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한파로 인한 저온피해 위험 상시화
지난해 농작물 피해면적 4만3,554ha, 7만4,204농가
본격적인 영농이 시작되는 3월, 해마다 이맘때면 저온피해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봄철 저온피해는 최근 몇 년간 반복되고 있으며, 특히 지난 2018년과 2019년도에는 전국적으로 저온피해가 심하게 발생했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향후 지구온난화에 따른 따뜻한 겨울과 3월 이상고온 현상의 지속으로 작물의 생물계절이 빨라져, 4~5월 기상변동에 의한 저온피해 위험이 상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초순과 중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짐에 따라 발생한 작물 저온피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4월 20일부터 5월 29일까지 지자체 정밀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면적은 농작물 4만3,554헥타르(ha), 산림작물 5,058헥타르(ha) 등 총 4만8,612헥타르(ha)로 집계됐으며, 피해를 입은 7만4,204농가에 대해 총1,054억원의 재해복구비를 지원했다.[표1 참조]
전라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6일 영하 4℃ 이하의 저온에 만개기의 배꽃이 노출되면서 꽃잎이 갈변하고, 암술과 배주가 고사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 이후, 4월 하순까지 평균기온 10℃ 내외의 저온이 지속되면서 수정불량, 착과된 배의 발육불량, 괴경(열매자루)이 짧아지는 등의 현상이 늘어났다.
나주지역을 기준으로 배꽃 피해율은 50~60% 정도였으나, 착과불량 과원의 증가로 다음 해 농사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1월 저온피해 6,813농가 8,886ha
농약대·대파대 등 총 219억원 지원
올해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라남도 해남지역의 경우 1월 한파로 인해 1,828농가에서 1,826헥타르(ha)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하 예정인 겨울배추 1,700헥타르(ha)와 겨울 특산물인 세발나물 18헥타르(ha), 감자 등 일반작물 75헥타르(ha)가 피해를 입었다.
고흥지역의 경우에도 유자 643헥타르(ha)가 피해를 입었으며, 이외에도 배추, 고추, 딸기 등 한파로 인한 피해면적이 2,244헥타르(ha)에 이르렀다.
특히 유자, 녹차, 마늘 등 피해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품목을 감안하면 4월까지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1월 한파로 인한 8,886헥타르(㏊) 면적의 농작물 피해와 폐사 등 가축 피해에 대한 지자체 정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농가 6,813곳에 대해 농약대·대파대 등 총219억원(국고 149억원, 지방비 64억원, 융자 6억원)의 재해복구비를 책정했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냉해를 입은 채소류는 품목 구분 없이 농약대 1헥타르(㏊)당 240만원, 감자는 74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피해가 심해 타작목 파종이 필요한 경우에는 단가 기준으로 보조금 50%와 융자 30%, 자부담 20%로 지원할 예정이다. 1헥타르(㏊)당 대파대 지원 단가는 ▲무·배추 586만원 ▲토마토·고추 1,840만원 ▲딸기 2,264만원 ▲감자 380만원 등이다.
또한, 피해율이 50% 이상인 농가에는 4인 가족 기준 123만원 수준의 생계비를 지원한다. 금융지원으로는 기존 농축산경영자금을 받은 농가 중 피해율 30% 이상인 농가 110곳에 대해 이자 감면(0%)과 1년간 상환연기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별도 경영자금이 필요한 농가 410곳에는 재해대책경영자금 총47억원이 추가 지원된다. 일시적 경영위기에 처한 농가라면 농업경영회생자금을 통해 차입금을 장기저리자금으로 대환할 수도 있다. 재해복구비는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원될 예정이다. 재해대책경영자금은 희망농가가 각 읍·면·동에 비치된 신청서에 지자체 담당자 확인을 받아 지역농협에 오는 4월30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1월 한파 기간 중 동해피해 증상이 나타난 과수와 추가로 파악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3~4월 중 새잎 출현 여부 등 인과관계 확인과 정밀조사 결과를 토대로 복구비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수 월동 한계온도 대응 세심한 관리 필요
과수의 경우에도 농촌진흥청이 지난 1월 19일부터 2월 9일까지 동해피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과와 배 등에서는 특별한 피해가 없지만, 복숭아와 단감, 유자에서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숭아는 전국적으로 어린나무와 내한성(추위 견딤)이 약한 품종 위주로 꽃눈이 언 피해(동해)를 봤고, 일부 농가에서 가지와 원줄기가 갈색으로 변하는 피해가 나타났다.
단감은 일부 지역에서 꽃눈 피해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정상적으로 과일을 생산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경미한 수준이었다. 남부지역에서 재배되는 유자는 잎과 열매가지의 언 피해가 심해 과일 생산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수는 월동 한계온도.[표2 참조] 보다 낮은 온도가 일정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 줄기가 쪼개지거나 꽃눈이 고사하는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동해는 경사지보다는 평지와 강사, 호수 주변 등 찬 기온이 정체되기 쉬운 곳에서 피해가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
피해가 발생한 나무는 열매맺음(결실) 양을 줄이고 질소질 비료량을 30∼50% 줄여주며, 세심한 재배 관리로 적절한 생육이 유지되도록 한다. 유자는 동해로 갈변된 잎과 가지를 제거하며, 가지치기로 열매맺음 양을 조절해 나무 세력이 회복되도록 한다. 봄에 뿌리는 기계유유제(약제)는 나무 힘을 약하게 하므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정관 과수과장은 “원줄기의 언 피해(동해)는 주로 3~4월 이후 껍질이 터지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피해 의심 나무를 주의 깊게 관찰해 조치해야 한다”며 “가지가 갈변된 복숭아나무는 4월경 갈변 부위가 발효되면서 발생하는 가스로 피해 부위가 확대될 수 있으므로, 가스 발생 3일 이내에 갈변 부위 껍질을 칼로 얇게 벗겨 가스를 제거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언 피해로 껍질이 터진 나무는 확인 즉시 노끈이나 고무 밴드 등으로 묶어 나무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3~4월 기온 평년과 비슷하나 기온변화 매우 커
북쪽 찬 공기 영향 큰 폭 하락 위험 전망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중장기 기상전망자료에 따르면, 2~3월에는 대륙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아 기온변화가 크고, 북쪽에서 남하하는 찬 공기의 영향으로 기온이 다소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다. 3~4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으나, 기온변화가 매우 크고 북쪽 찬 공기의 영향으로 기온이 다소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1~2월 한파로 인한 동해에 이어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높은 기온을 유지한 3월에 기습 한파로 인한 저온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상기온에 대해서는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 이외에는 뚜렷한 해결방법이 없는 듯하다. 이미 시중에는 저온피해에 대한 예방법들 중에 작물의 생리활성을 높여 작물 스스로 이상기온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품들도 판매되고 있다. 다만 이들 제품들은 일회성 처리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예방차원에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 경종적 방법으로 이상저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별 적기에 작물을 아주심기하고 상습 저온발생 지역에서는 개화기가 늦은 품종을 재배함으로써 피해시기를 회피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피해가 발생된 후 처리하는 것은 피해에 대한 손실과 더불어 이를 보상하는데 소요되는 직·간접 비용 등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앞서 전문가가 밝힌 바와 같이 향후 봄철 기상변동에 따른 저온피해가 상시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약제의 활용과 더불어 저온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투자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예방차원의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https://agmet.kr)’을 통해 농장 단위로 기상과 재해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있다.
현재 29개 시군 30개 작물을 대상으로 조기경보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전시군을 서비스해 이상기상으로 인한 농업인의 사전 대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 서비스를 신청하면, 농장단위의 기상·재배예측 및 재해대응 정보를 인터넷(https://agmet.kr), 휴대폰 문자, 스마트폰 앱(APP) 등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