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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생물이란? 56. 유익균

“미생물과 식물의 공생관계 양분흡수 돕고 유선통신망 역할도”

땅속에 지하 통신망이 구축돼 있는 상태에서 해충이나 나비가 날아오거나 하는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면 그 상황에 맞는 대비를 하게 된다. 진딧물이나 총채벌레가 출현하면 해충을 쫒아낼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하게 되고 꿀벌이나 나비가 나타나면 꽃을 활짝 피게 하고 이들을 유인해 자손 번식을 위한 수정이 신속하게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절기로는 바야흐로 처서(處暑)를 지나 백로(白露)로 치닫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그동안 열대야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때도 지나갔다. 올 한해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8월을 지나 추석(秋夕)이라니 세월의 빠름이 실감이 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져서 모기도 힘을 못 쓴다고 하는데 모기의 입이라고 하는 것이 아마도 모기의 침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모기의 침은 대략 20㎛(마이크로미터)정도 되는데 마이크로미터란 단위가 어느 정도 크기를 나타내는지는 잘 몰라도 대단히 작은 것을 가리키는 단위인 것만은 확실하다. 지난번에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미생물은 아주 작은 크기의 살아있는 생물체인데 이 녀석들을 작다고 무시하거나 만만하게 봤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작물이 심겨져 있는 토양을 파보면 뿌리들이 서로 복잡하게 엉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기껏해야 작물 뿌리만이 보이지만 현미경으로 토양 속을 관찰한다면 가장 먼저 선충이 보일 것 이다. 크기도 다양한 지렁이 같이 생긴 선충들이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세균이나 곰팡이 균사를 뜯어먹으며 살아가는 것이 관찰될 것이다. 선충 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식물 뿌리에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뻗어있는 곰팡이의 가느다란 실 같은 균사(菌絲)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게 뒤엉켜있을 것이다.

이렇게 뒤엉킨 곰팡이 균사들은 식물의 뿌리 속에 자기 몸뚱어리를 박아놓고 식물로부터 양분을 받아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개중에는 식물 뿌리에만 의탁하여 양분만을 빨아먹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식물에게도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는 녀석들도 있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도움만을 받고 사는 녀석들을 편의상 병원균이라고 하고 식물에게도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녀석들을 유익균이라 표현한다.

유익한 미생물들은 일방적으로 식물에만 의지하지 않고 뭔가 도움을 주며 살아간다. 식물의 뿌리가 뻗지 못하는 땅 속 깊은 곳까지 균사를 뻗어 식물에게 필요한 물이나 양분을 흡수하여 식물에게 전달을 해준다. 그러니까 식물 뿌리에게 있어서 곰팡이의 균사는 영양분을 빨아 올려주는 빨대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유익한 미생물과 식물은 서로 도와주며 공생(共生)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곰팡이는 식물의 뿌리와 뿌리를 연결시켜 주는 통로가 되어 식물 상호간의 의사소통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식물이 심겨져 있는 지하세계에는 곰팡이 균사를 전선으로 활용한 유선 통신망이 구축된 셈이다.

식물들은 공기 중으로 휘발성 정보 전달 물질을 분비하여 인근 식물들과 신호를 주고 받아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얼마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식물들은 공중에서의 신호 전달뿐만이 아닌 지하에서도 서로 밀접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뿌리와 뿌리 연결하는 곰팡이균, 지하 연락병

이렇게 땅속에서 식물 상호 교류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과학자들이 식물들의 지상부를 비닐로 덮어서 휘발성 정보 전달 물질이 옆에 있는 식물에게 전달되지 못하도록 차단시켜 놓았는데도 식물 상호간 신호가 여전히 전달되는 것을 연구하던 중 땅 속에 있는 뿌리끼리 곰팡이로 연결된 것이 밝혀지고 이 곰팡이들이 의사소통의 또 다른 창구로 활용된다는 것이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땅속에 지하 통신망이 구축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해충이 출현하거나 나비가 날아오거나 하는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면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비를 하는 것이다. 진딧물이나 총채벌레가 출현하면 해충을 쫒아낼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하게 되고 꿀벌이나 나비가 나타나면 꽃을 활짝 피게 하여 꿀벌이나 나비를 유인하여 자손 번식을 위한 수정이 신속하게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눈에 안 보이는 신호전달 체계가 완벽하게 구축되어져 있는 토양에 화학 살충제나 살균제가 투입되면 아무래도 미생물들에게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모든 화학농약이나 비료가 토양 미생물상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화학농약과 화학 비료에 의해 토양 속 통신망인 곰팡이 균사들이 저해를 받을 수 있고 이렇게 파괴된 곰팡이 균사들은 더 이상 식물들의 신호를 전달해 주지 못하게 된다. 즉 식물 상호간의 의사소통이 더뎌지고 식물들 간의 협조체제가 깨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식물들은 자기가 자라고 있는 환경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어떤 위험에 놓여있는지 전혀 모르게 되었다. 옆에 있는 동료 식물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정작 식물 자신에게 해충이 붙었을 때에 비로소 해충을 쫒아낼 수 있는 물질을 만들어서 해충을 방어해야 한다. 꿀벌이 꽃에 앉아야지만 비로소 수정을 잘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식물의 눈을 가려놓고 코와 귀를 막아놓고 식물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의 욕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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