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도 지켜야 할 수칙 꼭 강조
도시에는 젊은이들이 넘쳐나지만 시골에 가면 젊은 사람들을 ‘찾아봐야 할’ 정도로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이 나이 많은 어르신들뿐이라 힘이 부치는 농사일이 더더욱 힘겹기만 하다. 농기계가 발달해 힘이 드는 작업들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농사를 짓기 위한 다양한 역할들은 기본 이상의 체력을 요구한다. 특히 농자재들 중에는 무게가 나가는 것들이 제법 많다. 비료, 비닐, 파이프 등이 꽤 무거워 이들을 옮기거나 들어 올리는 동작만으로도 힘이 든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동읍농협의 조합원들은 장규현 주임이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농약 담당을 맡은 지 5년째인 그의 나이는 34살에 불과하다. 키도 체격도 좋아 거친 일도 척척해낸다. 고객이 가져가야 할 비료를 지게차에 싣고 능숙한 솜씨로 운전해 고객의 차량에 비료를 옮겨준다. 지금 그의 젊음이 이 장소에서는 큰 자산으로 쓰이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믿음직스러운 그다.
농번기에는 농자재를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동읍농협 자재 매장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장 주임은 매장에 들어서는 조합원들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보고 지난번 처방에 대해 대화를 나눈 뒤 얼른 다음 처방을 내려준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지난번 쓰신 것과는 꼭 다른 걸로 사용하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약이 듣지 않는 일이 빨리 오게 됩니다.”
“논에 풀잎이 몇 개나 올라왔습니까? 그걸 잘 살펴야 약도 정확하게 쓰고 효과도 잘 볼 수 있어요.”
고객 500여명…얼굴 기억하는 것 중요
바쁜 와중에도 꼭 지켜줘야 할 기준을 설명한다. 이렇게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 쌓이는 설명들이 농가들의 올바른 농약 사용에 가장 큰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의 젊음만큼 전문적 지식 또한 모자람이 없다. 농생물을 석사까지 전공하고 바로 동읍농협의 지금 이 자리에 입사했다. 이론적 지식만 있는 것도 아니다. 장 주임의 부모님은 평생을 감 농사를 지어오셨고 지금도 장 주임은 감 농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장에서의 경험이 그의 나이 만큼이나 쌓여있는데다 교육을 통한 이론까지 겸비했으니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농자재 구입을 하러 오셔도 처방을 내리는데 거침이 없는 것이다.
도시 인근 지역인데다 창원과 맞닿아 있는 곳이어서 동읍농협을 찾는 고객은 500여명에 이른다. 그래도 그는 거의 대부분의 고객들을 알고 있고 힘든 줄 모르고 일한단다. 자신의 일에 소신과 애정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 지역의 감 농사는 지금 마지막으로 약을 치는 시기이다. 장 주임은 감 깍지벌레 약으로 ‘온누리’를 추천했다. 감 깍지벌레에 특히 효과가 좋은 데다 벼에도 등록돼 있어 활용도가 높아 인기가 좋다.
한편 그가 든든히 버티고 있는 동읍농협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으로 농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모토를 잘 지켜내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사회가 열려 안건 하나를 의결하는데도 2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단다. 이사회 구성원의 의견이 ‘만장일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토론해 서로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참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조합원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된다. 또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총 망라해 ‘이장회의’를 열고 ‘통’이라는 소식지도 수시로 발간한다. 동읍농협의 문화 자체가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 주임의 듬직함도 이 같은 동읍농협의 문화가 저도 모르게 배어져 나오는 데 있을 것이다. 여러 모로 동읍농협의 조합원들이 부러운 이유다.