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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자재

[기획]미생물제제

정체불명 ‘무상공급’, 검증제품 ‘지원중단’

특성·용도·효과 무시…모두 같은 제품 오인
 
친환경농업의 필수자재로 꼽히는 미생물제제는 토양개량과 작물의 성장 촉진 및 품질향상, 병해충 감소, 저장성 향상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축산업에서는 사료나 물 등에 섞어 가축에 먹이거나 악취제거용으로 미생물제제가 각광받기도 한다. 최근 구제역 매몰지에서는 사체분해 촉진과 유해가스, 병원균 발생 억제 방안으로 미생물제제를 투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친환경농업이 확산되면서 미생물제제는 이 처럼 친환경농자재산업을 이끄는 주요 원료이자 자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생물제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많은 미생물 가운데 사람에 유용한 광합성세균, 효모균, 유산균, 방선균 등 80여종의 유용미생물(EM, Effective microorganisms)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농산물의 안전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해 미생물제제 제품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2조원 대에 이르는 국내 비료와 농약시장에서 미생물제제 제품이 차지하는 시장규모는 100분에 1인 200억원 대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수치는 정부의 친환경농업 육성 의지를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미생물제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재정운영계획에 따라 국고보조사업 일몰제를 실시해 미생물농약과 천적에 지원하는 ‘생물학적병해충방제사업’을 올해부터 폐지했다. 당초 5년으로 계획됐던 미생물농약에 대한 지원사업이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최소 3년 이상 시행한 후 사업평가를 통해 지속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아예 사업이 폐지됐다.

생물학적병해충방제사업의 중단은 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천적의 보조사업 횡령사건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여 지고 있다. 실제 농식품부는 ‘생물학적병해충방제사업’에 대한 2년간의 지원내역은 있지만 현장 평가와 성과 등의 결과물에 대해선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농업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의 큰 밑거름을 감안하면 ‘생물학적병해충방제사업’의 중단은 관련 산업은 물론 친환경농업의 후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곤충 및 미생물 등의 생명자원에 R&D지원을 확대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의 육성을 골자로 하는 ‘생명산업 2020발전 전략’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다 미생물농약산업을 2015년까지 48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제3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2012~2015) 계획’에 대한 실효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다만 친환경농업 육성을 위해 미생물제제 대한 정책적 지원은 필요하지만 미생물제제가 토양과 가축에 ‘보약’처럼 인식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무조건 좋다”는 인식보다는 유용성 여부와 토양과 가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과학적으로 생산되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미생물배양센터를 건립하고 무상공급에 나서고 있는 미생물제제에 대한 검증체계를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들 미생물제제들이 만병통치 비료와 농약으로 오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효과를 떠나 안전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선 정부가 앞장서 무상공급에 나서고 제도권 안에서 검증된 제품에 대해서는 사업 중단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생물산업 육성 야심찬 계획만…
미생물제제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금같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기 보다는 미생물제제에 대한 특성과 용도, 효과, 처리시기에 대한 농가 컨설팅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 미생물제제를 토양개선, 생육촉진, 병해충방제 등으로 특성화시켜 제품화하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생물제제를 사용하는 농가의 상당수가 품질에 불만을 갖고 있는 점은 미생물제제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기술원이 2005년부터 3년간 국내 토양미생물제제 생산업체와 농업인의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미생물제제의 효과에 만족하다는 농가의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미생물관련 전문 지도자들의 전문성 확보와 관련업계의 육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도가 농업분야 미생물기업 100여개소를 모아 ‘전남미생물산업협회’를 탄생하게끔 한 것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2009년 11월 출범한 ‘전남미생물산업협회’는 한국미생물산업협회로 격상시킨다는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전남도는 또 친환경농업 메카를 자부하며 전남지역에 미생물기업에 적극 나서는 한편 나주 생물산업진흥재단, 곡성 생물방제센터를 통해 이들 미생물기업 지원과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남도 생물산업진흥재단은 올해 37억원을 투입해 전남도 미생물기업의 인력양성, 마케팅지원, 기술지원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지난해에 이어 오는 4월 21일부터 6월말까지 ‘친환경 미생물학교’를 운영한다. 친환경농업 실천농가 80여명을 대상으로 친환경농자재 활용과 유용미생물 이용법, 천적 활용 교육을 실시한다.

이같이 전남도 등 지자체가 미생물기업 육성과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교육이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중앙정부는 친환경농업을 위한 미생물산업을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만 마련해 놓고 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총 7조4639억원 투자키로 한 ‘생명산업 2020발전 전략’을 발표했지만 예산확보 방안과 실행방법 등 구체적인 후속 방안을 내놓지 못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또 미생물산업 육성정책이 R&D연구개발에 치중되면서 친환경농자재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효과를 보일지 장담할 수도 없다. 미생물제제 관련업계에서는 R&D연구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미생물제제, 특히 미생물농약의 시장형성을 위해서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보조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생물제제 ‘특성·용도’ 등 기준 필요해
친환경농업 현장에서의 미생물제제는 토양개선과 생육촉진, 병해충 방제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토양개선과 생육촉진, 비료효과 등이 보다 활성화돼 있다. 최근 화학비료와 합성농약을 대신하는 미생물비료, 미생물농약 등 구체적인 미생물 관련 친환경농자재가 각광 받고 있다.

그러나 전국 시군농업기술센터에 단순 배양돼 무상 공급되고 있는 미생물제제로 인해 특성과 용도, 효과에 따른 미생물 제품의 전문성은 희석되고 있다. 지자체에 공급되는 미생물제제의 경우 유기물 분해촉진, 토양개량, 식물영양분보급, 토양 병해충예방 등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이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효과, 특성, 검증 등의 절차가 미흡한데서 발생된 상황이라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미생물농약’, ‘토양미생물제제’, ‘친환경유기농자재목록공시제’ 등 등록기준에 따라 서로 다른 미생물제품이다. 그러나 정부와 자자체 관계자, 농민 등 모두가 등록 기준에 따라 미생물제품을 구분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결국 미생물농약 등록제도와 친환경유기농자재 목록공시제도 등이 병행되면서 발생되는 정부 정책의 혼선이 미생물제제에 대한 관리와 기준을 애매모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는 미생물제제에 대한 관리기준과 규격 등의 제도적 보완과 정립의 필요성을 대변하는 것이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위해서라도 미생물제제에 관련한 제품의 정립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오는 9월 시행에 들어갈 친환경유기농자재 품질인증제도 역시 지금과 같이 미생물제제에 대한 관리기준이 모호한 채 진행되면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친환경농업의 발전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전망이다.

비료와 농약관리법 등이 존재하는 가운데 친환경유기농자재에 대한 별도의 목록공시제도와 품질인증제의 도입은 친환경농업 육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여 지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친환경농자재에 대한 농가 신뢰와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위해서는 각각의 미생물제제 제품에 대한 검증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생물농약’ 친환경농자재제도의 희생양
우리나라의 농업용 미생물 연구와 기술 인프라 등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6월 탄생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팀. 이 팀은 17명으로 구성돼 미생물자원관리, 미생물환경생태, 미생물방제, 미생물기능이용 등 4개 전문분야로 나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농업환경미생물, 발효식품미생물, 야생버섯 등 다양한 농업·식품 미생물 자원을 확보하고 보존하는 ‘농업미생물은행(KACC)’을 운영하고 있다. 농진청은 2020년까지 미생물 보유량을 3만점까지 끌어 올려 친환경농산물 생산, 고부가가치 농업 실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농진청 농업미생물팀은 특히 학계와 산업계가 참여하는 한국농업미생물연구회(회장 정영륜·경상대 교수)를 지난해 12월 출범하고 공동연구 및 산업화에 나서기로 했다. 연구회는 작물보호, 축산, 기능성 미생물 등 6개 분과로 구성돼 운영된다.

정부의 조직과 연구회가 미생물 전반에 걸쳐 연구를 펼치지만 미생물제제 제품에 대한 개발은 민간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농자재시장에서 국내 미생물농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미생물농약 관련업계의 기술수준 만큼은 세계 수준에 육박하고 수출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미생물농약 시장은 친환경유기농목록공시제 등 친환경농자재제도에 희생돼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에서 무상 공급하는 미생물제제 또한 미생물농약으로 오인 받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유기농자재의 다수를 차지하는 식물추출 소재의 살충, 살균제 원제의 98% 이상이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에 수입되고 있어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미생물농약의 개발과 보급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미생물제제의 시장은 성장 및 팽창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응한 정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생물이 고부가가치 생명산업이라는 구호아래 계획만 늘어놓기 보다는 실질적인 산업육성책등 정책적 배려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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