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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약사 제도의 발단과 현황

2005년 농과대학 교수 중심 법제정 건의로 시작
이후 몇 차례 법(안) 발의됐으나 철회 및 국회 임기만료 폐기

식물의약사 제도는 정확한 병해충 진단을 통해 사용할 약제 선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현재 농촌진흥청에서 시행 중인 농약 사용의 안전성을 강화한 농약 허용기준 강화제도(Positive List System, PLS) 및 농약 판매기록 관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제도이다.


식물의약사 제도의 발단은 지난 2005년 한국식물병리학회, 한국농약과학회, 한국응용곤충학회, 한국잡초학회 등에 참여하고 있는 농과대학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당시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실에 법제정을 건의한 이후 2006년 5월 국회에 법안이 발의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관련 학회 및 협회 등과 수차례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법제정의 실효성과 현실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제17대 국회 종료와 함께 2007년 12월 발의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이후 2009년 10월 국회 유성엽 의원이 식물의약사법(안)을 국회의원 9명과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매년 농식품부 장관이 시행하는 국가고시에 합격한 후 면허를 받은 식물의약사가 식물병원을 개설하거나 그에 소속해 진료, 진단서 및 처방전을 교부하며, 판매업을 하려는 자는 식물의약사 면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식물의약사가 되기 위한 자격을 농과대학 식물의약학 관련 학점을 이수하고 농학사 학위를 받은 자로 규정하고 있다.


2009년 당시 식물의약사법(안)은 관련 학계를 주축으로 추진되면서 ‘농약의 오남용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라는 명분보다는 ‘제자(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문을 넓히려는 농과대학 교수진들의 숨은 의도가 담겨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식물의약사 의무 고용?!
연간 500명 배출할 경우 최소 10년 소요

또한, 농약 판매업자가 식물의약사를 의무 고용하는 것과 관련해, 농약 판매업자의 자질향상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단순 판매업에 식물의약사(국가고시) 의무 고용은 수준이 너무 높다는 것이 당시 업계의 중론이었다. 특히 농약 유통의 50% 상당을 책임지고 있는 시중 3,000여 농약 판매업자(시판)의 경우 대부분 영세해 식물의약사를 고용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농약 판매업자가 식물의약사를 의무 고용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등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연간 500명의 식물의약사가 배출된다고 가정하면 시판과 농협을 포함한 5,000여 판매상에 의무 고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이 기간 내에는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규정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본지 2009.10.31. ‘식물의약사법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기사 참조]


이와 관련해 (사)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는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입법조사관실에 검토 의견을 제출하는 한편, 제조회사 및 (사)한국작물보호협회 등과 협력하고 각 지부별 대응팀을 구축해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 등에게 협회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펼쳤으며, 그 결과 유성엽 의원 등이 발의한 식물의약사법(안)은 2009년 11월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심의 결과 철회되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유성엽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식물의약사법(안)을 보완해 국회의원 12명의 서명을 받아 2009년 12월 다시 대표 발의 했다.


식물의약법(안)의 시초를 제공한 안동대학교 이영근 교수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등 선진국은 영농규모가 커서 개별 농가에 의한 병해충 방제보다는 방제회사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며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의 방제 전문가 등은 4년제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이수하고 병해충방제학, 작물생산체계 등의 과목을 추가 이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영농규모가 작아 농가별로 병해충 방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국내 실정과 관련해 “이들 농가와 최접점에서 농약을 처방하는 농약 판매업자(시판)야 말로 식물의약사 면허를 가지고 식물을 진료해야 한다”며 “다만, 경과조치의 일환으로 기존 농약 판매업자는 식물의약사 면허를 부여받는 것은 아니지만 면허를 취득한 사람과 동일한 권리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본지 2011.05.18. ’식물의약사로 농약처방 전문성 강화해야‘ 기사 참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식물의약사 제도
2009년 12월 유성엽 의원이 다시 발의한 식물의약사법(안)은 2010년 1월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관위 심사를 통과한 후 2011년 4월 국회(임시회) 제1차 전체회의와 제1차 법률안심사소위를 거쳤으나 2012년 5월 국회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후 한동안 수면 아래에서 잠들어 있던 식물의약사법(안)은 지난 2021년 3월 전북대학교, 순천대학교, 한국농수산대학교, 국립농업과학원으로 구성된 ‘농촌진흥청 항생제 농약 내성 최소화 모델 정책연구팀 (이하 ‘정책연구팀’)’ 출범과 함께 전문가 포럼, 심포지엄 등이 개최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책연구팀은 지난해 ‘병해충 진단 및 처방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식물의약사(식물위생전문가) 제도의 필요성과 도입방안’ 연구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정책연구팀은 “국내 발생 병해충은 연간 1,000여종 이상이며, 하나의 고위험 병해충에 적용이 가능한 등록된 약제는 100~200개로 각각 작용기작과 처리 방법 또한 다양하다”며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적합한 약제를 선정하는 처방은 수백 종 이상의 병해충에 대한 전문지식과 다양한 약제에 대한 이해 및 실무경험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국내 농업 작물생산에서 병해충 관리를 위한 제도적인 시스템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진단 및 처방에 대한 관련 규정은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병해충 관리는 발생 예찰-진단-처방-판매-방제의 순차적인 흐름에 의해 진행되고 있으며, 효율적인 방제를 위해서는 진단-처방의 과정이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2년 농작물 병해충 예찰 방제에 대한 규정을 마련했으며, 2018년에는 1년에 6시간 교육을 진행하는 농약 판매인 관리교육제도를 구축했다. 특히 2019년에는 기준 미설정 농약에 대해 불검출 수준의 일률기준으로 관리함으로써 먹거리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농약을 일일섭취허용량(Acceptable Daily Intake, ADI) 범위 내에서 관리하고자 PLS를 도입했다. 또한 같은 해 농약 판매기록 관리제도 등의 방법 및 농약안전정보시스템 운영 요령도 마련했다.


기존 판매관리인 특별전형 통한 자격 부여 필요
정책연구팀은 “현재까지 농약 판매인 관리교육제도, PLS, 농약 판매기록 관리제도 등은 농약 사용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제도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PLS와 농약 판매기록 관리제도는 진단 및 처방 이후 추천된 농약이 선정되었을 때 적용되는 법규로 병해충이 발생했을 때, 적합한 농약을 선정하기 위한 제도는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합한 농약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병해충 진단을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며 “문제의 핵심은 병해충을 진단하고 적합한 농약을 선정하는 과정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물의약사 제도의 핵심은 정확한 진단 및 올바른 약제 선정을 통한 처방이다. 여기서 제도 시행에 따른 수혜는 농업인이며, 진단과 처방에 대한 핵심 결정 주체는 판매관리인이 운영하는 시판상 및 농협이다.  향후 식물의약사 제도가 정착되고 자격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전문 살포 인력 및 농약 생산업체도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를 통해 농업 작물생산 분야의 전체적인 방제 기술 수준이 상향 평준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책연구팀은 “식물의약사 법제화 이후 초기에는 기존 판매관리인들에게 특별전형을 거쳐 식물의약사 자격을 부여하면서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도가 안착이 되면, 신규 식물의약사는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을 거쳐 병해충 진단 및 농약의 처방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모습은 의학분야에서 일반의사 대비 전문의사 제도 시행 초기에도 같은 모습으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식물의약사 도입에 대한 구체적 계획 현재까지 없음
정책연구용역 통해 도입 및 필요성 여부 검토 예정

한편, 식물의약사와 관련해 현재 국회 발의된 법(안)은 없으며, 농촌진흥청이 지난 4월 국제 수준의 농약 판매제도 선진화를 위한 정책연구용역을 공모한 바 있다. 


이번 공모는 식물의약사 제도와 관련된 최초의 정책연구용역으로 농약의 과학적· 체계적 처방·판매를 통한 작물 병해충의 효율적 방제와 농약 안전사용 확산을 통한 안심 농산물 생산 확산, 농약 판매관리인의 위상 및 지속가능한 농약 정책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EU,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 및 국내 농약 판매 체계, 병해충 동정·진단·판매의 상관관계 등을 조사·비교할 예정이다. 또한 농약판매제도의 선진화와 관련해 나무의사, 수목치료기술사, 수산질병관리사, 수의사 제도 등 국내외 유사제도 및 관리 현황을 조사·분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제도의 도입 및 필요성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최근 식물의약사 제도 도입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 및 괴담으로 많은 농약 판매상이 향후 미래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마치 식물의약사 제도를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은 묘한 언변으로 주위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능력도 없으면서 주변을 현혹시키는 불순한 의도가 주변에 있는가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식물의약사 제도는 몇몇 사람의 로비나 청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현시대가 그렇게 원시적이고 후진적이지 않다. 식물의약사 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지난 70~80년여 농약·농자재 유통을 주도해 온 전국 3,000여 판매상의 현장 목소리를 귀담아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근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본지는 향후 식물의약사 제도의 추진 과정에 대한 심층취재를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특히 식물의약사 제도의 이해 당사자이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작물보호제유통협회 회원에게 식물의약사 제도 도입에 따른 문제점과 향후 대책에 대해 관련 학계·기관·기업 및 농업계 원로들의 자문을 통해 기획특집을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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