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분야에서의 일조량 부족은 이미 큰 흐름입니다. 일조량 부족에 맞는 품종개량, 재배방법 변형 등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덕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생태과장은 일조량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10년 이상 관찰하면서 기후의 큰 흐름이 변화했다고 확신한다. 특히 기후를 결정하는 주요인이 온도와 강수량인 만큼 일조량 부족현상은 관심에서 다소 비켜서 있었다. 그러나 올해 일조량 부족은 농작물의 생육을 곳곳에서 방해했다. 덕분에 추석 농산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미리부터 예견돼 왔다는 것이 이 과장의 진단이다. “35년간 일조량이 378시간 줄어들었습니다. 통계를 보면 일조량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나 매년 그 변동 폭이 심한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 과장은 “지난해에는 일조량이 많았다가 올해는 아주 적어 다음해의 일조량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면서 해마다 달라지는 일조량 변동 폭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과장은 특히 일조량 부족에 따른 농가의 농작물 재배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 일조량 부족으로 인해 시설재배 농작물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분명 자연재해 이지만 시설재배농가들이 낮 동안 하우스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차광막을 가동한 것도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차광막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작물이 받아야 하는 햇빛의 양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인공조명 ‘LED’ 시범사업에 주목 이 과장은 또 “과거에는 일조량이 풍부했기 때문에 시설 내 온도만 높여주면 문제가 없었다”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농가에서 시설의 비닐을 여러 겹으로 만들어 열 손실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여러 겹의 비닐로 인해 일조량이 줄어드는 현상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일조량 부족 문제는 간단하게 생각하면 인공 광을 통해 일조량을 풍부하게 조성해 주면 해결 됩니다.” 이 과장은 인공 광과 관련 LED 조명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2008년 기준 전국 시설 재배 면적 5만1000ha 가운데 인공조명을 사용하는 시설은 2860ha 즉 5.6% 정도로 미약하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국화, 딸기, 잎들깨 등에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LED를 설치하고 전국 48곳에서 개소 당 6000㎡ 면적에 시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그러나 “LED 설치는 전력은 적게 소모하지만 초기 설치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며 “매년 일조량 부족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 고가의 LED 설치가 간단한 결정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또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공동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절감해야 하는데도 인공조명을 설치할 경우 결국 전기 사용량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일조량 부족 해결이 쉽지 않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낱알 작고 수량 많은 품종 전환 필요 이 과장은 장기적으로 일조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품종개량, 시비·재배 시기 조절 등 농법의 변경 등을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수량이 적어도 낱알이 큰 벼 품종인 신동진벼 등이 재배돼 왔습니다. 커다란 낱알이 꽉 여물만큼 등숙기인 8월 이후의 일조량이 풍부한 덕분이었습니다. 이제는 일조량이 부족한 만큼 낱알이 작고 수량이 많은 고시히까리 같은 벼 품종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과거에 이미 개발됐던 품종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장은 특히 “품종 개량, 농법 개발 등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 과장은 한반도의 작물 재배 변화 추이도 조사해 오고 있다. 10년 전에는 대구지역에서 많이 경작되던 사과가 지금은 강원도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농업은 사람에 의한 것이니 만큼 인공적인 이동으로 볼 수도 있으나 기후가 적합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변화다. 이 과장은 “변화된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작물 도입도 연구해야 할 부분”이라며 “제주도 등에서 열대작물 위주로 적응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대책들이 잘 적용될 수 있도록 국지기상과 작물비기상 등의 기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지 기상은 기상재해에 취약한 지역을 파악해 회피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또 작물미기상은 군락 내의 기상 상태와 생육 반응을 연구한다. “산비탈에 위치한 밭과 평지의 밭은 주변 기후가 다를 수밖에 없어 같은 지역 200m 차이로도 기상이 다르다”고 말하는 이 과장은 “지역별로 기후패턴을 상세히 작성해 농업인들이 그 지역에 작물을 심을 때 기후를 알려줘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연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