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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에 정성을 더한 ‘천직’ 농약방제처방사

"조합원 위해서라면 야근도 주말도 OK"

농협에는 농약방제처방사라는 직책이 있다. 전국에 80여명밖에 되지 않는 이들은 농약 공급 분야에서 경험과 지식·실력을 인정받아 추천에 의해 지정되는 명예직이라 할 수 있다.

1000여 곳의 농협 농약 공급책 중 80여명만 선정되는 것이니 얼마나 희소성 있는 자리인지 짐작케 한다.

조웅기(47) 청천농협(충북 괴산군 청천면) 농약방제처방사가 맡은 직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그가 처방사라는 직함을 얻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5년 가까이 농약 공급 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웅기 농약방제처방사는 청천농협에 조합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1,720여명의 조합원 중 1,500여명으로부터 농약 신청서를 받는다.

이 농약 신청서는 연말에 발행해 조합원들이 원하는 농약을 취합하게 되는데 인기품목 몇 개 정도만 수록된 것이 아니다. 인기품목, 주요품목, 농약제조회사들의 신제품 품목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리스트를 작성해 조합원들의 요구를 농약 취급 품목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리스트는 농약 구매에 활용된다.

애정과 정성으로 업무처리

조 처방사는 “특히 1~2개 정도만 신청된 농약도 청천농협을 방문하는 조합원이 그 농약을 구매하려 할 때 없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에 꼭 구비해 놓도록 신경 쓴다”고 말한다.

그의 조합원을 위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월부터 농번기가 시작되는 만큼 3~11월 동안 주말에도 근무를 하는 것이다. 물론 교대 근무를 하게 되지만 조 처방사는 주말이면 사무실의 전화를 자신의 핸드폰에 연결하고는 상담 전화를 받는다.

조합원 또는 그 주의 근무자가 전화로 병해충과 작물에 대해 설명하면 이를 듣고 처방을 내려주며 제품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까지 알려준다. 어지간한 애정과 정성이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더구나 3월에서 11월까지 스스로 주말의 자유를 일정부분 포기하는 것이니 말 그대로 ‘천직’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청천농협의 농약 창고는 일견 허름해 보일 수 있지만 창고에 설치된 흰색 보드판에는 조 처방사의 조합원들을 위한 깨알 같은 정보들로 넘쳐 난다. 시기별로 필요한 약제들과 처방을 적어 사전 정보 없이 구매하려고 방문했던 고객들도 여기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농가에 도움주는 최신정보 수집

조 처방사는 또 농약제조회사들로부터 오는 각종 정보지와 DM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수집해 농가들에게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간다.

“제조회사들이 배포하는 정보지들은 최신 정보를 싣고 있어 농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신도 각종 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있는 농업인인 만큼 새로 출시되는 농약 제품들은 자신의 밭에 먼저 사용해 보고 특징을 파악해 조합원들에게 권장한다. 그는 이와 함께 영농자재인수증 자동 출력 시스템도 만들었다. 손으로 일일이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빠른 일처리를 위해 고안해 낸 것이다.

조 처방사는 평범할 수 있는 직장생활을 자신이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귀중한 진리를 몸소 보여주는 산증인이라 말할 수 있다. 그는 “7~8년 전부터 귀농·주말농장 등으로 다양한 농약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져 이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주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또 농가들 입장에서 적기에 필요한 농약이 출시돼야 하는데 공급이 몇 달 늦어질 때가 가장 애가 탄다”고 말했다.

자나 깨나 농가들을 위해 농약 공급과 처방에 신경 쓰고 부족한 점을 찾아 개선하는 조 처방사의 노력에 청천농협 조합원들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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