 한번에 진단
지금까지 과수 무병묘목의 보증과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바이러스 진단기술 확보가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2005년 한·칠레 FTA 발효를 계기로 과수산업 선진화를 위한 우량 무병묘목에 대한 생산유통 활성화 방안이 추진됐다. 또한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사과·배·복숭아·포도·감귤 등 주요 5대 과종의 무병묘목 보증절차에서 바이러스 검정이 의무화됐다.
검정 대상도 기존 원종·원원종에서 모수와 보급종까지 확대 했다. 현재 대부분의 묘목은 보증묘목이 아닌 규격묘(품질표시) 상태로 유통되고 있다.
또한 과수 무병묘 사업을 위해 기관별 역할분담을 추진했다. 예컨대, 무병묘 공급은 농진청·농업기술실용화재단·중앙과수묘목센터가 맡고, 바이러스 검사는 종자원과 기타 지정기관이 맡는다. 유통관리는 종자원, 지자체가 맡는 방식이다.
특히 종자원은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검정묘로 보증체계 구축, 이후 무병묘 공급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과수보증묘목 검사대상 특정병을 살펴보면 사과의 경우 사과황화잎반점바이러스병(ACLSV), 사과줄기그루빙바이러스병(ASGV), 사과줄기홈바이러스병(ASPV), 사과모자이크바이러스병(ApMV), 사과바이로이드병(ASSVd), 근두암종병(뿌리혹병)이다.
배는 사과황화잎반점바이러스병(ACLSV), 사과줄기그루빙바이러스병(ASGV), 사과바이로이드병(ASSVd), 근두암종병(뿌리혹병)이다. 복숭아는 사과황화잎반점바이러스병(ACLSV), 호프스턴트바이로이드병(HsVd), 근두암종병(뿌리혹병)이다. 포도는 포도잎말림바이러스병-1(GLRaV-1)외 4종, 감귤은 접목이상부바이러스병(CTLV)외 2종이 특정병으로 분류된다.
한편 이번 진단기술에 참여한 경북대학교는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바이러스 진단용 증폭 시발체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종자원은 개발된 증폭 시발체의 다중검정 최적 조건을 탐색해 이를 실용화 기술로 구현했다. 증폭 시발체란 유전물질(DNA, RNA)의 중합효소연쇄반응에 사용하는 유전자 단편을 뜻한다.
진단시약 100% 국산화 성공
바이러스 검정비용 절반 이하
기술을 이전받은 업체는 반응 증폭도를 높이면서도 반응단계를 단순화시켜 기존 방법에 비해 검정 신뢰도가 높고 사용이 간편한 진단키트 제품화에 성공했다.
이로써 그 동안 외국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던 진단시약도 100% 국산화 하고 바이러스 검정비용 또한 절반 이하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항원검사용 RT PCR 범용 키트의 경우 국산 3사 평균이 2,180원이지만 외산 3사 평균은 8,220원으로 국산의 3.7배에 달한다.
이번에 대상이 된 사과와 배는 우리나라 대표 과종으로 무병 묘목의 유통이 확대될 경우 생산성 향상과 품질개선, 수출증대 등 동반 경제효과 또한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과실류 바이러스 피해 예방을 위한 무병묘 보급에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은 묘목의 생산·검정과 유통시스템 정착에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4개주에 걸쳐 30여 개의 과수 묘목 등 영양체 무병묘 증식센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자원 관계자는 “공공분야의 연구개발이 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매출 확대에 기여한 상생협력의 사례”며“세계 수준의 진단기술로 우리나라 과수산업의 선진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며, 금년 연말까지는 포도에 대한 기술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